김영란 목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

"농촌여성의 열악한 상황은
개인의 부족이 아니라
여성을 그런 식으로 몰고 간
성차별적 사회분위기와 제도 때문…
 
농촌여성이 두루 행복할
농정이 이뤄진다면
무시됐던 농민의 반인
여성의 힘이 살아나
농업농촌의 불리함이
유리함으로 바뀔 것이다"

▲ 김영란 목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

우리나라 농업인구는 231만 명이고, 그 중 남성은 113만 명, 여성은 118만 명으로 실제 여성농업인 수가 남성농업인의 수보다 많다. 농촌에서 여성은 농사는 기본이고, 농산물 가공, 체험, 관광 등 농업 관련 경제활동을 비롯해 마을사업, 봉사활동, 노인돌봄 등 다기능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농촌은 여성 없이는 단 하루도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군다나 출산하는 여성의 몸을 생각한다면, 여성은 지속가능한 농촌을 담보하는 핵심적인 존재다.

이런 정황 때문에 농촌에서 여성은 복지서비스 수혜자인 취약계층이기보다 원래 당당한 한 명의 농업노동자이자 가정 생활인이자 마을 주민이었으므로 그렇게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또한 농정의 어느 분야를 짚어보아도 남성과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정의롭다.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농촌에서 여성은 농업의 보조자와 가정·마을의 ‘종’(從)으로, 있어도 보이지 않는, 중요해도 중요하지 않은 존재로 비쳐졌다. 이런 여성들이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건의해서 여성농민을 전담하는 공적기구로, 농림축산식품부에 농촌여성정책팀이 신설됐으니, 이것은 가히 올해 농촌·농업계의 최대 이슈라 할 만하다.

그래서인지 지난 7월17일에는 거대한 정부조직 안에 고작 팀원 6명의 1개 팀이 출범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기념하고자 국제심포지엄이 개최됐다. 그 자리에 있었던 필자도, 토론자도, 참석자도 놀라웠던 것은 기조발제로 소개됐던 네덜란드와 일본 여성농민의 상황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과 이런 상황들을 해결하기 위해 그 나라에서는 다양한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이 처한 모든 상황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에 걸쳐 스며들어있는 불평등이다.

이렇게 고착화된 불평등을 해소하기에는 이번에 출범한 농촌여성정책팀이 지나치게 ‘미니멈급’인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으로라도 농정에서 사라진 여성의 모습과 가치를 드러내고 확산하는 일에 집중한다면, 종국에는 여성관련 부서가 없어지고 농정 자체가 여성과 남성을 분리하지 않는 포용성을 갖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그러므로 농촌여성정책팀은 전국 시군단위에 연결부서를 설치해 여성정책이 마을까지 전달되도록 하는 체계를 갖출 뿐 아니라 향후 농촌여성정책국으로 확대되도록 하는 씨앗이 돼야 한다. 또한 이 팀에게 주어진 임무는 농촌에 사는 모든 여성이 정치·경제·사회적 권리 차원에서 평등하도록 성인지적 농업정책, 농촌인지적 여성정책, 그리고 여성특화된 복지정책을 합성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공모를 통해 선발될 팀장의 책무가 막중하다.

다시 말하건데, 농촌여성의 상황이 열악한 것은 그 개인의 부족이 아니라 여성을 그런 식으로 몰고 간 성차별적 사회분위기와 제도 때문이다. 예컨대, 여성뿐 아니라 여성과 유사한 신체를 가진 사람들이 적당히 작동할 수 있는 농기계가 보급된다면, 그 사람들은 논밭의 한가운데 있을 것이고, 뿌리고 거두는 과정 어디든지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일을 자율적으로 선택한 즐거움을 누릴 것이다. 이 외에도 공동경영주 등록과 그 상응하는 인센티브, 보건·보육·도움을 망라하는 복지서비스, 각종 교육과 훈련, 농민기본소득에 이르기까지 새로 농촌에 온 귀농·귀촌인, 다문화 여성에서부터 지금까지 농촌을 지켜온 여성 어르신이 두루 행복할 수 있는 농정이 이뤄진다면, 무시됐던 농민의 반인 여성의 힘이 살아나 농업농촌의 불리함이 유리함으로 바뀔 것이다. 그러므로 성평등이 농촌의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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