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대학생들 “농업·농촌 공익가치 크다”

청년들 절망의 끝이 보이질 않는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에 집과 경력까지 포기하는 5포 세대와 거기에 희망과 인간관계마저 포기하는 7포 세대가 끝이 아니었다. 포기해야 할 것들이 일일이 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N포 세대’는 청년들의 씁쓸한 지금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말해주는 단어까지 나왔다.

무수한 청년정책이 쏟아졌지만 얼마나 효과를 거뒀는지는 의문부호가 달린다. 급속히 변화하는 산업생태계로 사람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각종 채용비리와 떨어질 줄 모르는 집값이 청년을 절망케 하는 가장 큰 원인들이지만 해결될 기미도 확실하지 않다.

▲ N포 세대라 불리는 청년들이 농업과 농촌에 뛰어든다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좋은 일이다. 사진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 미래 비전 토론회 때 청년들을 응원하기 위한 퍼포먼스 모습.

귀농·귀촌 49만 명 중 40세 미만이 49.1%
그래서 청년세대 중 경쟁지향주의와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도시와 다른 산업 대신 농업과 농촌으로 눈길을 돌리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49만330명의 귀농·귀촌 인구 중 40세 미만이 49.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17년보다 감소했지만 젊은 층이 귀농·귀촌을 선택하는 경우는 계속 증가세다. 귀농·귀촌을 선택하는 가장 이유는 직업(33%), 주거(28.4%), 가족생활(24.4%)을 꼽았다. 꾸준히 추진되고 있는 각 지자체의 귀농·귀촌 지원정책과 지난해부터 시작된 농림축산식품부의 영농정착지원사업도 젊은 층의 농업과 농촌을 선택하는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대학생 78.2% “농업의 공익적 가치 크다” 도전의지 ‘활활’
청년의 농업·농촌 유입…여러 어려움 극복할 호재

지난 23일 국회에서 농촌진흥청과 전국대학4-H연합회가 주최한 ‘2019 청년 미래 비전 토론회’에서도 농업과 농촌에 희망을 갖고 도전하려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한국4-H본부 자문위원이기도 한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축사에서 “이번 토론회는 대학생들이 처해 있는 사회·문화·경제적 상황을 직접 말하고, 농업·농촌의 가치와 비전을 모색하는 자리”라면서 “오래 전부터 시장개방, 고령화, 기후변화 등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농업·농촌에 청년들이 들어온다면 크나큰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 아직 부족한 청년농업인 육성과 지원에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자유한국당 이만희 의원은 “정부의 다양한 정책에도 청년들의 삶은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 “최근 미래 성장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농업에 청년들의 열정과 아이디어가 더해진다면 청년과 농업의 여러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경규 농촌진흥청장도 “공직자이지 인생선배로서 N포 세대라는 청년들의 절망에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청년들의 역량에 IoT, 빅데이터, 스마트 농업기술이 결합돼 농업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김수현 전국대학4-H연합회장(서울시립대)은 전국 대학생 779명을 대상으로 정치와 사회에 대한 인식조사를 토대로 발표에 나섰다. 김 회장은 “청년들은 집 마련에 91.9%, 취·창업은 90.9%, 출산 75.4%순으로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면서 “또한 직장선택의 기준으로 양호한 근무여건, 공정한 평가, 안정성 등의 이유로 공무원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취업시험을 준비하는 29세 이하 청년층 71만4000여 명 중 가장 많은 30.7%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김 회장은 “청년실업에 대한 책임을 묻는 질문에 정부가 40.2%로 가장 많았고, 정치권 22.1%, 기업 17.2%인 반면 청년 자신이라는 응답비율은 9.8%로 가장 낮아 실업문제에 본인의 노력보다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면서 “정부와 정치권은 실용적이고 근본적인 청년정책과 채용비리를 근절해야 하고, 양질의 일자리 공급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특히 청년기본법 통과를 촉구했다.

청년기본법의 주요골자는 국무총리실이 청년정책을 총괄하면서 5년마다 기본계획 수립·시행, 청년고용할당률 상향, 법인에 청년세 부과, 청년일자리 전담기관 설치, 농어업 직불제 도입 등이다. 하지만 청년기본법은 여·야 이견이 없음에도 실제 통과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농식품 취·창업 관심 크지만 정보는 많이 부족
이날 토론회에는 청년들의 농업·농촌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도 확인할 수 있었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묻는 질문에 대체로 많거나 매우 많다고 응답한 비율이 78.2%였고, 전혀 없거나 별로 없다는 비율은 21.8%에 불과했다. 4차산업혁명시대 농업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63.2%가 긍정적으로 전망했지만, 농식품산업 취·창업을 묻는 질문에는 40.9%만이 관심 있다고 응답했다. 관련정보를 알고 있냐는 질문에 모른다는 비율이 72.3%나 됐으며, 농식품 일자리가 있다면 농촌에 거주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는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49.1%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귀농·귀촌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로 직업을 꼽고 있지만 농식품산업 취·창업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비율이 현저히 낮은 만큼 이를 개선하는 게 시급해 보인다.

■나도 한마디-정은진 경상대학교4-H회장

“정직한 땀으로 건강 먹거리 생산하는 농업은 매력적”

농업관련 학과에서 공부하고 있고, 학교에서 4-H회장을 맡고 있어 농업이 전도유망한 산업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무한경쟁으로 누구를 밟고 일어서야 하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정직한 땀을 흘려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자연을 보존하는 일에 큰 매력을 느낀다. 많은 대학생들도 농업의 공익적 가치와 미래 농업에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지만 아쉬운 건 실제로 취업하고 창업하려는 이들을 위한 정보가 많이 부족하다. 정부나 정치권에서 이를 우선적으로 해결한다면 우리 청년들의 도전에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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