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63)

‘불매운동의 승리’가 아니라
당당하게 실력으로
일본을 능가할 힘을 키워야

일본이 대한민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트집 잡으며 ‘경제 보복’에 나섰다.
아베정권이 참의원선거 승리라는 정치적 목적 달성을 노리고 판을 벌였다 해 ‘행패’라고까지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 때문일까. 이맘때쯤 나오는 일본제품 불매운동도 종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소비자들이 일본상품을 사지 않는 불매(不買)운동 외에 상인들이 물건을 팔지 않는 불매(不賣)운동이 새로 등장했다. 다소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이 같은 분위기에 가장 긴장하는 기업 중 하나가 유니클로다. 알다시피 유니클로는 일본의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최신 트렌드를 즉각 반영해 재빨리 제작하고 유통시키는 의류) 브랜드다. 유니클로는 2005년 한국에 첫 발을 내딛은 지 10년 만에 4년 연속 연매출 1조 원을 달성했다. H&M, ZARA, GAP, MANGO, 지오다노 등의 세계적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있으나, 4년 연속 1조 원 이상 매출을 달성한 단일 패션 브랜드는 국내에서 유니클로가 유일하다.

유니클로 측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 늘어난 1조8228억 엔(약 19조8873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순이익 역시 1586억 엔(약 1조7260억 원)으로 7% 늘었다고 했다. 유니클로의 한국 내 매장 수는 190개로 그 위세를 따라올 자가 없다. 국내 패스트 패션 브랜드 1위인 스파오(SPAO)의 지난해 매출은 3200억 원으로 유니클로 매출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일본의 옷이 이 땅에서 이렇게 활개를 치는 이유가 있다. 품질에 비해 비교적 값싸고, 빠르게 유행을 전하는 상술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니클로 본사에서는 한국을 아시아 유행을 선도하는 국가로 보고 있다. 유니클로의 자매 브랜드인 ‘지유(GU)’의 첫 해외 매장을 한국에서 론칭한 이유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니클로는 이번 사태로 “이달 들어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30% 가까이 줄었다”고 했다.

그러나 ‘보복성 무역 규제’ 못지않게 감정을 건드리는 게 있다. 우리들의 분노를 바라보는 바로 일본인들의 시각이다. 일본 JB프레스는 “한국의 일본제품 불매운동 역사는 무척 길다”며 “1965년 한일회담 시작 이후 독도, 역사교과서, 위안부, 일본 정치인의 말실수 등의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불매운동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복’적으로 이뤄졌다는 건 ‘효과가 없었다’ 또는 ‘계속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결국 수시로 금연이나 다이어트 선언을 반복하는 것과 같다”고 보도했다.

맞다. 그래왔다. 속이 쓰리지만 맞는 분석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게 돼있다. 유니클로의 매출이 일시적으로 줄어든다 해서 불매운동이 성공하고 있다 생각하는 것은 커다란 착각이다.
우리나라에도 유니클로 못지않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이 있다. 그동안 유니클로 뒤에서 빛을 보지 못했지만, 스파오, 탑텐, 에잇세컨즈 등이 건실하게 성장하는 중이다. 이제부터 우리가 사랑하고 키워야한다. ‘불매운동의 승리’가 아니라 당당하게 실력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 있도록 일본을 능가하는 ‘힘’을 키워야 하는, 지금은 그런 때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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