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미생물 관리부터 실용화까지 연구 잰걸음

화학농약․미생물 결합 ‘하이브리드 농약’ 개발 추진
미생물 활용 폐플라스틱 분해기술 연구에도 박차

▲ 농촌진흥청 최준열 발효가공식품과장과 김남정 농업미생물과장이 농진청의 미생물 연구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 확보의 수단으로 미생물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농촌진흥청이 환경보전과 생산성 극대화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농업미생물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진청은 지난 16일 농업전문지 기자단 브리핑을 통해 농업미생물 분야에서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영역 개척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우선 농진청은 미생물로 폐비닐과 잔류농약을 처리해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연구개발사업에 본격 착수키로 했다. 이는 2016년 한 해 동안 농촌에서 사용된 비닐하우스와 멀칭비닐 등이 31만여 톤에 이르지만 수거된 양은 65.5%인 20만여 톤에 그쳐 농촌환경 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진청은 2020년부터 5년간 미생물을 활용한 농업환경문제 개선기술 개발사업을 추진해 토양오염의 주범인 농업인 폐플라스틱과 잔류농약을 분해하는 미생물을 선발하고, 이를 통해 분해력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발효미생물을 활용한 식품산업 활성화에도 연구력을 집중한다. 발효식품의 기능성 확충과 실용화를 위해 양조용․식초용 등 품목별로 우수한 토착종균을 발굴하고 관련 기반 연구도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장내 미생물을 활용해 식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이를 발효기술에 적용해 한약재 이용성 확대 등에도 주력한다.

농진청은 이상기후에 따라 병해충 발생이 증가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를 방제하기 위한 연구에도 더욱 힘을 기울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과수에 치명적인 과수화상병 등 고위험 식물 병해충을 연구할 수 있는 생물안전 3등급의 차폐시설(BL3)을 설치해 전염경로의 신속한 파악과 함께 피해경감 기술도 개발할 계획이다. 농진청은 차폐시설 설치에 필요한 예산 250억 원과 연구개발비 예산 240억 원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심의를 거쳐 내년 예산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농진청은 화학농약과 미생물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농약’ 개발, 미생물을 활용한 가축 면역력 증진기술 개발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체계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전국 농경지에 분포한 미생물을 데이터화해 작물별 맞춤형 핵심 마이크로바이옴을 구축하고, 장류․주류․식초 등 전통발효식품도 생산 단계별로 표준화해 이를 통한 마이크로바이옴 정보를 토대로 품질 균일성과 안전성을 높여나갈 예정이다.

한편,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은 자체 운영 중인 미생물은행에 지난해 기준, 일반미생물 2만3456점, 특허미생물 1919점, 발효종균 87종을 확보해 보존하고 있으며, 3만8931점을 산업체와 연구기관 등에 분양한 바 있다.

▲ 이용범 국립농업과학원장

또한 농산업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농업용 미생물제와 발효종균 등에서 관련특허를 69건 등록하고, 15종을 산업화하는 성과를 이뤘다. 업체들은 농진청의 특허미생물을 활용해 작물재배용․축산용 미생물제를 개발해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특히 우수 발효종균을 활용으로 주류 제조 등에 쓰이는 수입종균 비용을 1/4로 낮추는 효과도 가져왔다.

이용범 국립농업과학원장은 “미생물은 유전적으로 다양한 기능성이 있어 국가적 난제를 친환경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미래자원”이라며 “미생물을 이용해 농업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서 미생물의 새 영역을 선제적으로 개척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란...
미생물군집(microbiota)과 유전체(genome)의 합성어로 ‘미생물군유전체’라고 한다. 인간, 동식물, 토양, 물, 대기 등에 공존하는 미생물군집과 유전체 전체를 의미한다. 주어진 환경에 서식하거나 다른 생물과 공존하는 모든 미생물의 총체적인 유전정보 또는 미생물군 자체를 뜻하기도 한다. 일명 ‘제2의 유전체’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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