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생활속 발명이야기-글 왕연중·그림 김민재

석유 찌꺼기서 발명
지구촌의 상비약 바셀린. 아프리카 밀림의 원주민들까지도 애용하는 우연한 발명으로 20대 발명가를 백만장자로 만들어 놓았다. 발명가는 22세의 미국인 화학자 로버트 체스브로우.
이 이야기는 185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시작된다. 당시 미국 펜실베니아주에서 석유가 상업화돼 호황을 누리고 있었고, 그 부산물에 대한 연구 열기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적지 않은 화학자들이 펜실베니아주를 찾아 현장을 관찰하고 자료를 수집해 연구에 몰두하곤 했다.

젊은 화학자 체스브로우도 그들 중의 한 사람이었다. 유전 주변을 서성거리던 체스브로우는 어느 날 희한한 현장을 목격하게 됐다. 유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유전 파이프에 남아있는 물질을 정성스럽게 모으고 있는 것이었다. 체스브로우는 노동자들이 왜 석유 찌꺼기에 불과한 물질을 귀한 물질처럼 여기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잠시 후 휴식시간이 되자 그 이유가 밝혀졌다.
투명하고 끈적거리는 이 물질이 상처에 바르면 지혈은 물론 치료효과까지 탁월하다며 노동자들이 상처 부위에 바르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노동자들의 상처는 부작용 없이 모두 완쾌돼 있었다.
어떤 노동자는 이것을 물에 타 마시고 위장병까지 치료했다고 했다.

특허로 등록된 것은 1872년
‘그래,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야.’
화학자인 체스브로우는 현장에서 노동자들로부터 물질을 사 모은 다음 연구실로 돌아와 성분을 분석하고, 상처 난 사람을 모아 직접 실험도 해 보았다. 노동자들의 말처럼 이 물질의 효과는 생각보다 우수했다. 체스브로우는 서둘러 정밀 분석을 통한 연구를 마치고 특허로 출원했다. 이때 명칭은 ‘바셀린 페트로륨 젤리’라는 신약을 선보였다. 특허로 등록돼 독점권을 갖게 된 것은 1872년이었다.

‘바셀린’이라는 명칭은 상품으로 생산돼 팔리면서 붙여진 상표인데, 워터를 의미하는 독일어 바세(vasser)와 기름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엘라이온(elaion)의 합성어라고 한다. 바셀린 공장은 1870년에 뉴욕의 브루클린 지역에 최초로 설립됐으며, 유럽의 첫 번째 바셀린 제조 공장은 1911년에 설립됐다. 바셀린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강력한 보습력과 탁월한 피부 보호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몇 년 사이에 지구촌의 히트 상품이 된 것이다.
체스브로우는 96세까지 살았는데, 하루에 한 숟가락씩 바셀린을 먹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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