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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농원으로…■독자수필-귀농아지매 장정해 씨의 추억은 방울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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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12  11: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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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려니
언제 괴산에 살았나
싶을 만큼 까마득…"

과수원의 배봉지를 다 싸자마자 ‘준비 땅’ 하고 달려가듯 서울로 향했다. 내 허리병은 요즘 유행하는 비수술요법인 약물주사만으론 이미 효력이 없다. TV에서 방영하는 허리, 척추, 관절에 대한 의사들의 의견을 시청하다가 수술이든 시술이든 근본적인 원인을 밝혀 치료를 해봐야겠다고 결심을 하고 서울의 한 병원에 덜컥 예약을 하고 일단 약속대로 입원을 했다.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요즘은 시술을 하고 바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남편과 함께 간단하게 짐을 꾸려 괴산을 떠나왔다.

수요일 12시까지 입원을 하고 오후 내내 MRI, CT, X-RAY, 혈액검사, 소변검사 등을 받았는데 생전 처음 받아보는 MRI 검사는 잠시 ‘관’속에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검사자료를 보며 담당의사가 쉽고 친절하게 내 상태를 설명해줘 신뢰감이 들었다.
시술명은 ‘경막외 풍선관 유착 박리술’이다. 말 그대로 꼬리뼈로 기구를 넣어서 유착된 신경을 떼어 분리하고 그 자리를 약물로 치료하는 시술인데, 나는 그 부위가 넓어서 시술 시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해 다음날 시술하기로 했다.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면서 ‘괜찮다’를 연발했지만 나는 전혀 괜찮은 게 아니었나보다.

다음날 이동침상에 누워 수술실로 향하는 병원천장은 얼마나 낯설고 이상한지. 입원실을 나와 복도를 지나 엘리베이터에 덜컹이며 실려 올라가서 몇 겹의 문을 지나 밀려들어간 수술실은 밖의 온도보다 1~2℃ 더 낮은 싸늘해 온 몸이 오싹해진다.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을까?’ 첩보영화의 한 장면처럼 나는 거기를 박차고 탈출하고픈 심정이다.
그러나 어쩌랴! 팔과 다리는 포박을 당하고 콧구멍에는 산소 튜브를 꽂고 고정테이프를 붙이고 왼쪽 팔엔 링거를 꽂고 손끝엔 산소포화도를 재는 집게를 달고 오른팔에는 혈압기를 달아 5분 간격으로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나님 살려주세요~’라고 속으로만 외친다.

약한 전신마취에 부분마취를 한다고 세게 주사를 놓더니 시술이 시작됐다. 의식도 또렷했고 아픔도 있었지만 십자가에서 생살을 찢기신 예수님을 생각하는 동안 어느덧 시술이 끝났다. 무사히 입원실로 돌아왔지만 그때부터가 문제였다. 시술을 마치면 바로 내려갈 줄 알았는데, 회복을 위해 몇 시간 동안은 움직이지도 못하게 했다. 그 이후에도 시술부위가 안정되고 어느 정도 회복되기까지는 운전은 물론 아무것도 못하게 했다. 생각지도 못하게 그 주말까지 병원에 있게 됐다.

모포를 덮어야할 정도로 시원한 병실에서 남편의 보호 아래 주는 병원밥 먹으며 휴식을 취한 며칠은 어떤 여행보다 자유로웠다. 4인실이라 같은 고통을 겪어 본 사람들만의 유대감이란 비견할 것이 없어서 밤늦게까지 서로 맘 터놓고 수다를 떠는 것은 더 좋았다. 막상 퇴원수속을 밟고 괴산 집으로 돌아가려니 내가 언제 괴산에 살았나 싶을 만큼 까마득하다.

집 언덕을 오르는 길가에 매실이 황금빛으로 익어 떨어져 쌓여있고 자줏빛으로 익어 떨어진 자두가 마당에 흩어져 있어 주인이 사라진 며칠의 농원엔 이미 여름이 가득 들어와 있다.
다시 몸을 움직여보는 것, 농원의 일상으로 돌아가 평소대로 살아가는 것, 시간을 아군 삼아 버티는 일이 상처가 아무는 데는 최고가 아닐까? 시술한 허리를 두 손으로 받치고 조심조심 일어나 남편이 따다놓은 과일 바구니의 잘 익은 황매실 하나를 깨물어본다. 새콤달콤하고 싱그러운 향이 입안에서 터져 흘러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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