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62)

▲ 비단딱지벌레<사진/내장산국립공원 홈페이지>

"비단딱지벌레 날개집은
손질하기에 따라서는
훨씬 비싼 고급품의
재료가 되고도 남는다"

40여 년 전 전남 함평의 시골마을에서 초등학생들이 하늘을 향해 열심히 매미채를 휘둘러 대고 있었다. 7~8월의 뙤약볕은 몹시 더웠으나, 어떤 곤충을 잡아 한 할아버지에게 갖다 주면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개구쟁이들은 매미채를 매고 마을주변의 산과 숲을 누볐다. 많이 잡을수록 ‘과자값’이 두둑해졌으나 조건이 있었다. 그 곤충의 날개집이 부러졌거나 상했으면 값을 쳐주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곤충의 날개집이 신비로우리만치 아름답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50대가 된 함평의 그 개구쟁이들이 근래에야 그 곤충이 비단딱지벌레이고, 수집책이었던 그 할아버지는 그 곤충을 일본으로 수출했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비단딱지벌레는 주로 삼림지대에 산다. 몸길이 3∼4㎝로 초록색 또는 금록색의 몸체에, 날개집에 오색영롱한 장식이 있다. 날개집에 철, 구리, 마그네슘 같은 금속 성분이 포함돼 있어 이것들이 빛을 받으면 반사되는 각도에 따라 여러 가지 색을 발한다. 그 아름다움 때문에 날개집이 옷감이나 마구류 등의 장식에 이용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비단딱지벌레가 1921년 경주 금관총 발굴 때 처음으로 세상에 드러났다. 말안장꾸미개 등과 옷에서였다. 발굴 당시 능라의 옷감은 대부분 부식됐으나, 그 벌레의 날개집을 4개씩 꽃잎 모양으로 배열하고, 중앙에 영락을 꽃술처럼 단 흔적들이 140여 개나 있었다. 수를 놓았거나 그린 것이 아니라, 날개집을 꽃잎 모양으로 다듬고 금박으로 가장자리를 두른 뒤 옷에 붙여 입체적인 꽃장식을 한 것이었다. 얼마나 아름답고 화려했을지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후 1973년 경주 황남대총에서도 비단벌레 날개집이 장식된 마구류와 허리띠 등 다양한 유물이 나왔다. 일본에는 이미 2563장의 날개집으로 장식된 불감(佛龕:신주를 담아두는 장)이 국보로 지정된 상태였고, 줄곧 고급품의 장식에 귀하게 쓰이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함평할아버지’도 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관총과 황남대총에서 비단벌레 날개가 출토된 것을 보면 이 땅의 조상들도 오래전 이 귀중품을 활용했으리라 믿어진다. 그럼에도 이 비단딱지벌레가 고급 장식 분야에서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 것은 아쉬움이다. 비단딱지 벌레는 한국을 비롯, 일본·중국·타이완·인도차이나 등지에 서식해 왔었다. 이 땅에서 무자비한 개발로 자연이 훼손되면서 멸종위기를 맞았던 이 곤충이 유물발굴을 계기로 뒤늦게 주목받았다. 그러나 1980년대까지 함평에서 많이 날아다니던 비단딱지벌레의 존재도 미처 파악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후 해남, 완도, 백양사일대, 고창선운산, 변산반도, 밀양 등에서 이 벌레의 서식이 잇달아 확인되고 있다. 참으로 뒤늦게 2008년에야 비단딱지벌레는 천연기념물 496호로 지정되고, 2018년에야 멸종위기종 1급으로 분류됐다.

직경 2~3㎝의 거북 등껍질 또는 소뿔로 만든 목걸이가 에르메스 등 명품브랜드 손을 거치면 값비싼 상품이 되는 요즈음이다. 비단딱지벌레의 날개집은 손질하기에 따라서는 훨씬 비싼 고급품의 재료가 되고도 남음이 있다고 본다. 특히 7~8월에 활동이 왕성하며 짝짓기를 하는 여름철에 비단딱지벌레를 잘 ‘모셔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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