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김포·평택·안산·춘천·부산으로 확산일로

지난 5월30일 인천 서구 붉은 수돗물사태는 10시간에 걸쳐 진행해야 할 물의 흐름을 바꾸는 과정을 단 10분 만에 하려다 압력이 급격히 높아져 노후화된 상수도관의 찌꺼기가 흘러나오게 된 것이다.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인재로 1만5000가구와 160개 학교가 한 달 넘게 피해를 겪고 있다.

더 심각한 건 인천의 사례는 예고편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에 이어 서울 문래동과 경기 김포, 평택, 안산과 강원 춘천, 그리고 부산 동구까지 확산되고 있다. 1차적으로 지방사무인 상수도 관리를 책임질 지자체의 부실한 대처도 문제지만 안전한 물 공급을 책임지는 상하수도국을 폐지한 환경부와 상수도시설 유지보수에 충분한 예산을 반영하지 않은 당국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이에 지난 2일 국회에서는 노후상수도 문제와 해결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붉은 수돗물사태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 5월30일 발생한 인천 서구 붉은 수돗물사태는 진정은커녕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렸던 관련 긴급토론회 현장.

지방사무 상수도 사업, 중앙정부 관리감독 부재
배수관 세척·청소 주기적 실시와 관로 복수화 필요
수도사업 통합으로 서비스 격차↓ 재난 대응력↑

상수도 보급률 높으니 예산 필요 없다?
고려대학교 최승일 교수는 수도요금은 지자체장이 요청해 의회에서 결정되는데 적정한 관리를 위해 턱없이 부족해 불량문제가 누적됐다”면서 “그래서 수도기술은 100년간 갈라파고스 생태계처럼 발전이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환경부도 매뉴얼은 고사하고 각종 사고예방 훈련도 없었으며, 지자체를 제대로 관리감독 못했다”면서 “지자체장은 수도사업을 행정 우선순위로 삼고, 환경부는 수도통합의 제도를 마련해야 하며, 기획재정부도 상수도 보급률이 98%를 넘으니 수도사업 예산을 배정하지 않는 관행을 버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국대학교 현인환 명예교수는 송배수관의 관청소와 세척 필요성을 주장했다. 현 교수는 “소형관은 소화전을 이용한 세척(flushing), 대형관은 관청소를 해야 하며, 단수 없이 수도관을 청소할 수 있는 단선관로의 복수화와 백업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미국의 경우 50개 도시가 1년에 1번 관세척을 하고, 27개 도시는 1년에 2번, 매달 하는 도시도 3개나 된다.

수도 종사자의 전출과 기피현상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점도 문젠데 거기다 인력규모도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2017년 상수도통계에 의하면 2007년에 비해 18.4%의 인력이 감소했고, 제주도는 무려 54.4%나 줄었다. 특이한 건 행정직은 최대 51%까지 증가한 반면, 기술직은 최대 51%나 감소했다는 것이다.

▲ 인천 붉은 수돗물사태로 1만5000명 주민과 160개 학교가 직접적으로 피해를 봤다.

제주·서울 사례 참고해야
수도경영연구소 김길복 소장 “30년 이상 노후관은 전체의 6.47%로 파악되지만, 50년 이상 노후관은 전혀 파악조차 안 된다”면서 “지자체 규모가 작을수록 생산원가와 평균요금이 올라가 요금현실화율이 떨어지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3인 가족이 1달 평균 16㎥ 수돗물을 사용할 경우 서울 주민은 6840원을 부담하면 되지만, 평창 주민은 1만1180원을 내야 돼 연간 5만2080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대도시와 군소도시간의 수도요금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도사업 통합이 필요하다는 김 소장은 “제주도는 광역과 지방상수도를 통합해 무분별한 지하수 취수를 막고, 소규모 취정수장을 폐쇄했으며, 일반회계 예산을 지원해 안정적인 상수도 공급체계를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도사업의 선진화를 위해 전문인력 양성도 중요하다. 서울시는 전문직위제 신설로 3년 이상 장기근무를 유도해 현재 상수도사업본부에 39명의 전문관이 근무하고 있다.

김 소장은 끝으로 통합운영 시 중앙정부가 최소 3~5년은 손실 발생 시 보조금을 지급하고, 통합참여 지자체는 인센티브 제공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민 주도 ‘수돗물 혁신단’ 구성하자
바른미래당 오정례 수석전문위원 “정부는 수돗물이 안전하다고 믿고 먹으라는 홍보에만 열을 올렸고, 통합물관리 명목으로 수도사업을 책임져왔던 상하수도국과 수도정책과를 폐지하는 우를 범했다”면서 “수돗물 정책의 혁신이 필요하지만 더 이상 정부를 신뢰하기 어려워진 만큼, 국민이 참여하는 수돗물 혁신단을 구성해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미세먼지 국민포럼처럼 국민 눈높이에서 정수장부터 수도꼭지까지 위기대응, 예방정비, 서비스 개선 등 수돗물 정책 전반을 새롭게 바꾸자는 게 오 위원의 주장이다.

환경부 김영훈 물통합정책국장은 “이번 사태는 사전 시나리오와 초동대처가 미흡했고, 과거 경험으로 정확한 진단 대신 1주일 내 해결할 것으로 판단한 착오가 있었다”고 인정하며 “상수관망의 주기적 청소·관리·정비를 법제화하는 법안을 제출했고, 식용수 사고 유형별로 대응요령과 안정 급수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국장은 정수장 중심의 관리체계를 급·배수관망으로 확대해 관망정보관리시스템 도입, 수압·수질계측기 설치, 수질 취약구간 자동드레인 설치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환경부가 내놓은 대책은 상수도 사업의 국가사무 이양이나 상수도관 교체와 같은 근본적인 게 아니라 단기적인 재탕정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면할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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