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와 피해농가 사례

지난해 기상관측 이래 최악의 폭염으로 농축산 분야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닭․오리 등이 수백 만 마리가 폐사했고, 과일․밭작물 등에서도 생산량 감소와 품질 저하 등의 피해를 입었다. 기상청은 올해도 폭염일수가 평년보다 다소 많을 것이라는 장기전망을 내놨다. 이미 수차례 폭염주의보가 발효돼 농가의 농작물 관리대책이 필요하다.
본지의 기획특집 ‘올 여름 폭염도 만만치 않다’ 이번 호에는 최근 몇 년간의 폭염 피해 현황과 농가 피해사례, 폭염에 따른 농작물 피해 보전 제도, 폭염 대비 농작물․가축․시설 관리요령 등과 함께 기후온난화로 인해 재배면적이 늘어나는 아열대작물의 재배동향과 재배농가 현장반응 등을 싣는다.[편집자 주]

■ 기획특집 - 올 여름 폭염도 만만치 않다

5월부터 이른 더위 시작…올해도 폭염 지속될 듯

가뭄·폭염으로 농작물 수확 감소 농가 증가
농작물 감소 이외에도 각종 병해충 창궐 위험↑
폭염피해 위험 높은 특작·채소·원예 보험가입률↓

▲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폭염으로 농사를 망친 동두천 이명애씨의 마늘밭.

우리나라 평균기온은 지난 100년간 1.8℃나 상승했다. 전 세계 평균의 2.4배에 달하는 수치다. 지난해 우리나라 폭염일수는 31.4일로 평년 9.8일보다 21.6일이나 늘어났고, 전라북도는 39.3일로 가장 많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발표한 폭염·가뭄 피해현황에 의하면 과수피해가 1445ha(사과〉포도〉단감〉복숭아〉자두〉배)로 가장 많았고, 특작 956ha(인삼〉깨〉약용류〉오미자), 전작 475ha(콩〉생강〉고구마〉옥수수), 채소 454ha(수박〉고추〉배추〉무〉오이) 순이었다. 그 결과, 7~8월 평균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1.4% 상승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 양배추가 23.3%로 상승률이 가장 컸고, 고구마 20.0%, 무와 당근, 복숭아, 포도, 시금치 등도 10% 이상 상승했다. 더 걱정인 건 5월부터 이른 더위가 시작됐고, 폭염일수가 평년보다 역시 많을 것이라는 기상청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뭄과 폭염으로 타들어간 농심이 올해도 재연되는 거 아니냐는 농민들의 한숨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 지난해 폭염으로 농작물 피해는 과수가 1445ha로 가장 많았고, 특작 956ha, 전작 475ha, 채소 454ha 순이었다. (출처:농림축산식품부)

폭염으로 돌발병해충 피해 계속 증가
경기도 양평의 박성미씨도 들깨농사를 망친 경험자다. 박씨는 “들깨를 3번이나 심었는데 다 말라 죽어서 2500평에서 겨우 96만 원밖에 못 벌었어요. 원래는 1500만 원 이상은 나와야 하는데 말이죠. 피해가 정말 작년에 막심했어요”라고 하소연했다.
경기도 용인의 김경자씨는 “하우스에서 키운 상추가 날이 더워 크지도 못하고 마르면서 쫑이 올라와 따지도 못했다”고 한다. 역시 용인의 이화숙씨는 “밭에 선녀벌레가 생겼지만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다보니 약을 함부로 쓸 수 없어 속수무책”이었다고 말했다.

동두천의 이명애씨는 “마늘이 지난해도 마찬가지고 올해도 매가리 없이 말라죽어버려 손을 어찌 쓸 도리가 없어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갔어요”라고 한탄했다. 
기온상승은 직접적인 농작물 피해도 막대하지만 병충해의 생존과 번식, 확산에도 영향을 미쳐 2차, 3차 피해를 일으켜 수확량 감소가 불가피하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발생면적이 크게 증가한 돌발해충은 미국선녀벌레, 갈색날개매미충, 꽃매미 순이었다. 이들 해충은 즙액을 빨아 먹어 농작물의 생육을 나쁘게 하고, 잎과 과일에 배설물을 떨어뜨려 상품성을 훼손한다.
미국선녀벌레는 2017년 경기 등 전국 98개 시군에서 발생이 확인됐고, 차량이동이 빈번한 곳 중심으로 확산됐다. 발생 시 대규모로 발생하는 ‘동시다발성’ 해충으로 방제가 매우 곤란해 초기 방제 실패 시 대규모 피해발생 위험이 높다. 확산 범위도 넓어 인근 야산의 잡목류도 방제해야 한다.

농작물 재해보험 개선키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폭염피해에 관해 448명의 온라인 조사 결과, 응답자 중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했다’는 비율은 수도작이 58.3%, 과수 45.5%였고, 시설원예 19.3%, 노지채소 15.6%, 특작 8.6% 등으로 가입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래서 폭염으로 인한 손실을 보전받을 수 없어 피해가 더 큰 것이다. 비가입 응답자가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는 ‘대상 품목이 아니다’가 21.0%, ‘혜택이 없다’ 20.2%, ‘까다로운 규정’ 12.6%, ‘경제적 부담’ 11.8% 등이었다. 재해보험이 도움이 안되는 이유로는 ‘현실적이지 않은 산정’ 28.1%, ‘가입과 보장이 까다롭다’ 25.0%, ‘너무 많은 예외규정’ 21.9%, ‘자연재해에 대한 피해보상 미비’ 7.8% 등이었다.

폭염으로 인한 피해는 또 있다. 바로 영농활동 시간 감소다. 응답자의 71.4%가 폭염 전보다 영농활동 시간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영농시간 감소율은 30% 이하가 32.3%, 50% 이하 25.2%, 40% 이하 18.6%, 70% 이상 12.8%의 순이었다. 폭염경보 발령 때마다 반드시 해야만 하는 농작업이 있더라도 영농활동을 포기한 비율이 22.4%에 달했다.
농경연 송성환 박사는 “폭염에 대비해 정부와 지자체가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조치는 품목과 주 계약 범위 확대, 보상금 상향 등의 재해보험 개선”이라며 “또한 폭염으로 인한 품질저하에 따른 판매부진과 소득감소에 대한 수매와 보상도 필요하며, 장기적으로 기온 상승에 따른 대체작물 연구개발과 보급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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