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愛살다 - 전남 보성‘바지런한 농부’이상호 대표

▲ ‘바지런한 농부’ 이상호 대표가 법화마을에 농촌체험을 온 어린이들과 함께 웃고 있다.

아버지 사고로 무작정 귀농…절박함으로 어려움 극복해
청정 상수원보호구역서 생산한 쌀과 두릅 ‘친환경 인증’

태백산맥의 고장 전남 보성은 3경(景)·3향(鄕)으로 유명하다. 제암산 등 즐비한 명산과 청정해역인 여자만 그리고 내륙호수인 주암호의 아름다운 풍광이 3경이다. 충신열사와 민족의 선각자가 많이 배출돼 의향(義鄕)이요, 판소리의 비조 박유전과 정응민 등의 보성소리와 채동선의 민족음악혼 등이 서린 예향(藝鄕)이며, 국내 최대 녹차생산지로서 다향(茶鄕)이란 명성이 곧 3향으로 불린다.
그 주암호 상류에는 청년농부 이상호 대표(45·바지런한 농부·보성군 문덕면 법화마을)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아버지가 못 다한 참 농사의 꿈을 이뤄가고 있다.

이 대표의 영농 터전은 논 7만5900㎡(2300평), 밭 2만790㎡(6300평), 임야 5940㎡(1800평) 그리고 한우와 염소 등을 키우는 작은 축사를 갖췄다. 누가 봐도 노총각 혼자서 꾸려가기엔 엄두가 안 나는 대농이다.
“농사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아버지의 사고로 농사를 짓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오더라고요. 최근 몇 년간 농사를 끌고 온 것이 신기하고, 스스로도 기특할 때가 있습니다.”

이 대표는 내년 초봄 결혼도 계획하고 있다. 지인의 소개로 만난 예비신부는 일본에서 여행사에 다닌단다. “농촌과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이더라고요.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농촌을 꿈꾸기도 했던 사람인데, 결혼하면 기꺼이 농부의 아내로 농사일을 거들겠다는 말이 굉장히 고마웠습니다. 앞으로 결혼도 하고, 더 멋진 농사꾼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이 대표의 주요 작목은 쌀이다. 밭과 하우스에서는 단호박, 감자, 참두릅 등을 생산한다. 농기계는 없는 게 없다.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관리기 등등 그의 창고에는 농기계로 가득하다. 이 대표에게 농사는 처음으로 하는 도전이었다.

▲ 이상호 대표가 생산한 친환경 인증 제품들

“그냥 무작정 수확 끝난 논으로 트랙터를 끌고 나갔습니다. 작업기를 내려보고, 돌려보고, 전진해보고 후진해보니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운전할 수 있게끔 농기계의 조작법은 그렇게 어렵지 않더라고요.”
이 대표는 스스로, 때로는 동네 형에게 물어가면서 모든 농기계를 익혀나갔다. 이 대표는 절박한 상황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었고, 앞으로 나가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회고한다.
“우리 마을은 주암호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안개가 많습니다. 이 청정한 지역에서 안개가 키우는 맛있는 두릅과 쌀 등을 농협을 통해 가락동 시장에 경매 보냅니다. 많은 소비자들 사이에 소문도 나서인지 귀농 후에 친환경인증을 두릅을 포함해 친환경 쌀과 찹쌀 3개 품목이나 받았습니다.”

이 대표는 귀농 4년차가 되면서 각종 사회활동과 교육으로 하루하루가 바쁘기만 하다. 보성군 두릅연구회 총무, 두릅작목반 총무, 문덕면 청년회, 농업기술센터의 친환경작목반 작업관리자, 강소농교육 등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마을의 총무를 맡아 다양한 마을사업을 펼치며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농식품부에서 주관하는 ‘창조적 마을 가꾸기 사업’에 선정돼 마을 자율개발비 5억 원을 확보했다. 여기에 주민들 상당수가 생산 작목의 친환경 인증까지 받았다. 또한 마을 빈집 터는 농작물을 심어서 거기에서 나온 것들로 마을 회관 어르신들의 식사 재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결실을 토대로 앞으로 마을의 다양한 농작물을 모아 꾸러미 사업도 펼칠 예정이다.
“저는 올해가 특별한 해입니다. 귀농 4년차를 맞으면서 농사도 안정화되면서 수입도 늘었고, 내년에는 결혼할 반쪽도 만났고, 사회적 마인드도 성숙해졌다는 느낌입니다. 지금 농촌체험지도사 과정을 받고 있는데, 마을에 체험객과 관광객들을 더 유치해 더 활기 있는 마을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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