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생활속 발명이야기-글 왕연중·그림 김민재

과일·야채가 괴혈병 예방
1492년에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뒤 사람들이 큰 바다를 건너 긴 항해를 하게 됐다. 많은 음식물을 싣고 나갔으므로 선원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이 발생했다. 아무리 배불리 먹어도 긴 항해를 하면 몸이 약해지고, 잇몸에서 피가 나고, 근육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괴혈병이었다. 이 병은 당시로서는 원인조차 알 수 없는 난치성 희귀병이었다. 이 때문에 긴 항해에서 이 병에 걸리면 치료는 속수무책이었다. 이상한 것은 이 병이 교도소와 병원 그리고 적에게 포위된 도시에서도 발병한다는 것이었다.
‘혹시 음식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괴혈병에 걸린 사람들의 먹는 음식이 모두 장기간 저장식품이라는데서 음식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사람은 오스트리아 군의관 크라머였다. 이에 따라 크라머는 1737년 과일과 야채가 괴혈병을 예방해 주는 것이 틀림없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크라머의 보고를 믿지 않았던 것이다.

1770년대 괴혈병 없이
태평양 항해 성공

바로 그 무렵 스코틀랜드의 의사 제임스 린드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우연히 크라머의 보고서를 읽고 괴혈병 치료법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 결과 ‘괴혈병에 걸리는 것은 음식물에 어떤 성분이 모자라기 때문이며, 그것을 섞은 음식물을 먹으면 괴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후 1747년부터 실험을 시작했다. 그 결과 식사에 오렌지, 레몬, 라임 같은 감귤류의 과즙을 곁들였을 때 가장 빨리 낫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이 결과를 발표하고, 영국해군이 승무원들의 식사에 감귤류의 주스를 곁들이라고 제안했으나 영국 해군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린드의 이 제안을 받아들인 사람은 영국의 탐험가 제임스 쿡 선장이었다. 그는 항해할 때 배의 식량 창고에 귤의 한 종류인 라임을 많이 싣고 가도록 했으며, 선원이 병이 나면 그 주스를 먹였다. 그 결과 1770년대에 태평양을 건너는 항해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영국 해군이 린드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그가 죽은 뒤였다. 그 무렵 영국은 프랑스와 전쟁을 하고 있었으므로 해군 병사들을 괴혈병으로 잃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1795년 후로 영국 해군에서 괴혈병이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크라머도 린드도 구체적으로 어떤 성분이 괴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그 성분이 비타민이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것은 20세기 초반으로, 영국의 생화학자인 홉킨스가 식품에는 당질, 지질, 단백질 이외에 비타민이 있음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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