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愛살다 - 전북 고창 ‘질마재 농장’ 주지은 대표

▲ 바다와 들녘으로 온통 바람만이 가득한 질마재에서 꿈을 이루고 있는 주지은씨(31)

‘쌀토끼 미미’ 브랜드 달고 세계 17개국 수출
 고창 대표 청년여성농업인 CEO로 명성 높아

전북 고창군 부안면의 질마재는 미당 서정주 시인의 고향 마을 이름이다. 질마재는 미당이 젊어 고향을 떠날 때 “스물세 해 나를 키운 건 팔 할(八割)이 바람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들과 바다만 펼쳐진 곳이다.
그 들녘에서 유기농 쌀을 재배하고, 그 쌀로 쌀 과자를 만들며 청춘을 디자인하는 젊은 여성 CEO(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지역사회에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질마재 농장’ CEO 주지은씨(31·여)가 그 주인공이다.

대학에서 의류디자인을 전공한 주 씨는 부모님의 농사를 도와 쌀과자를 만들고, 디자인과 스토리텔링, 온라인 판매 등으로 귀농 5년 만에 10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얻는 등 지역의 대표 청년농군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주 씨는 고창지역 청년 귀농인들의 모임인 ‘고창청년벤처스’에서 매주 친구들에게 온라인 판매 및 홍보 교육과 경험을 전수하며 귀농자들의 마케팅 능력 향상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귀농은 순간이더라고요. 부모님이 전주에서 사업을 했었는데, 지난 2010년 쯤 아버지께서 고향인 이곳으로 귀농을 했어요. 그러면서 여러 농사이야기를 자주 듣게 됐는데, 내가 잘할 수 있는 디자인을 농사에 활용하면 얼마든지 사업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무작정 저도 귀농을 했지요.”

지역 청년귀농인들에 온라인 판매·홍보교육 인기
전북대, 기계공고 등 강의에 한지패션쇼 심사위원도

주 씨는 고향이 전주다. 전주에서 초중고와 대학을 나왔다. 전북대학교에서 의류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리고 서울의 아동복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부모님이 귀농해서 곰보배추를 했는데, 생각보다 매출이 좋다고 자랑하시더라고요. 그렇지만 저는 무언가가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농산물이 그대로 공판장에 팔려나가는 것보다는 가공과 디자인, 판매 등 좋은 기술과 마인드로 포장된다면 얼마든지 사업 성공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 씨는 외동딸이다. 오직 하나뿐인 딸자식이 귀농을 한다고 하니, 좋아할 부모가 어디 있을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했던가. 지금의 주 씨는 부모님의 농사에서 절대적인 존재다. 아버지 주재만씨(60)와 어머니 하명자씨(57)는 주 씨를 바라만 봐도 흐뭇하다. “우리 딸은 어릴 때부터 똑똑했어요. 요즘 하는 걸 보면 어느 대기업의 CEO 못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질마재 농장의 제품디자인과 판매는 오롯이 주 씨의 몫이다. 부모님은 생산만 담당한다. 질마재 농장의 대표적인 제품브랜드는 ‘쌀토끼 미미’다. 아이에게 먹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얻는 것이 목표다. 언제나 ‘느리지만 정직하게’가 주 씨의 구호다. 그렇게 지금은 하루 두 트럭분의 택배가 전국을 달리고, 17개 나라에 수출이 이뤄지고 있을 만큼 성장했다.

▲ ‘달토끼 미미’ 쌀과자를 생산하고, 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제품들로는 백미, 백미 단호박, 백미 자색고구마, 백미 배, 현미 블루베리, 시금치 스틱, 현미 사과당근스틱, 현미 양파스틱, 백미 시리얼, 퀴노아 옹알이 등 지역에서 아이 과자 생산으로는 최대 벤처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질마재 농장은 3대가 운영하는 기업으로 더 자랑스럽습니다. 할머니가 계시는데, 가끔씩 간식도 챙겨 오시고, 웃음도 주시고, 이것저것 거들어 주는 것이 많아요. 그래서 저는 3대가 함께 공동 경영한다는 자부심이 큽니다. 농업의 경쟁력은 가족경영이 기반이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가지 제품을 만드는데 보통 7일 정도가 걸립니다. 씻고 찌고 말리고 볶아내는 여러 과정을 거치지요. 많은 인력이 투입되지만, 그래도 가족이 함께 힘을 보탤 때 효과가 크게 나타납니다. 물론 그 다음에는 폭넓고 다양한 마케팅도 중요하지요.”

주 씨의 의류디자인 실력과 각종 제품 디자인과 스토리텔링 등의 능력이 주변에 인정받으면서, 얼마 전 열린 전주한지패션쇼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특히 모교인 전북대와 전북기계공고 등에서 강사로 활동 중이다.
“국내 판매든 수출이든 물류비 대비해 소포장 제품에는 한계가 있어요. 올해 안에 소포장 제품 비용을 줄이고 확대 등을 위한 새로운 공간을 마련 중에 있습니다. 생산과 보관, 직원 휴게 식당 등을 보완해 제품생산에 따른 여건을 더 향상시켜서 즐거운 영농 기업으로 성장시켜내는 것이 꿈입니다.”

꿈과 희망이 넘실대는 ‘질마재 농장’을 나와 주 씨가 꼭 들러보라는 선운사에 오르다 보니 세월의 영욕에 희미해져 간 미당 서정주 시비가 발길을 붙든다.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았습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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