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의 아내가 헌 치마를 보내 천리 밖에 본마음을 의탁했네. 오랜 세월에 붉은빛 이미 바랬으니 노쇠하고 늙음을 생각하니 슬프구나. 재단하여 작은 서첩을 만들어 아들에게 경계하는 구절을 써보았네. 부디 부모의 마음 헤아려 종신토록 가슴에 새겨 두어라.’
이 시는 다산 정약용이 전남 강진에서 18년간 유배생활 중일 때 부인 홍씨가 남편을 그리워하며 시집올 때 가져온 낡은 치마(하피)를 보내온 것을 잘라서 두 아들에게 훈계의 말을 적어 보낸 ‘하피첩(霞帔帖)’ 서문이다.

다산은 부인이 보낸 6폭 치마 중 4폭은 하피첩을 만들어 두 아들에게 주고 나머지 2폭에 매화나무 위에 한 쌍의 새를 그린 ‘매조도(梅鳥圖)’를 딸이 시집가서 화목한 가정을 이룰 것을 기원하는 그림과 시문을 써서 전했다. 매조도와 하피첩은 남편, 아버지로서 다산의 가족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그리움이 담겨 있는 글과 그림이다.

강진에 있는 다산초당과 박물관을 돌아보면서 다산은 오늘날 우리가 바라는 위대한 통섭(統攝)의 지도자임을 알게 됐다. ‘다산의 귀양지' 정도로 생각했던 강진이 자연과 역사적 문화유산을 함께 간직한 아름다운 고장임을 새삼 느끼는 기회가 됐다.

다산 유적지뿐만 아니라 가우도 출렁다리, 고려청자박물관 등 볼거리도 풍부하다. 특히 강진만 주변에서 생산되는 풍성한 식재료로 만든 남도 특유의 맛깔스런 먹거리는 관광객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볼거리, 먹거리가 풍부하고 이야기가 있는 강진으로 가족과 함께 역사기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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