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반납 제도…대중교통 열악한 농촌은 효과 미미

▲ 출처:한국교통안전공단

전남 고령운전자 사망자 2.19명…평균보다 2.23배↑
안전성 강화한 도로 설계·혁신적인 자동차 기술 필요
프랑스·일본처럼 고령운전자 교통권 공론화도 시작돼야

11만6000여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운전자가 낸 교통사고 건수다. 2013년 6만7000여 건에서 73%나 늘어난 수치고, 유발한 사망자수도 전체 사망자의 22.3%에 달했다. 같은 기간 60대 미만의 교통사고와 사망자수가 감소한 것과 정반대다.

정부는 75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갱신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줄이고, 안전운전 의무교육을 이수해야만 면허 취득과 갱신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며, 한국교통안전공단은 고령의 버스와 택시 운전자의 반응속도 등을 검사하나는 운전적성 정밀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각 지자체도 고령운전자가 면허 반납 시 교통카드를 지급하고 있지만 자발적인 조치여서 아직 큰 효과를 보고 있진 못하다.

재정여건이 열악한 농촌지역은 이마저도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구나 고령화율이 높은 농촌지역은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간 67만 건의 교통사고를 분석한 ‘전국 시도별 교통사고 다발유형’에 의하면 고속도로 사고는 경기도, 차로 위반사고는 광주광겨시, 불법유턴사고는 대구광역시가 지자체 중 사고건수 또는 사망자가 가장 많았다. 특히 대표적 농촌지역인 전라남도는 자동차 1만대 당 고령운전자 사망자가 2.19명으로 전국 평균인 0.98명에 비해 2.23배 높았다. 전남의 65세 이상 농가인구는 전체의 45.9%인 14만6000여 명으로 광역지자체 가운데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고령운전자 시대에 대비해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고령운전자 시대를 대비한 도로설계의 혁신’ 토론회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됐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최병호 박사는 “고령운전자는 교차로 내 사고비율이 31%로 가장 높은데 교통표지 판독, 교차로 통과, 좌회전 차로 시점 찾기, 노면표시 따라가기, 신호등 응답하기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라며 “도로를 설계할 때 횡단보도 조명 강화, 발광형 교통표지와 점등형 표지병을 설치해야 하고, 방향표지 안내지명도 6개 이하로 하되 6개 초과 시 글자의 세로높이와 표지 크기를 110%로 확대해 판독할 시간을 더 줘야 한다”고 말했다.

▲ 지난 20일 국회에서는 고령운전자를 위한 도로설계 혁신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또한 최 박사는 “도로표지는 가로수에 가리지 않아야 하고, 시야를 가리는 시설이나 식재는 이전해야 하며, 잘못 진입할 우려가 큰 복잡한 교차로는 1방향 표시는 분홍색, 1방향 분기는 분홍색과 녹색을 혼용해야 한다”며 이어 “방향유도용 유색포장 설치는 교차로 전방 400m, 두께는 1.2m, 갈매기 표시는 6.5m마다 표시해야 하며, 세로형 그루빙(도로에 홈을 파는 것)과 미끄럼 방지포장으로 곡선과 경사구간, 터널에 설치하면 시선 유도와 접지력이 향상돼 추돌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박사는 자동차도 고령운전자를 위한 기술이 중요하다며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전방충돌과 차선이탈 시 경고해 주는 ADAS(첨단운전보조시스템) 효과를 분석한 결과, 5.1배 더 안전하고 기기 미작동에 비해 사고 발생위험이 80%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최 박사는 “농촌은 먼 거리의 사람들을 만나고, 장을 보며, 의료기관 방문에 자동차가 꼭 필요해 운전면허 반납은 효과가 제약적일 것이라며 프랑스의 교통기본권, 일본의 교통기본법처럼 고령운전자의 사회경제능력, 교통안전, 이동권을 보장하는 고령운전자 교통권의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주장했다.

국토교통부 이정기 간선도로과장은 “고령화시대에 접어든 세태에 맞춰 이를 도로 설계에 반영해야 하지만 아직은 미흡한 점이 있다”면서 “5년 전에 도로설계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교차로와 횡단보도 조명시설 설치, 발광형 표지판, 진입로 유색 표장, 교차로와 내리막길 미끄럼 방지 시설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7개 종류의 도로에 관리청이 각각 따로 있다 보니 예산확보에 따라 가이드라인에 맞는 도로설계가 각기 이뤄지고 있어 재정여건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방도, 시도, 군도는 도로확충에 우선을 두지 안전을 위한 예산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건 큰 걸림돌이다. 이 과장은 “기존의 표지판이 개당 300만 원인 반면, 발광형 표지판은 무려 3000만 원에 달해 일괄적으로 교체하는 건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정부의 국정철학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 만큼, 안전한 도로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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