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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유월의 아침■ 독자수필-귀농아지매 장정해 씨의 추억은 방울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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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14  14:2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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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술렁술렁
가지 사이로 노닐고
가지 친 자리마다
토마토 향이 싱그럽다"

새벽인데도 밖은 벌써 환하다. 일 년 중에도 낮이 가장 긴 요즘, 시골에선 전등을 켜는 시간이 해가 지고 두어 시간이다. 자연시계는 올해도 절반을 넘겨가고 봄에 꽃 피었던 것은 저마다 열매를 맺고 익어가기 시작했다. 올해는 심은 지 거의 10년 만에 기적처럼 호두도 달렸다. 요새 나는 허리병으로 몸 쓰는 일을 거의 못해 남편 혼자 배봉지 싸느라 여념 없다.

새벽예배에서 돌아오면 밤새 내린 이슬방울에 발목을 적시며 집 주위 텃밭을 한 바퀴 돌아 오늘 하루 일용한 양식을 챙긴다. 화단가에 심은 자잘한 빨간 딸기, 뒷 산길의 오디 한 주먹. 작년에 떨어진 씨앗에서 자란 애기 손바닥만 한 들깻잎도 차곡차곡 따고, 어제 강에서 주은 올갱이 한 사발, 부추 한주먹 뜯고, 얼갈이 한 포기 뽑고, 방앗잎 몇 장 소쿠리에 하나 가득하다. 흐르는 개울을 따라 무릎을 넘게 자라 길을 지워버린 머위는 둥근잎 끝에 하트 모양을 만들어 바람에 너울대는 게 보는 이를 반겨준다. 텃밭 사이로 마구 자란 개똥쑥의 스피아민트 향은 얼마나 개운한지 껌 한통을 한 번에 씹는 느낌이다.           

우리집은 강을 끼고 산중턱에 오래 전에 별장처럼 지은 집이어서 풍광위주로 짓다보니 집이 서북향이다. 그래서 집 뒤쪽이 산 아래지만 오히려 남향이다. 그래서 뒷 담장 위로 길게 난 밭이 명당인 셈이다. 올해 우린 여기에 두 가지의 토마토를 심었다. 토마토는 잘 자라지만 곁가지가 많고 두어 뼘 자라니 중심줄기가 휘어지고 드러눕는 것이 보였다.

해마다 시작은 이렇게 하지만 다른 일에 바빠 돌보지 못하면 토마토는 자라며 곁가지를 내고 본가지보다 더 크게 자라 V자 형태로 벌어져 지줏대를 따라 수직으로 자라지 못하고 곁가지가 또 곁가지를 내어 걷잡을 수 없이 서로의 잎으로 뒤엉켜 버린다. 남편은 “곁가지에도 꽃은 폈더라. 거기도 열매 달겠지.” 라며 그냥 두란다. 나는 산책을 마치는 길이라 수돗간에 거둬들인 채소를 물에 담가놓고 가위와 끈을 들고 토마토밭에 올라가 이미 본 가지보다 더 크게 자란 곁가지를 사정없이 잘라냈다. 줄기가 벌어지고 틀어진 것을 바로 세우고 지줏대에 다시 묶어줬다.

토마토의 원줄기를 다치지 않게 하려고 불편하게 몸을 굽히고 쪼그려 팔을 뻗으며 얼마 전에 병원에 다녔던 일이 생각났다. 일 년 전쯤 유병자 실손보험에 가입을 했던 터라 허리통증 치료 차 병원에 다니며 한 달 반 만에 150만 원을 썼다. 그래서 병원에서 보험서류를 떼어 보험사에 제출했다. 유병실손은 무병자보다 조건이 나쁘다. 그래도 치료비의 70%는 나온다고 얘기를 듣고 그 나마라도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심사를 한다더니 1만8800원이 나왔단다. 진단서를 떼는 데만도 1만원이 들었는데 150만 원의 치료비 청구에 1만8800원이라니 너무 어이가 없었다.

백세시대라 나이 고하를 차치하고 무서운 병도 많아졌고 건강에 대한 관심도 커지다 보니 갑자기 누가 어떤 병에 들지 모르기에 보험이 필요하다. 그러나 돈으로 건강을 살 수는 없다. 나 역시 스스로 노력하는 일을 포기하고 보험이 있으니까 쉽게 병원을 의지하려는 맘이 없었다고는 못한다. 나는 토마토 곁가지 틈에 또 생긴 곁가지를 보며 인간의 맘속에서 자라는 끝없는 욕심의 곁가지를 본다. 본래 원가지가 무엇인지도 잊은 채 곁가지로 엉클어진 내면을. 신이 내게 준 생명과 삶의 목적을 잊어버리고 사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본가지로 돌아가 더 가치 있고 소중한 길을 가야하지 않을까. 그래야 정말 인생에 좋은 열매 하나를 이뤄가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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