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올여름 더위를 어찌하고 작물을 키울까?이완주 토양병원 원장, 토명귀농아카데미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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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14  14:2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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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농산물 생산에
우선적인 타격을 준다.
농작물이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떻게 여름 더위를 이기고
작물 수확량을 높일 수 있을까?

결론은 뿌리를 가능한 한 깊이
뻗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가장 지혜로울 것 같다.
녹비작물 재배가 대안이다."

   
▲ 이완주 토양병원 원장, 토명귀농아카데미 총장

대전에서 남쪽으로 멀지 않은 지역에 강의 차 내려갔다. 강의장에 들어갔는데 말쑥하게 차려입고 날씬한 젊은이 한 사람이 나를 기다렸다는 표정으로 앞에 다가왔다. 그리고는 깊숙이 머리를 숙여 인사하는 것이다. 그는 이곳 농업기술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인데 몇 년 전 내 강의를 듣고, 이웃 군에 있는 자신의 감밭에 겨울 동안 녹비로 헤어리베치와 호밀을 파종했단다. 첫해는 심었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차이가 없었지만, 이태부터 조금씩 효과를 보이더란다. 3년차에는 배수가 눈에 띄게 좋아졌고, 낙과도 적어졌단다, 4년차에는 가을에 감 맛이 너무 좋아져서 누구의 돈을 받을지 모를 정로 골치가 아팠다는 이야기를 했다.

녹비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뿌리가 깊이 박히면서 흙의 물리성을 개량해준다는 점이다. 그래서 배수가 재배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는 것이다. 또한 뿌리가 살아생전에 가지고 있던 양분을 고스란히 그 자리에 남겨둔다는 점인데, 그 중에 가장 중요한 성분은 인산이다. 흙속에 잘 움직이지 않는 특성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다른 성분은 나눠서 주지만 인산은 모두 다 한꺼번에 밑거름으로 준다. 인산은 뿌리 속에 전체 인산의 80%를 지니고 있다. 게다가 호밀 뿌리가 1m나 뻗어 내려감으로 인산 성분이 1m까지도 충분하게 있게 된다.

필자는 몇 년 전 오산역에서 인상적인 광경을 보았다. 그해도 몹시 가물어서 시청에서 관리하는 거리 화분이 모두 말라죽어 있었다. 역 앞의 대형화분에 심겨진 메리골드도 역시 죽어 있었다. 그런데 V자 화분 가운데 심겨진 메리골드는 꽃이 피고 있었다.

내 아버지께서 살아생전에 늘 말씀하시던 ‘뿌리가 번성해야 잎이 번성한다’(근심엽번, 根深葉繁)는 옛말이 딱 맞는 것이었다. 가뭄에 꽃피는 메리골드는 화분의 가운데, 그러니까 토심이 가장 깊은데 있는 것이었다.
필자는 또 검정콩의 싹을 틔어 보았다. 뿌리가 먼저 나왔는데, 뿌리가 굵은 놈은 떡잎도 크게 나온다. 식물은 뿌리를 뻗어 살 궁리하고 나서 잎을 펴고 광합성을 해서 살아간다.
세 가지 이야기를 늘어놓은 이유는 식물에게 뿌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확인시켜 주기 위해서다. 식물이 병이 났다면 먼저 뿌리를 살펴봐야 한다. 병뿐만 아니라 자람과 수량까지도 잎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뿌리가 결정한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뿌리를 더 깊이 뻗게 하며 더 귀중하게 다뤄야 한다.

지난해 여름더위는 기억하고도 싶지도 않다. 거의 40℃를 육박한 날이 35일이었다. 이런 숫자는 지금까지보다도 3배나 길다. 다시 말하자면 여름이 점점 길어진다. 지나간 날들이야 그렇다 쳐도 문제는 금년 여름의 싹수다. 벌써부터 30℃를 오가며 어떤 지방에서는 35℃를 웃돈다. 조짐이 불길하다.
이런 기후의 이상변화는 농산물생산에 우선적인 타격을 준다. 농작물이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여름 더위를 이기고 작물의 수확량을 높일 수 있을까? 앞서 세 가지 예를 든 것처럼 뿌리를 가능한 한 깊이 뻗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가장 지혜로울 것 같다. 이미 심은 과수도 마찬가지다. 녹비를 재배하면 자연히 뿌리가 깊이 뻗을 수 있고 적당하게 배수가 되면서 저장도 된다. 호밀은 뿌리가 1m까지 뻗고 그 숫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늦어도 2~3년이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여름에도 재배가 가능한 녹비가 있다. 네마장황이라는 콩과작물이 있고, 지난해부터 바람이 불기 시작한 크나프도 있다. 크나프를 전기전도도가 최고 21.6dS/m에서 두 달간 키워보았더니 지상부의 생초량이 50톤/㏊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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