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마을활성화 주민의 힘으로⑧ - 강원도 홍천 ‘열목어마을’

농업인으로 구성된 마을기업형 농업이 성장하려면 어떤 디딤돌이 필요할까? 해당 현장을 찾아 농업인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기업형 새농촌마을의 활성화를 모색하기 위해 기획특집 ‘마을활성화 주민의 힘으로’를 연재한다.

강원도 홍천 열목어마을은 물고기 열목어의 서식 환경이 가장 잘 갖춰져 있어 강원도 문화재 제67호로 지정돼있다. 뿐만 아니라 오대산 국립공원 구역이자, 백두대간보호법으로 지정된 청정구역으로 열목어마을 전체가 보호구역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농업이 아니면 다른 일에 많은 제약이 따랐다. 축사도 못 짓고, 식당도 할 수 없었다. 지난 2008년 주민들은 힘을 모아 마을을 농촌체험관광지로 개발했고, 현재는 전국 최초의 치유마을로 거듭나 치유농업을 널리 알리고 있다.

▲ 강원도 홍천 열목어마을 (왼쪽부터)임정분 추진위원장, 박숙자 부녀회장, 배옥주 총무, 김유안 사무장은 치유프로그램을 통해 농촌공동체의식을 높여 주민 간 화합하고 있다.

"치유마을, 인적자원이 곧 소득"
자격 갖춘 주민들이 치유농업 선도

마을서 소방관 정신건강 치유
열목어마을은 지난해 소방관심신건강 농촌치유프로그램을 통해 농촌치유마을로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임정분 추진위원장은 열목어마을의 경쟁력이 주민들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마을주민들의 역량을 높여 심리상담사, 산림치유지도사, 약선음식지도사 등 전문 자격증을 취득토록 했습니다. 이로써 열목어마을에는 13명의 주민으로 구성된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농촌진흥청 시범사업으로 지난해 8월 처음 치유마을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한 열목어마을. 지난해 마을에는 소방관 10여 명이 찾아와 1박2일 간 농촌힐링을 만끽하고 돌아갔다.

전국에 치유농업 인증을 받은 농가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마을단위로 치유프로그램을 접목한 곳은 열목어마을이 최초다. 농진청은 2021년까지 농촌치유마을을 26개소 조성할 계획이다.

“홍천군은 도시에서 접근하기에 가까운 강원도 시군 중 하나지만, 내면은 다른 읍면보다 안쪽이어서 교통이 불편합니다. 그래서 잠깐 왔다가 갈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보다 머물면서 쉬었다 갈 수 있는 농촌치유마을로 방향을 잡았어요.”

주민들은 소방관들이 방문했을 때 스트레스측정기를 통해 이들의 정서를 정확한 숫자로 데이터화해 알려줬다. 농촌의 풍부한 자연에서 치유를 찾기보다 먼저 정확한 숫자로 측정된 데이터를 통해 문제점에 접근한 점이 차별화됐다.

“실제 의료기기인 스트레스측정기를 구비해 소방관들의 축적된 스트레스 수치를 넌지시 알려주고, 치유프로그램을 마친 후 다시 측정해보면서 변화된 수치를 눈으로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범사업을 통해 인연을 맺은 정신과와 한의학 의료진들은 마을에서 운영하는 치유프로그램의 우수성을 인정해 앞으로도 치유프로그램에 주민들과 지속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고 한다.

임 위원장은 소방관들에게 다양한 피드백을 전달 받았다고 전했다.

“대전에서 홍천으로 오신 소방관들이 오고가는 시간을 제외하면 1박2일은 너무 짧다는 의견을 주셨어요. 그래서 앞으로는 치유프로그램을 2박3일과 3박4일 두 가지로 운영할 계획이에요.”

전문과 과정 통해 농촌주민 성장
“농촌치유프로그램을 만들어도 인적자원이 없으면 진행할 수 없습니다. 전문가들이 투입돼 치유프로그램을 진행하기 때문에 기존의 농촌체험과 교육, 치유보다 수준이 한 단계 높아졌다고 생각해요.”

열목어마을위원의 배옥주 총무는 5년 전 꽃차강의를 듣고 꽃차사범과정을 마스터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배 총무는 마을이 키운 인재에요. 처음에는 마을에서만 강사활동을 하다가 대학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꽃차를 전공했고, 충북 제천의 세명대와 강원 춘천 한림대에서 꽃차강의를 나가고 있어요. 올해 60세 나이에도 학업에 용기를 낸 건 마을에서 진행된 역량강화교육이 계기가 됐죠.”

배옥주 총무는 대학을 다니면서 한식조리사자격증과 팜파티플래너, 바리스타자격증 등 다양한 자격증을 두루 갖췄다. 열목어마을 치유프로그램에는 약선음식을 통해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격증을 통해 전문가가 된 주민들은 트리클라이밍, 자연놀이지도사, 숲밧줄놀이, 서예 등 맞춤역량을 키워 치유마을 운영에 제각각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농촌치유 주력해 고소득 올릴 터
지난해 열목어마을 방문객은 1700여 명 밖에 안 됐다고 임 위원장은 말했다. 대부분 단순체험객이었다.

“마을이 원활하게 운영되려면 체험소득이 최소 1억5천 이상은 돼야 하는데, 트리트라이밍 같은 단순체험의 경우 1인당 2만 원 정도로, 1700명이 방문해도 마을에는 남는 수익이 얼마 없습니다. 하지만 농촌치유프로그램은 단체손님으로 오고, 1박2일 간 1인당 26만 원 가량으로 측정돼 보다 큰 수익이 돌아와요. 마을주민들은 차라리 적은 인원을 받고 치유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진행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임 위원장은 치유마을의 소비층이 도시민들에게만 한정된 것은 아니라고 말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감정노동자가 740만 명이라고 합니다. 업무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기관에서 단체로 치유마을에 방문해 치유프로그램으로 힐링 하셨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1년에 많이 받아도 400~500명인데, 앞으로 농촌치유마을이 20개, 30개 더 생긴다고 해도 740만 명을 전부 수용하기 힘들 거예요. 치유농업과 치유마을공동체의 전망이 밝은 이유입니다.”

▲ 지난해 열목어마을에서 소방관 심신건강 농촌치유프로그램을 처음 체험한 소방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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