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적자 6299억 원…역대 최악 기록

▲ 정부는 7월까지 주택용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한다는 입장으로 이후 산업용·농업용 전기요금까지 올리는 거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 열린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공청회 현장.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7월 예정
개편 시 1911억~2985억 소요…모두 한전 부담
농업용 전력판매 1.5% 불과…농업 희생 강요하나

누진제 개편한다는데…
전기요금 개편 논의가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00년만의 유래 없는 폭염으로 3단계 주택용 전기요금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높았다. 그 결과 1kWh당 1단계(200kWh 이하)는 93.3원, 2단계(201~400kWh)는 187.9원, 3단계(400kWh 초과) 280.6원이던 것이 1단계와 2단계 적용구간을 각각 100kWh씩 확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한시적 조치로 이번 기회에 누진제를 전면적으로 바꾸려는 정부측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 1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이 개최한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공청회’에서 정부가 내놓은 개편안은 크게 3가지로 1안은 지난해처럼 하계 한시할인 방식을 적용해 1단계를 300kWh, 2단계를 450kWh까지 늘려 누진구간을 확대하는 것이다.

2안은 누진 3단계를 폐지해 여름에 사실상 누진제를 폐지하는 효과를 거둔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실제로 3단계 가구가 1단계 가구에 비해 누진제 민원 빈도가 5.7배 높았지만, 2안의 경우 전기를 많이 쓰는 소비자만 혜택을 본다는 단점이 있다. 1안과 2안의 할인적용 가구는 각각 1629만 가구, 609만 가구에 이르지만 요금인상은 없을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3안은 연중 단일요금 적용으로 누진제를 완전 폐지하는 것이다. 누진제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300kWh 이하의 약 1400만 가구는 요금인상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100kWh 이하 사용가구의 월 전기요금은 4440원, 150kWh 이하는 6270원, 200kWh 이하는 8110원이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누진제를 완화하거나 확대하는 방안은 한전의 재정 악화를 피할 수 없게 한다. 1안과 2안으로 인한 전기 할인요금은 1911억~2985억 원에 이르지만 결국 한전이 모두 떠안아야 할 빚인 셈이다. 올해 1분기 한전은 6299억 원이라는 역대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주택용 전기요금을 할인하면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아 전기를 싸게 쓰고 있다는 인식이 강한 농업용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는 거 아니냐는 농업계 우려가 현실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농업용 전력판매 비중 1.5%에 불과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일정은 공청회 이후 민관TF가 권고안을 제시한 이후, 한전 이사회 의결과 전기위원회 심의, 산업통상자원부 인가를 6월까지 마치고 7월에 시행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이미 지난 3월 ‘산업용 경부하 전기요금 개편안’을 마련해 산업용과 농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불을 지폈다. 한전은 지난 10년간 농사용 전력수요 연평균 성장률이 7.7%로 일반용 3.1%, 주택용 2.1%는 물론이고 전체 3.3%보다 크게 웃돌아 농업계가 비효율적인 에너지소비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농업용 전기의 원가보상율은 40% 수준으로 100원을 들여 40원에 판매해 석유 대신 전력을 쓰는 비율이 증가했고, 특히 500kW가 넘는 기업농의 연평균 성장률이 20%에 달해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를 위해 정부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개편안은 전기를 덜 쓰는 심야시간 경부하(오후 11시~오전 9시) 요금을 10% 인상하자는 것이다. 대신 최대부하(오전 10시~낮 12시, 오후 1시~5시)와 중간부하(오전 9시~10시, 낮 12시~오후 1시, 오후 5~11시) 요금은 5%를 낮추자는 것이다.

이번 공청회에 참석한 산업통상자원부 박찬기 전력시장과장은 “정부는 다양한 여론을 수렴해 중장기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방향으로 차질 없이 전기요금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발언해 앞으로 개편 속도가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경영비 증가에 휘청이는 농업계에 농업용 전기요금까지 오르면 농업인들에게 아주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전력판매 비중을 보면 산업용은 54.5%, 주택용은 13.6%이지만 농업용은 1.5%에 불과한데도 대규모 기업농을 빌미로 한전의 적자를 메우려고 또 다시 농업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거 아니냐며 농업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생활개선봉화군연합회 김옥랑 회장도 “한전은 막대한 이익이 생겨도 자신들만의 잔치로 끝내더니 손실이 예상되니 농업인에게 고스란히 전가하려 한다”며 “공기업인 한전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위해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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