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60)

"육감적인 아름다움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건강한 아름다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받아 모두를 놀라게 했다. 환호와 축하의 박수가 들썩들썩하는 세계적 축제였다.

바로 이 기쁘고 화려한 영화제 뒷켠에서 상상키 어려운 해프닝이 벌어져, 적지 않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한 디너파티에서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중 한명이었던 할리우드 여배우가 혼절한 ‘사건’이다. 주인공은 바로 엘르 패닝이었다. 다행이 얼마 후에 그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오늘 밤 1950년대 드레스를 입고 기절했는데 다 괜찮아!!”라는 글과 함께, 웃으며 엄지를 치켜들고 있는 사진을 게재했다. 이어 “드레스가 너무 꽉 끼어”라고 해시태그를 달았다. 한마디로 이날 엘르 패닝이 실신한 이유는 꽉 끼는 드레스 때문이라는 이야기였다.

엘르 패닝은 1998년생으로 175㎝의 늘씬한 미인이다. 그녀의 첫 데뷔는 배우인 언니 다코타 패닝의 아역을 맡으면서였다. 묘한 분위기와 눈빛, 길쭉길쭉한 팔다리, 긴 목, 작은 얼굴, 화려한 금발이 더해져서, 그녀를 보다보면 ‘요정인지 사람인지 모르겠다’며 ‘헉!’소리를 낼 만큼 매력적이라 했다. 거기에 연기력까지 인정받아 여러 개의 상을 타면서, 올해 칸영화제의 최연소 심사위원으로 초청됐다.
이날 엘르 패닝이 입은 드레스는 그녀 말대로 1950년대 유행했던 스타일이었다. 가능한 한 가슴부터 허리까지 꽉 조여 인체의 곡선미를 극대화하는 육감적 아름다움을 나타내게 하는 옷이다. ‘고통스런’ 몸매관리를 해야 입을 수 있는 옷이다.

기절할 정도로 몸을 꽉 조여 아름다움을 나타내려 했던 역사는 매우 길다. 15세기부터 그랬다. 몸을 꽉 조이기 위해 16세기에는 고래수염이나 금속(steel) 코르셋까지 등장했다. 몸통을 조여 인체의 곡선을 강조하는 이 유행은 장장 600여 년간 계속되며 여성들의 건강을 해쳤다. 엘르 패닝처럼 잠간씩 기절하는 일도 잦았다. 심지어 그것이 남성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매력 포인트로 여기던 시대도 있었다.

19세기 초나 20세기 초기에 허리를 해방시키는 스타일이 잠시 유행하기도 했으나, 1947년 발표한 크리스찬 디올의 8자형 라인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50년대는 물론 1965년 미니가 등장하기까지 몸통을 조이는 스타일이 세계 여성의 사랑을 받았다. 마릴린 먼로, 엘리자베스 테일러, 소피아 로렌 등 대표적인 스타들이 이런 옷을 입고 섹시한 아름다움을 뽐냈다. 미니스커트가 등장하며 젊은이의 패션이 유행의 큰 흐름을 이끌면서 사람들의 옷에 대한 개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다는 최고의 가치는 여전히 여성의 곡선미를 살리는 것인 듯하다. 결혼식의 드레스나 파티 드레스, 레드카펫 배우들의 드레스에는 ‘사람 잡는’ 그 옷이 등장을 한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아름다움을 갖춘 엘르 패닝조차도, 더욱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몸통을 조이고, 그것도 부족해 굶는 것조차 마다하지 않았다가 그 ‘사고’를 냈다. 

아름답다는 것은 영원한 여성들의 염원일 것이다. 그러나 육감적인 아름다움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건강한 아름다움이란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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