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개발 국산쌀 이용 쌀맥주 제조기술 산업화

맥주애호가들 통해 인기몰이…해외서도 품질 호평

▲ 국산 쌀을 이용한 쌀맥주 제조기술을 개발한 국립식량과학원 박지영 연구사가 쌀맥주의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기능성 쌀로 만든 수제맥주가 국내 맥주 애호가들에게 서서히 인기를 얻어가고 있는 가운데, 해외에서도 그 맛을 인정받는 등 국산 쌀맥주가 우리 쌀 소비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4일 브리핑을 통해 맥주의 주원료인 외국산 맥아를 우리 쌀로 일부 대체한 ‘쌀맥주’ 제품이 출시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출시된 쌀맥주는 전분 대체제로 수입 맥아 대신 우리가 개발한 품종의 쌀을 30~40% 넣은 것으로, 서울벤처대학교대학원, 바네하임, 국순당 등 주류업체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제품화됐다.

쌀맥주는 맥주의 주원료인 맥아(보리) 대신 전분 대체제로 쌀을 일정 비율 첨가해 제조한 맥주를 말한다.

쌀맥주 제조에 들어가는 우리 쌀 품종은 ‘설갱’, ‘한가루’ 등 연질미와 ‘도담쌀’, ‘큰품’, ‘흑진주’ 등 기능성 쌀 품종이다. 이중 ‘설갱’과 ‘도담쌀’은 산업체와 지역농가가 계약재배를 통해 쌀맥주로 가공되고 있다. 농진청은 이 쌀에 쌀의 당화를 돕는 액화 과정을 추가해 맥주 고유의 향과 부드러움을 살려냈는데, 맥주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 쌀을 최대 함유할 수 있는 있는 혼합비율은 40%가 적합하다는 게 농진청의 연구결과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개발된 국산 쌀맥주는 차별화된 맛과 품질로 출시 전부터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고식이섬유가 일반 쌀보다 6배나 많은 기능성쌀인 ‘도담쌀’을 30% 넣은 수제맥주 전문점인 ‘바네하임’의 쌀맥주가 세계 3대 맥주대회로 손꼽히는 호주국제맥주대회에서 올해 은메달을 수상하는 쾌거도 올렸다.

대회 주최측은 “기존 특유의 가벼운 쌀맥주의 특성이 아닌 적당한 바디감(풍미)과 쓴맛으로 차별화했고, 국제적인 맥주 품질기준에 부합해 상업적․기호적 가치를 인정했다”는 심사평을 내놨다.

이곳에서 제조된 맥주는 국내에서 인기리에 판매되며 맥주애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설갱’ 품종을 40% 넣어 만든 국순당의 쌀맥주도 이달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선호도 조사결과, 풍미가 깊고 부드러우며 깔끔해 가장 맛있다는 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진청으로부터 지난해 쌀맥주 제조기술을 이전 받아 쌀맥주를 제조․판매하고 있는 강원도 강릉 ‘버드나무 브루어리’의 제품(설갱 40% 첨가)도 풍미를 살린 담백하고 부드러운 맛이라는 평을 받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농진청은 쌀맥주 원료를 우리 쌀로 대체할 경우, 쌀 소비 증가는 물론 농가소득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633억 원으로 국내 전체 맥주시장 규모인 5조 원에 비하면 점유율이 낮지만 최근 3년간 41%나 성장하는 등 시장성은 밝다. 국내 수제맥주 양조장도 2015년 79곳에서 127곳으로 급성장했다.

또한 소규모 맥주제조 시설의 규모를 기존 5~75㎘에서 5~120㎘으로 변경하고, 쌀맥주 과세표준도 쌀 함량이 20% 이상인 맥주는 출고 수량 전부에 대해 적용률을 30% 인하하는 등 제조․판매 관련 제도 개선도 이뤄지고 있어 수제맥주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국내 수제맥주 시장에서 쓰이는 수입 맥아 약 5000톤을 우리 쌀로 40% 정도만 대체해도 2000톤 가량의 소비 효과가 예상된다는 게 농진청의 설명이다.

▲ 농촌진흥청 김두호 국립식량과학원장이 국산 쌀을 이용한 쌀맥주 실용화 성과에 대해 농업전문지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다.

농진청 박지영 연구사는 “국산쌀을 이용한 수제쌀맥주 시장의 성장은 지역 쌀의 소비촉진과 쌀 재고문제 해결을 위한 논 타작물 재배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호 국립식량과학원장도 “차별화된 쌀맥주 개발로 쌀의 용도를 다양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는 연구”라며 “가공용 쌀뿐만 아니라 맥아 등 맥주 원료를 국산화해 쌀 소비 확대와 농가소득 향상에도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국내에서 맥주 제조에 사용되는 맥아는 거의 전량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연간 20만 톤에 달한다. 이 중 수제맥주업체의 맥아 사용량은 연간 5000톤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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