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제정 촉구 포항시민, 국회 앞에서 상경 집회

▲ 2017년 11월15일 발생한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소에 의한 인재임이 밝혀졌지만 정부의 공식적 사과와 피해보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일 국회 앞에서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한 집회 현장.

지열발전소로 촉발된 지진…경제손실 14조원 추정
포항지진특별법 제정은 여야 정쟁으로 계속 미뤄져
포항시민, 국가보상·책임자 처벌·지역경기부양 등 요구

“포항지진은 자연지진이 아닌 지열발전소로 인한 촉발지진이다.”
지난 3월20일 정부조사단은 2017년 11월15일 규모 5.4의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을 위한 고압의 물이 단층대를 활성화시켜 발생한 ‘촉발지진’이라고 최종 결론내렸다.

포항 11.15 촉발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에 따르면 51여만 명의 포항 시민 중 약 42%가 지진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고, 6만3000여 건의 물적 피해, 5000여 명 인구 감소, 부동산 가격 폭락, 기업유치 실패 등으로 경제적 손실이 14조 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2010년 산업통상자원부가 신재생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국책사업으로 추진된 지열발전소가 지진을 촉발시켰기 때문에 정부의 피해보상은 당연한 것이라고 대책위는 주장하고 있다.

지난 3일 국회 앞에는 포항에서 상경한 지진피해주민, 한국생활개선포항시연합회 등 1000여 명이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지진피해 특별법 제정하라’, ‘촉발지진 책임자 구속하라’, ‘침체된 포항경제 살려내라’ 등이 적힌 현수막, 피켓, 만장을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지난 3일 포항시의회 김성조 의원은 포항지진에 대해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 대책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현재 포항지진과 관련한 특별법은 3건이 발의돼 있다. 자유한국당 김정재 의원(포항 북구)이 발의한 ‘포항지진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안’에 의하면 ▲국무총리 소속 포항지진배상및보상심의위원회 설치 ▲대통령령으로 배상금·위로지원금·보상금 등의 사항 규정 ▲포항트라우마 센터 설치 ▲침체된 포항경기 부양을 위한 국가지원방안 강구 등을 담고 있다. 하지만 선거법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로 특별법 제정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이에 대책위 공동위원장들은 각각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대대표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찾아 포항지진의 신속한 피해 회복을 위한 입법부의 행동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전달했다.

이 원내대표는 “포항지진은 국가에 의한 인재이므로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다”면서 “당내 포항지진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단발성 피해보상 이외에도 진상규명, 재발방지를 위해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특별법 처리와 추경예산 통과를 위해 자유한국당이 하루 빨리 국회 정상화에 동참해야 한다고 단서를 붙였다.

나 원대대표는 “6월 국회가 열리면 포항지진특별법 통과를 우선 추진하겠다”면서 “이번 추경예산에 피해주민을 위한 직접적 예산이 포함돼 있지 않은데 우선 정부가 예비비를 투입할 수 있도록 요구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국회가 정상화 되려면 여당이 패스트트랙의 일방적 추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해 국회 개회가 쉽지 않음을 내비쳤다.

대책위 공원식 공동위원장은 “포항지진이 국가에 의한 인재로 밝혀졌음에도 정부는 공식적인 사과는커녕 과거 정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미온적 태도로 포항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다”면서 “실질적이고 완전한 피해보상과 지역재건, 진상규명을 위해 특별법 제정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날 모인 참가자들도 포항지진 복구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면서 1년 7개월째 고통 받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정쟁을 멈추고 특별법 제정을 하루 빨리 서둘러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니인터뷰-한국생활개선포항시연합회 류민자 사무국장

피해 받은 만큼만 보상해 달라

특별법을 하루라도 빨리 만들어 달라고 오늘 새벽부터 5시간 넘게 걸려 서울에 왔다. 생업도 제쳐 놓고 온 건 그만큼 우리 포항지역이 피해가 너무 커서다. 지금도 집이 조금만 흔들려도 너무 무섭다. 앞으로도 정부가 세운 발전소 때문에 포항에 지진이 계속 날까 두렵다. 정부는 우리가 더도 말고 피해 입은 만큼만 보상해 달라. 우리들 생계가 너무나도 막막하다.

 

■한국생활개선포항시연합회 채정애 회장

조금만 흔들려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지진이 일어난 지 2년이 다 돼가지만 조금만 흔들려도 지진이 또 일어났나 싶어 심장이 두근두근거린다. 이게 TV에서나 들어본 트라우마라고 하는데 불안해하는 사람이 주변에 너무도 많다. 포항 경제도 너무 어렵다. 이런 저런 여파들이 합쳐져 시민들의 정서도 삭막해져 가는 것 같아 하루하루가 우울하다.

 

■한국생활개선포항시연합회 이옥선 前부회장

포항지진은 당연히 국가가 책임져야

지열발전소 때문에 많은 아파트와 주택에 금이 가고 타일이 떨어지며 피해가 막심했다. 금이 간 집에서 지진에 대한 트라우마로 불안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관광액도 줄어 포항경제가 말이 아니다. 국가가 책임을 인정하고 주민들이 생업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루 빨리 특별법을 만들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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