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이 되는 건강정보

간병도 자식보다 배우자 선호

삼성서울병원 등 공동연구팀, 전국 11개 의료기관 암환자 439명 조사 분석
나이들어 자식들이 있더라도 암에 걸리게 되면 가족 중 가장 의지하는 사람은 자식보다 배우자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긴병에 효자 없다’는 속담처럼 암이라는 중병에 걸리면 자식보다는 배우자를 더 편하고 부담스럽지 않게 생각한다는 사실이 실제 조사로 확인이 된 것이다.

남성이 여성보다
더 절대적으로 배우자에게 의존

암 환자들은 암 투병에 필요한 의사 결정에서부터 신체활동, 경제적·정서적 지원은 물론 병원 방문, 식사 준비까지 배우자에게 맡기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삼성 서울 병원 가정의학과 신동욱 교수와 국립암센터, 충북대 의대 등 공동 연구팀이 전국 11개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은 암환자 43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분석한 결과 밝혀졌다.

환자들 평균 나이는 70.8세이며, 남성(281명, 64%)이 여성보다 많으며, 72.7%(319명)가 발병과 치료 당시 혼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가족 구성에 따른 가족들의 간병 역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설문을 통해 조사했다.
조사 항목은 간병 내용에 따라 ▲신체활동 지원 ▲정서 지원 ▲경제 지원 ▲의사결정 지원 ▲병원방문 지원 ▲식사 지원 등 총 6개 항목으로 나누고, 가족 중 누가 주로 담당하는지 물었다.

그 결과 배우자에 대한 의존도가 모든 항목에 걸쳐 가장 높게 나왔다.
배우자에 대한 간병 참여는 신체활동 지원에서 71.2%, 정서 지원 68.6%, 의사결정 지원 41.7%, 병원방문 지원 49.1%, 식사 지원 64.6%로 나머지 가족 구성원과 큰 차이를 보였다.
경제 지원 부분에서만 배우자(34.6%)와 아들(30.7%)이 엇비슷한 수준으로 분석됐다.
한편, 아들과 딸의 역할은 항목에 따라 달랐다. 딸의 경우 아들과 비교 시 정서 지원(13.9% vs 9.3%) 부분이, 아들은 딸에 비해 경제 지원(30.7% vs 9.5%)과 의사결정 지원(24.6% vs 10.2%)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남녀별로는 환자 성별에 따라 배우자에 대한 의존 정도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가 남성이든 여성이든 배우자를 가장 의지한다는 점은 같지만, 남성 환자가 배우자에게 기대는 정도가 여성 환자보다 훨씬 컸다.
신체활동 지원 부분의 경우 남성 환자는 배우자에게 86.1%를 맡긴 반면, 여성 환자는 이 비율이 절반도 안되는 36.1%에 그쳤다. 여성 환자는 오히려 딸(19.6%)이나 아들(15.8%), 며느리(12.7%)에게 부탁하거나, 본인 스스로 해결하는(12%) 것으로 나타났다.

정서 지원 역시 마찬가지로 남성 환자는 84%가 배우자에게서 심리적 위안을 얻는반면 여성 환자는 이 비율이 32.9%에 불과했다. 대신 여성 환자는 딸(28.5%)과 아들(17.7%)을 통해 정서적 위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제 지원에서는 역전 현상도 발생했다. 남성 환자는 여전히 배우자(34.2%)에게 가장 많은 지원을 얻었지만, 여성 환자는 아들(40.5%)에 이어 배우자가 두 번째(31.6%)였다.
다만 환자의 나이가 들수록 대체로 배우자 의존 비율은 줄고, 자식이 이를 대체하는 경향을 보였다.

가족별 간병 역할 따라
정책 지원 세분화 필요 주장

연구팀은 이러한 국내 암환자 간병 현실에 기초해 향후 암환자에 대한 정책적 지원 역시 가족 구성원에 따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족 구성원별로 역할과 의존 정도가 다른 만큼, 그에 맞춰 지원해야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란 의미다.
연구팀은 이같은 조사 결과로 볼 때 “간병 부담도 가족 구성에 따라 적절한 역할 분담이 가족 내에서 이루어져야 간병에 따른 피로감을 줄이고 효율적일 수 있다”며 “아울러 가족들의 간병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도 이런 결과를 토대로 마련돼야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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