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2년 농정 성과·과제 대토론회 열려

▲ 문재인 정부는 지난 4월 농특위 출범을 시작으로 농정의 틀을 바꾸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됐지만 과제 역시 만만치 않다. 사진은 지난 1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주최 사람 중심의 농정 개혁 대토론회 현장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지속가능한 시민의 農’ 2045 발표
박진도 농특위원장 “2022년 농정예산 30%는 공익형직불제”
비농업계 ‘농업패싱’ 여전해…국민적 관심 불러일으켜야
쌀값 안정·가축전염병 예방 성과도 있지만 보완점도 많아

문재인 정부 농정 2년 성과는?
‘농정의 틀’을 바꾼다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경쟁과 효율성에서 벗어나 다원적이고 공익적 가치를 극대화해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구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취임 2년이 지나도 농업인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다.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이하 농특위) 발족도 지난 4월에서야 겨우 마쳤다. 인력·예산 면에서 여러모로 아쉬운 게 사실이고, 농특위원 구성에도 의문 부호가 달려 앞으로의 2년을 걱정스럽게 보는 시각도 만만찮다.

지난 15일 프레스센터에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사람 중심의 농정 개혁’ 대토론회에서도 관계자들은 현재 문재인 정부의 농정은 큰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전체 방향이 바뀌는 단계고, 추진하는 정책 중 미진한 부분은 국민과 농업인들의 목소리를 더욱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박진도 농특위원장은 “공익형직불제는 농정의 틀을 바꾸는 가장 유력한 수단으로 기존 생산주의 위주의 각종 보조금과 하드웨어 예산을 줄여 2022년까지 농정예산의 30%를 확보하는데 있어 농업인들의 동의를 구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면서 “농특위가 발족했음에도 주요 매체를 비롯한 유력 매체는 언급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농업패싱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이개호 장관은 “쌀값 안정과 가축전염병 예방으로 지난해 농업인 소득이 처음으로 4000만 원을 넘어섰지만 변화하는 식생활 패턴을 쫓아가지 못해 지난 겨울 채소가 생산량이 늘지 않았음에도 폭락의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앞으로 정부와 농업인은 수급관리 체계 개선과 새로운 생산방식 변화에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특히, 청년인력 육성과 살기좋은 농촌 재편에도 집중하겠다고 발언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오현석 위원은 국가비전 2045의 일환으로 진행한 지속가능한 ‘시민의 農’ 2045(이하 비전)에 관해 발표했다.

오 위원은 “농민은 예외적 존재라는 비시민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농업·농촌은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의 주춧돌이자 미래 문재 해결의 역할을 위해 비전은 사람·산업·공간·정부 4가지 전략이 계획돼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지역농정을 위한 농업회의소 법제화, 농업경영체등록제 강화, 청년농과 귀농귀촌 활성화 ▲식량자급율 제고, 환경보전형 농업, 지역 푸드플랜 구축 ▲협동생활 경제망 구축, 재생에너지 신성장 동력화 ▲직불제 농정, 지방농정부서 설치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청년농업인 비중이 증가 추세로 전환되려면 매년 1000명 이상의 추가 유입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농 유입, 매년 1000명 추가로 필요
주제발표에 나선 농경연 마상진 연구위원은 “35세 미만 농가 65세 이상 농가 비율은 140.1로 농촌마을에 35세 미만 인구는 0.28명으로 이미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라며 “지금 추세라면 2025년에는 3725호 농가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매년 1000명 이상의 추가 유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마 위원은 “청년농의 노동생산성은 기존 농업인보다 2.4배, 토지생산성은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됐고, IT기기 활용이 능숙한 청년세대가 농업으로 유입되면 4차 산업혁명의 혁신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면서 “다른 나라도 청년농 유입을 위한 지원책을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는데 프랑스는 기존 직불금 이외에 최대 300만 원의 청년직불금과 2000만 원의 청년농 수당도 지급한 결과, 청년농 비중이 20%대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창농 준비기간 2년, 창농 이후 5년 간 생활비를 지원하는 ‘농업차세대투자기금’을 연간 150만 엔 지원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부터 독립경영 3년 이하의 만 18세 미만 이상 만 40세 미만의 독립경영 3년 이하 대상자에게 청년창업농 영농정착 지원금을 주고 있다. 그 결과, 승계 촉진과 신규 창업을 유도했고, 지난해 30대 이하 농림어업 종사자가 1만1600여 명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도 청년농 육성에 포커스를 맞추고 2022년까지 경북은 2000명, 전남 5000명, 충남 975명, 강원 3220명의 청년농을 육성하기로 했고, 경남은 청년농 5개년 육성계획을, 충북은 청년농 CEO 100명 키우기를 정책으로 내세웠다.

마 위원은 “새로운 농업주체이자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선도하는 청년농업인상(像)을 정립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지원을 사회적 경영승계 창농, 법인취업 후 창농, 임대농장 창농, 공동 창농 등으로 맞춤형으로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청년의 열정, 아이디어, IT기술력과 기존 농업인의 농지, 장비, 경륜 등을 결합한 세대융합 마을 중심의 창농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공사례로 경북은 7개 지역에 3억~5억 원을 지원하는 ‘청년농부 참여형 마을영농사업’을 성공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 문재인 정부는 고령화된 농업인력 구조를 개선하고, 농업경쟁력 강화, 농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청년창업농 육성에 적극적이다.

가축전염병 초기 대응에 성공
우병준 연구위원은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한 정부는 ASF(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데 해외 축산물 미신고 시 과태료를 최대 1000만 원까지 올리고, 발병을 대비한 가상훈련도 공개적으로 한 바 있다”면서 “ASF는 치료제나 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않아 치사율이 100%에 이르고, 이미 중국에선 보고된 건수만 133건으로 창궐해 양돈산업 전체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고 설명하며 농업인의 협조가 특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우 위원은 “구제역과 AI 정부 대처능력이 개선돼 초기 수습에 성공해 AI는 지난해 3월17일 충남 아산 산란계 농장 발생 이후 발생하지 않고 있고, 구제역도 2017년 이후 발생건수가 급감했으며 발생기간도 10일 이내로 큰 폭 감소했다”면서 “이는 방역정책과 신설, AI 반복발생 지자체에 방역 전담조직 구축, 취약농장은 상시점검이나 동절기 이전 수시 점검으로 바뀌었고, 철새 분변을 수거하는 전담팀과 야생조류 1차 확진 권한 지자체 부여로 예찰체계를 강화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시군별 최초 질병 신고농가에 살처분 보상금 감액을 20% 경감해 평가액의 100%까지 지급하는 등의 인센티브와 방역시설 미흡 또는 소독소홀로 5년 이내 3회 발병 농가의 허가를 취소하는 패널티 강화를 동시에 추진한 것도 효과를 거뒀다고 우 위원은 평가했다.

성과도 있지만 보완할 점도 분명 있어
종합토론에서 전라남도 서은수 농축산식품국장은 “우리 지역은 청년, 중소상공인, 농업인 등 3개군으로 나눠 ‘전남형 기본소득제’ 정책 추진을 앞두고 있는데 농업인 기본소득제의 경우 현재 재원, 지급방식, 대상 등을 다듬고 있다”면서 “하지만 지역적 접근이 아닌 국가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함에도 그러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한국농축산연합회 임영호 회장은 “정부의 쌀값 안정, 가축전염병 선제 대응은 높이 평가하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노력을 다해달라”면서도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해 청년층 유입이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최근 스마트팜 혁신밸리 평가위원으로 참여하면서 문제점도 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스마트팜은 딸기, 토마토, 파프리카, 고추 등의 작물 생산량을 30%나 증가시키겠다고 하는데 생산된 농산물은 수출 이외에는 판로 대책이 전혀 없다는 정부의 무책임 태도를 임 회장이 지적한 것이다. 아울러 농산물의 생산과 소비에 대한 정확한 통계 필요성도 주장했다.

답변에 나선 농식품부 박범수 정책기획관은 “얼마 전 농가경제조사에서 나타났듯이 농업인들이 유동자산을 팔아 고정자산을 사기 시작한 건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직불제 단가 인상을 첫 번째 농정으로 추진한 역대 정부와 달리 이번 정부는 농정 방향을 완전히 전환, 즉 TURN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공익형직불제, 사회적 농업, 로컬푸드, 스마트팜 혁신밸리, 과일간식제, 각종 바우처 사업 등의 정책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 중심의 농정, 지속가능하면서 공익적 기능의 산업으로 시각을 바꾸려는 대전환의 시기에 있다는 것이다.

박 기획관은 “앞으로 정부는 농업은 경쟁력 갖춘 산업으로, 농촌은 살기 좋은 복지가 충분한 곳으로, 농민은 소득과 경영안정을 가져갈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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