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92)

‘우리는 현금을 받지 않습니다. 신용카드·직불카드 또는 앱으로 결제해 주세요.’
미국의 레스토랑 체인인 <디그 인(Dig inn)>의 매장 앞에 내걸려 있는 안내문 이다. 미국 프로야구(MLB) 메이저리그에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속한 플로리다주의 탬파베이 레이스(Tampa Bay Rays)도 이번 시즌부터 홈구장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현금 거래를 없앴다. 스웨덴에서는 대다수의 교회가 헌금을 모바일 앱이나 신용카드로 낸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세계 최대의 커피체인점 <스타벅스>가 국내에서 ‘현금 없는 매장’을 전국 총 1280개 매장의 68%인 759곳으로 확대 운영한다고 밝혔다. 현금 없는 매장에서는 신용카드나 모바일 페이, 스타벅스 회원카드로 결제한다. 스타벅스측은 “간편 결제를 통해 고객 대기시간과 현금 정산 업무시간이 줄어 효율적인 매장운영이 가능하다”고 했다. 편의점 체인인 <씨유(CU)>는 2016년 48%였던 카드결제 비율이 지난해인 2018년엔 전체 결제의 절반이 넘는 59%까지 늘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현금결제가 사라지는 추세는 점점 더 가속화 될 전망이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유통기업인 <아마존(Amazon)>과 현대백화점이 손잡고 오는 2020년 하반기 서울 여의도 파크원 부지에 무인자동화와 드론 배달기술 등을 적용한 신개념 매장-현대백화점 여의도점(가칭)을 연다. 현대백화점은 아마존의 세계 최초 무인 자동화 매장 ‘아마존 고(Amazon Go)’의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 ; 구매한 물품을 계산대에서 따로 결제할 필요 없이 그냥 걸어 나오면 된다는 뜻)’ 기슬을 적용한 ‘신개념의 미래형 무인 매장’이라고 밝혔다.

돈-화폐는 지난 5000년의 오랜 역사 속에서 인류문명의 부침과 함께 진화를 거듭해 왔다. 돈이 생겨나기 전, 석기시대 원시인류는 자신들이 가진 물건을 서로 맞바꾸는 물물교환을 했다. 그러나 자신이 가진 물건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직접 찾아야 하고, 서로 다른 가치 개념에서 오는 기대가격 차이, 물건을 직접 나르거나 보관해야 하는 불편함이 서로 맞물려 물물교환에서>금속화폐>지폐>신용화폐(어음·수표)로 빠르게 진화했다. 지금과 같은 신용카드가 등장한 건 지금으로부터 200년이 채 안된 1851년 미국에서다. 지금은 신용카드 외에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암호화폐(나노·nano)가 공공연하게 전자상거래 수단으로 이용되는 세상이다.

구 저편 베네수엘라에서는 물가상승률이 무려 1,300,000(1백30만)%를 넘는 초인플레이션으로 돈의 가치가 떨어져 지폐는 개도 물어가지 않는 휴지조각이 되고, 대다수 국민들이 굶주림에 허덕이며 암호화폐 기부나 물물교환으로 연명하고 있다고 하니 “돌고 돈다 해 돈이란 말이 생겨난 것”이라던 우리 옛선인들의 해학이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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