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정…여성폭력 통계 공표 가능

▲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폭력 범죄통계 개선 세미나에서 젠더폭력에 대한 명확한 처벌규정 확립과 정확한 통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디지털 성범죄, 데이트 폭력 등 신종 여성폭력이 늘어나고 있지만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통계가 부족하다. 이에 다양한 젠더폭력에 대응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펼쳐지려면 명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범죄통계 데이터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폭력 범죄통계 개선 세미나’에 참석한 여성가족부 진선미 장관도 “정부는 젠더폭력 실태를 면밀히 파악하고, 적절한 정책을 마련하고자 ‘여성대상 범죄통계 데이터 구축 및 관리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며 통계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수정 교수 “죄명 대신 행위로 분류하는 ICCS 도입 필요”

연말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시행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윤덕경 연구위원은 “올해 12월25일 시행되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의하면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여성폭력 발생현황 통계를 위한 수집·산출·공표 의무가 부여됐다”면서 “통계를 통해 여성폭력이 개인 간 행위가 아닌 인권침해의 차별행위이자 국가개입이 필요한 폭력임을 부각시키고, 은폐되는 피해자의 실태를 드러내는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여성대상 범죄통계 필요성을 주장했다.

윤 위원은 “신종 성범죄인 데이트 폭력은 공식통계로 공표되지 않고, 처벌규정도 없으며, 스토킹은 10만 원 이하의 경범죄로 처벌할 수밖에 없다”면서 “통계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중심으로 수집되고 있고, 연령을 9개로 형식적으로 분류하거나 구체적이지 못한 가해자-피해자 관계 구분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피해자를 13세 미만, 19세 미만, 65세 이상으로 범주를 나눠 피해자가 아동·청소년·노인 등으로 구분하고, 범행의 지속, 반복성을 보여줄 수 있는 항목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뢰도·활용도 높일 수 있는 ICCS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여성대상 범죄통계는 형법이나 특별법으로 구분되면서 뿔뿔이 흩어지거나 사라지고 있다”며 사건 하나를 예로 설명했다.
지난 3월 군산에서 50대 남편이 60대 아내를 살해하고 논두렁에 유기를 한 사건이 있었다. 피해자는 온 몸에 피멍이 든 상태로 발견됐으며 끔찍한 가정폭력으로 사망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상해치사죄로 기소하려다 언론에 알려지자 살인죄로 기소하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더 기가 막힌 건 가해자는 과거 4명의 전 부인을 모두 폭행했었고, 부인들 몸에 본인 이름을 강제로 문신으로 새기게 하는 엽기적 행태도 보였다.

이 교수는 “상해치사죄로 기소됐다면 아마 가정폭력에 의한 사망으로 여성폭력 범죄통계에 잡히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그 대안으로 “죄명이 아닌 행위 중심으로 범죄를 분류하는 ICCS(국제표준범죄분류)를 도입해 범죄통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CCS는 11개 행위가 대-중-소-세분류로 나눠져 있고, 정해진 분류원칙에 따라 통계가 작성돼 신뢰도가 높아지는 건 물론이고, 다른 국가와도 연계 분석할 수 있어 활용도 역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통계청은 2017년부터 한국범죄분류 개발 전략을 수립해 법무부, 대검찰청, 경찰청 등과 협업해 개발 중에 있다.

2021년에는 일반분류를 제정한 이후 표준분류로 전환한다는 게 통계청의 계획이다.
이 교수는 “여성이 신체적·정신적으로 안전할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려면 명확한 법률 제정이 필요하고, 그에 앞서 젠더범죄의 정확한 통계로 그 심각성을 공유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특히 경찰통계에 가해자-피해자 관계에서 배우자가 빠져 있어 가정폭력 통계를 정확히 알기 어려운 문제가 있는 만큼, 배우자를 포함해 구체적인 관계를 명시할 수 있는 항목 추가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일본의 경우 배우자 폭력 특별법이 있어 배우자의 폭력을 특정할 수 있다는 점이 우리나라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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