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유네스코 등재됐지만 건강한 전승에 적신호

▲ 농악은 2014년 유네스코의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지만 여전히 농촌의 노장년층 문화만으로 간주돼 젊은 전승자로 나날이 감소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일 농악연합회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 현장.

농촌의 노장년층 문화로만 간주돼 계승도 어려워
지역문화·학생·동호인과 어우러질 수 있는 환경 필요
농악을 전공한 젊은 전공자들의 다양한 진로 마련돼야

봄에는 모내기, 여름에는 풀 베기, 가을엔 추수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음악이 바로 농악이었다. 농촌에서 농악은 마을의 밴드로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종합예술이었지만 농업의 전체산업 비중이 3%가 채 안 되는 요즘 농악패 깃발 아래 소리하며 춤추는 모습은 너무나 그리운 광경이 돼버렸다.

2014년 유네스코의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농악이 지정되는 쾌거도 있었지만 지역적으로는 농촌, 세대로는 노장년층의 문화로만 간주돼 유구한 전통을 지키는 일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같은 해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돼 지역 문화격차를 해소하고, 고유한 문화를 발전시켜 지역주민 삶의 질을 향상시킴에 정부가 책무를 갖도록 했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이에 지난 1일 국회에서는 대한민국농악연합회 주관으로 ‘사회적 환경과 농악의 미래’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농악이 진정한 한류문화 콘텐츠
두리미디어 최용철 대표는 “유네스코는 농악을 한국의 대표적 종합예술로 공동체 활력과 정체성을 제공하는 한편, 인류의 창의성과 문화 다양성 증진에 이바지해 만장일치로 등재를 결정했다”면서 “허나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은 이원화돼 있을 뿐만 아니라 그마저도 명맥을 겨우 유지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탄했다.

이어 최 대표는 “농악의 대동굿에는 양반, 포수, 아낙, 아이들 등 잡색들이 출연해 그 시대의 계층 간이 소통과 화합하려는 연출을 했을 정도로 고차원의 문화콘텐츠로, 광명시가 농악을 지방문화재로 지정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방탄소년단처럼 많은 아이돌 음악이 세계를 휩쓰는 대표적인 한류문화라 말하는데 이는 한류산업을 잘못 표현한 것”이라며 농악과 같은 종합적인 전통융합예술이 진정한 한류문화 콘텐츠라고 언급했다.

노원문화재단 김승국 이사장은 “농악은 가(歌), 무(舞), 악(樂), 극(劇), 희(戱)의 융합예술로 지역 공동체의식을 형성했지만 농업 축소, 정규교육의 소외, 전통문화와의 단절, 청장년층 전승자 감소로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농악이 맛있는 예술이 되려면 젊은 세대와의 공감이 필요하고,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사업을 펼치거나 일반 동호인의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평생교육원, 문화원, 주민자치센터 등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농악 돼야
일례로 서울 노원구의 ‘마을농요보존회’의 경우, 도시에서 자체적인 논을 조성해 초등학생과 협업해 행사를 진행하고, 모내기, 벼베기, 탈곡 체험을 하면서 자연스레 농요를 전승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경기 광명의 ‘충현고등학교’는 농악전수학교로 지정돼 15년간 매년 5000만 원의 전승지원금이 지원돼 해당분야 진로를 정한 학생들의 연희반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김 이사장은 “지자체가 향토문화재 보호조례를 제정하고, 지방정부 소속 농악예술단을 설립해 차세대 전승자들의 진로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문화재 담당 공무원을 학예직으로 전환해 전문성과 경험을 축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특별시 방승환 무형문화재위원은 “무형문화재위원회는 서울은 물론이고 국가도 농악 전승자가 포함돼 있지 않는 현실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면서 “농악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전승자가 방과 후 수업으로 연명할 정도로 젊은 전승자들이 직업적 예술인으로 나갈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농악을 전문으로 하는 국립단체가 설립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효국악문화재단 주재근 대표는 “많은 대학이 경제적 논리로 구조조정을 하면서 전통문화를 배우는 학생들이 많이 줄었다”면서 “문화재청 산하의 한국전통문화대학교조차 7개 학과가 공예중심으로 구성돼 있고, 무형문화유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농악을 전공하는 교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태권도는 단계별로 승단을 하고, 국기원이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농악은 공통적인 교재나 교수법이 없어 저변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하며 아울러, 농악에 대한 기본적인 통계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이선영 공연전통예술과장은 “농악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자랑스러운 전통문화로 문체부에서도 적합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면서 “농악의 기본철학을 담을 수 있는 연구용역 의뢰와 문화재 심사기준 체계 변화를 검토하고, 또한 문화재청과도 긴밀한 협의를 거치겠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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