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OCUS - 농촌 경로당 운영실태는...

▲ 충남 태안 영전1리 경로당에서 지난 16일 농번기에도 불구 한글교육을 배우기 위해 어르신들이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낮은 책상(식탁)은 어르신들의 학구열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정부지원 냉난방비 농촌은 항상 남아
경로당운영비 1인당 분기별 3만7000원

여름에는 무더위쉼터로, 겨울에는 따끈한 아랫목으로 어르신들의 사랑방 역할을 해온 경로당은 매년 정부로부터 지원 받는 운영 자금이 남아 잔액을 국고로 반납하고 있다.

현재 중앙정부(보건복지부)는 경로당에 냉난방비와 양곡비를 지원하고, 지자체는 주민 수에 맞춘 경로당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지자체의 경로당 운영비는 1인당 분기별로 3만7000원이며, 월 11만 원 가량이 책정된 빠듯한 자금으로 운영비에서 공과금과 마을급식의 반찬값 등을 지출하면 남는 금액이 없다.

정부지원의 냉난방비와 양곡비는 사정이 다르다. 냉난방비는 농번기에 주민들이 농사짓느라 경로당에 모이지 않아 에어컨을 적게 가동하는 반면 농한기는 많은 주민이 모여 난방비 지출이 많지만 이마저도 어르신들의 절약하는 습관으로 난방을 적게 사용한다. “남아도 남는다 말 못해요. 정부지원금이라서 남는다 그러면 지원금을 조금만 줄까봐…”

익명을 부탁한 농촌마을의 노인회장은 경로당 운영자금에 대해 지자체 운영비는 부족하고, 정부 지원의 냉난방비는 항상 남지만 운영의 어려움을 쉽게 꺼낼 수 없다고 했다.

농촌의 생활환경으로 냉난방 지출은 사시사철 고르지 못해 매년 냉난방비 지원금이 남고 있다. 양곡비는 돈이 아닌 곡류로 지원돼 모자란 경로당 운영비를 충당하지 못한다.

“어르신들 뜨끈한 곳에서 맛있는 음식 드시라고 주는 돈이죠.”

강원도 양양 사래마을 이승재 총무는 4년간 경로당 자금을 관리해오면서 경로당 지원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승재 총무는 “냉난방비는 어쩔 수 없다”며 “한국전력공사에서 이달 전기세와 난방비를 얼마 썼는지 영수증으로 나오니까 돈이 남으면 그대로 반납해야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경로당 냉난방비와 양곡비 지원의 정산내역을 보면 전국에 301억3천만 원 지원금을 집행한 가운데 19억8천만 원이 잔액으로 반납됐다. 집행잔액은 2017년 23억9천만 원, 2016년 25억8천만 원으로 최근 3년 간 지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잔액을 많이 반납한 지역은 ▲경기 3억6000만 원 ▲경남 3억4000천만 원 ▲충북 3억 원 ▲전남 1억9000만 원 ▲충남 1억8000만 원 등이며 중앙정부 지원금을 모두 사용한 지역은 없다.

이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박완주 의원(더불어민주당, 천안을)은 최근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고 냉난방비와 양곡비를 경로당 운영비와 통합사용이 가능하도록 대책을 내놨다.

어르신 교육 이뤄지는 경로당
시설개선‧교구지원은 자금 부족

충남 태안 영전1리 경로당은 농번기에도 주2회 한글교육을 받으며 봄‧여름철이면 한산한 경로당을 학구열로 가득 채웠다.

경로당을 이용하면서 어르신들의 불편사항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들어봤다.

“오래된 단열시공으로 방바닥이 춥고 발 시려워 수업을 못 듣겠습니다. 지난 겨울은 온풍기 하나만 운영자금으로 구입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요. 냉난방비로 보일러를 틀었지만 2시간은 족히 지나야 미지근해지니 춥게 지낼 수 밖에 없어요.”

냉난방비 지출이 난방비 혹은 에어컨 전기요금으로 한정돼 어르신들은 노후화된 경로당에서 추위에 떨어야 했다.

뿐만 아니라 한글교육에 사용되는 책상이 개선되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밥상을 책상으로 쓰고 있습니다. 책상이 낮아서 2시간 동안 앉아서 공부하려면 허리가 아파요. 요즘은 가볍게 접었다 펼 수 있는 입식 책상이 많은데, 평균연령이 80대인 어르신들에게 꼭 필요합니다.”

영전1리 마을주민인 한국생활개선태안군연합회 윤미자 회장은 “농촌 어르신 인권도 소중한데 지자체에서 크게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 같다”며 “2시간 동안 쪼그려 앉아 공부하는 80대 어르신들을 보면 굉장히 힘들어 하신다”고 가슴 아파했다.

모자란 운영비에 텃밭서 식재료 조달
영전1리 박승신 노인회장은 “냉난방비의 남는 돈을 운영비로 쓰면 좋겠는데, 국가에서 정해놓은 거라서 효율적으로 쓰지 못한다”며 “모자란 운영비에 보태게 된다면 근심 하나 덜 것”이라고 말했다.

경로당 운영비는 지자체에서 마을주민 1명 당 약 3만7000원의 예산을 책정해 4분기로 경로당에 지원하고 있다. 마을주민 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연 90여만 원 가량 된다.

강원도 사래마을 이승재 총무는 “분기마다 돈을 100만 원씩 줘도 만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운영비가 한 달에 20만 원도 안 되는데 전기세와 수도세, 도시가스, 화재보험에 지출하고 나머지 돈으로 반찬 장을 보려고 하면 모자라서 주민들이 텃밭의 푸성귀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돈이 넉넉하지 않아서 마을잔치가 열려도 내놓을 돈이 없습니다.”

경로당 운영비에 대해 충청북도청 노인장애인과 권여옥 주무관은 “경로당 인원에 따라 마을별 지원금이 조금씩 다르지만 지난해 경로당 운영비는 연 90만 원 가량 지원됐다”며 “예산이 한정돼 있어 어려움이 있고, 올해부터 충북도는 시군으로 경로당 사업이 이양돼 마을단위에 맞게 경로당 운영비가 지원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주무관은 “경로당 운영비와 냉난방비 및 양곡비를 통합 지원한다는 박완주 의원의 노인복지법 개정안에 대해 내부에서도 의견조회를 가졌는데, 시군 직원들도 많이 동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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