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農心女心 - 충남 예산 ‘천지수향’

야생화에 반해 6년 전 귀농한 최경숙 대표(한국생활개선예산군연합회 회원)는 고사리, 오미자, 산나물을 주작목으로 재배하고 있다. 연고지 없는 농촌에서의 버팀목은 함께 귀농한 자녀 장아름씨였다. 어머니가 생산한 1차농산물을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통해 즉석가공식품으로 딸이 변화시키면서 농가소득을 높이고 있다. 서로 의지하며 농업을 이어가고 있는 충남 예산 ‘천지수향’의 모녀를 만나봤다.

▲ ‘천지수향’ 최경숙 대표는 자녀 장아름씨와 함께 산나물 재배과 즉석가공식품, 식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성공적인 귀농‧청년농 모델로 손꼽히고 있다.

예약운영으로 ‘믿고 사는 농산물’ 만든다
자극 줄인 가공식품서 먹거리 가치 찾다

꼼꼼한 손질로 간편하고 신선하게

주작목 3종 고사리, 오미자, 산나물은 최경숙 대표 소유의 1만15501㎡(3500평) 밭에서 생산한다.
“골짜기를 밭으로 일궜어요. 주작목은 우리 땅에 농사지으면서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들깨, 콩, 배추는 임대한 밭에 재배하고 있어요.”

농사터전은 다하면 7000평 정도 된다. 최 대표는 골짜기밭을 재배가 아닌 군락지로 형성해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

“제일 신경 쓰는 것은 수확한 농산물을 깨끗하게 손질하는 과정이에요. 소비자가 받아 봤을 때 잘 다듬어진 상태로 바로 조리할 수 있게 오미자 꼭지를 하나하나 다 손질했죠.”
산나물의 가짓수는 다양하다. 고사리, 취나물, 미나리, 곤드레, 두릅 등 가정에서 식탁에 주로 올라가는 나물들이다.

“산나물은 충성고객이 형성돼서 봄 되면 나물 찾는 손님들이 정해져 있어요. 요즘 소비자들은 시장에 할머니를 못 믿겠다고 말해요. 환경적으로 산 속에서 농사짓고 사는 저희 산나물을 믿고 구매하세요.”

그는 부산의 한 단골고객은 예산의 날씨정보까지 꿰고 있다며 똑똑한 소비자에게 신선한 농산물을 제공하려면 농업인도 똑똑하게 농사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일 수확한 농산물은 지퍼백에 소분해 다양한 나물류를 다음날 택배로 받아볼 수 있게 했다.

▲ 최 대표의 자녀 장아름씨는 농장에서 수확한 농산물로 설탕 대신 청으로 단맛을 낸 천연젤리 등 다양한 즉석가공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청년들 재능 농업에 발휘돼야

최 대표가 꼼꼼하게 농사지은 농산물은 전량 직거래 예약제로 운영된다. 농촌진흥청 ‘SNS농산물마케팅’으로 수상도 한 그는 블로그에 일상이야기를 올리며 소비자들과 소통한다. 전화주문으로 대부분의 농산물들이 일찍이 예약 판매되고 있다. 그는 밥상마케팅의 일환으로 식체험프로그램을 농장에서 운영하기도 했다.

“소비자와 만나는 식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많은 주부들이 좋은 재료를 갖고도 요리하는 방법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을 알았어요. 딸이 즉석가공식품에 뛰어든 이유였죠.”

최 대표의 딸 장아름씨는 농장에서 수확한 농산물로 다양한 즉석가공식품을 만든다. 전량 예약제로 일찍이 판매되기 일쑤인 엄마의 농산물은 딸의 즉석가공식품으로 상품화 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생산하면서 수확량을 맞추고 있다.

“귀농한 딸에 대해 ‘젊은 애를 아깝게…’라고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애석하게도 농촌에 젊은 사람이 필요한데, 대다수의 주민들은 자식이 귀농하는 것을 말려요. 부모세대부터 이런 인식을 갖고 있는데, 저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해요. 젊은 사람들이 배운 재능을 농촌에서도 발휘해야죠.”

천지수향 홈페이지는 장아름씨의 전공인 건축설계디자인의 재능을 살려 감각적으로 꾸며졌다.

“농촌에 와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가치를 찾았어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농촌에서 찾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많이 팔아야겠다는 마음보다는 내가 추구하는 길과 내 가치에 맞는 일을 해나가는 점에 뜻을 뒀어요.”

▲ 장아름씨는 직접 만든 다과도시락을 예약판매로 운영한다.

장 씨의 즉석가공식품은 달지 않고 짜지 않게 간을 하는 점이 특징이다. 종류는 최 대표의 레시피를 참고한 장아찌류와 양갱‧수제차를 넣은 다과도시락, 천연젤리, 도라지정과 등이다. 특히 솎아낼 때 수확되는 어린 표고버섯장아찌는 만들자마자 판매되기 일쑤다. 최경숙 대표는 가공식품 개발에 청년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1차농산물로 장아찌 제조는 저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청으로 단맛을 낸 천연젤리 같은 가공식품은 딸이 아니었으면 만들지 못했을 거예요.”

예약과 배달로 판로 확대

장아름씨는 4-H연합회 회원으로도 활동하며 충남도농업기술원 창농스쿨을 1기로 교육 받았다. 창농스쿨을 통해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창업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예산군의 전통시장활성화를 위해 실시한 창년상인 모집에 신청해 매장 인테리어 지원을 받았다. 사업 두개를 결합해서 매장을 갖게 된 셈이다.

“최근에는 배달을 시작했습니다. 농촌의 대중교통이 어려워서 매장에 오고 싶어도 어려움을 느끼는 주부들이 많아서 예약을 받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장 씨는 네이버 카페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즉석가공식품을 홍보한다. 그가 만든 음식에는 ‘아름담음’이란 브랜드가 붙는다.
“농촌에 오고 가는 사람이 없으니까 막연히 사람을 기다릴 수는 없어요. 공동구매나 예약배달을 통해 수익창출에 힘쓰고 있습니다.”

최경숙 대표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리 잡은 장아름씨를 대견해했다.
“부모세대는 생산만도 버겁습니다. 딸이 농사지으면 손에 흙을 묻혀야 된다고 생각해 만류하는 주민들이 많았지만, 농촌융복합산업 발전으로 우리세대만큼 젊은 사람들이 손에 흙을 묻히진 않아요. 청년농의 농사는 흙과 사람을 연계시키는 농업일 겁니다.”

▲ 장아름씨는 4-H연합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지원사업을 결합해 매장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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