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愛살다 - 전북 익산‘들꽃무지개 농장’이은진 대표

▲ 농사일이 행복하다는 이은진 대표(사진 왼쪽)와 아버지 이선주씨.

처녀농부에 반했다는 남편의 격려가 ‘농사 원동력’
 대졸 후 무작정 부모 돕다가 독립…체험강사로도 유명
“서두르지 않는 것이 농사, 융합의 마인드 키워야”

“처음부터 다른 직업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아빠 따라서 농사일을 많이 도왔었는데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은 안 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좋았다는 기억이 더 많아요.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고도 다른 직장을 구하기보다는 농사일에 뛰어들었죠.”
“처음에는 아빠 농사일을 돕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독립을 위해서는 농토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조금씩 전답을 늘렸습니다. 지금은 논 7590㎡(2300평)과 저장하우스 1980㎡(600평)를 사들여서 직접 재배와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전히 부모님의 농사도 돕고 있지요.”

들꽃무지개 농장 이은진 대표(39·전북 익산시 계문2길 16-3)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줄곧 농사를 지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알았다. 그래서인지 다른 직업에 대한 생각을 크게 해본 적도 없다.
“대학 졸업하고 부모님 농사를 돕겠다고 하니까 반대를 했었어요. 농사는 아무나 짓는 것이 아니라고요. 그래도 막무가내로 농사일을 거들고 나서니까, 부모님도 끝내는 용기를 주셨어요. 지금은 마을에서도, 지역에서도 젊은 여성 농사꾼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의 들꽃무지개 농장은 그 자체로 고향이고 꿈의 터전이다. 이곳 익산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잠시 대학만 인근의 군산시에서 다녔다. 그리고는 다시 어릴 때부터 뛰놀던 고향의 그 논과 밭과 들로 돌아왔다.

이 대표의 절대적인 지원군은 남편 최인성씨(39). 창원에서 자동차 회사를 다니지만 주말이면 어김없이 농사일에 동참한다. 물론 부모님이 농사에서는 절대적인 선배이지만 남편의 격려는 천군만마보다 힘을 준다.
“고향에서 흙과 함께 살다보니 결혼생각도 크게 없었어요. 그런데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남편을 만났는데, 싫지 않더라고요. 남편도 처녀농부를 긍정적으로 이해해 주었지요. 그렇게 2010년 결혼도하고, 세 아이의 엄마도 되고, 농사일도 손에 익어가면서 조금씩 수입도 늘어가고, 지금은 사회활동도 열심히 하면서 행복한 농사꾼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지금 고구마 순을 다듬고 포장을 하는 일로 정신이 없다. 아버지와 함께 일구는 고구마 재배 하우스는 당장에 현금을 마련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더 열심히 작업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아빠와 함께하는 고구마 하우스가 1980㎡(600평) 쯤 돼요. 요즘은 고구마 순을 작업하는 시기여서 바쁩니다. 봄철이면 농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농부라면 한가할 틈이 없죠. 특히 올해는 제가 각종 채소 모종을 실험적으로 재배하고 있어요. 그래서 직접적인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내년부터는 모종 재배 판매도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대단위 농사를 짓는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일종의 틈새시장을 찾는 중이라고 할 수 있지요.”

▲ 이은진 대표의 일터이자 꿈터인 비날하우스

이 대표는 조금씩 농사일이 익어가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즐겼단다. 그렇게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서야 비로소 농사가 조금씩 보인다.
“올해는 욕심을 내고 도전하는 해로 정했습니다. 벼농사에 즐거움을 채워 체험농장운영을 계획 중입니다. 그래서 임야 33000㎡와 야생화 육묘장 6600㎡를 새롭게 준비하고 있어요. 여기에 재배와 수확체험, 가공 등은 물론 농장트레킹, 야생화 꽃바구니 만들기 등의 융합상품을 내놓을 작정입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 대표는 야생화와 허브 등의 판매와 재배단지 조성을 시작했고, 화장품 원료 허브 생산 계약재배도 눈앞에 두고 있다.

“농사는 서둘러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요즘도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제 성격하고 잘 맞아요(웃음). 농사를 지으면서 사회성이 많이 늘었다고 할까요. 예전에 비해 좀 더 활달하고 씩씩해진 것 같습니다. 농사를 하려면 많이 배워야하고 많은 정보를 들어야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회적인 성격으로 변하는 것 같아요.”
이 대표는 바쁜 농사 중에도 각종 관련 교육을 소홀하지 않는 것을 농사의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농업기술원의 도시농업교육, 강소농 교육, 전북농식품인력개발원 청중장년 농업CEO 과정, 순천대 창업지원단 아이템사업화 과정, 농촌체험교사 양성과정, 농업회계 프로그램 활용한 농식품 유통마케팅, 농촌관광 휴양사업 입문과정 등을 이수했다.

2018년 전북도시농업연구회 진로체험 강사 활동, 지역의 초·중학교에서 원예치료와 진로 교육, 강소농대전 들꽃프리저브드 활용한 체험장 운영 등 다양한 체험활동 진행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많은 직업들이 그렇겠지만 절대적인 것은 없겠다는 생각입니다. 농사도 계속하다보면 가끔씩 묘한 감정들이 쌓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취미생활이 필요하지요. 한지공예는 나에게 마음의 위로를 주는 최고의 취미활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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