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서울중독심리연구소 김형근 소장

사람들은 서로 얽혀 살면서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분노와 질투 등을 표출하면서 고통스런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사는 이들이 많다.
이들에게 심리치료가 필요하다. 마음의 상처 발생 원인과 치유방법을 알아보고자 서울중독심리연구소 김형근 소장을 만났다. 김 소장은 2000년부터 교도소에 수감된 마약중독자를 심리적 방법으로 치유하는 한편, 브릿지교회 목사로도 활동 중이다.

 “갈등 표출은 자신의 가치관과
 존재감이 부족한 것에 대한
 열등감을 감추려는 행동이죠”

부모의 잘되라는 조언과 충고를
자녀는 잔소리로 착각해 갈등 표출

김형근 소장은 마음의 상처가 생기는 요인에 대해 얘기했다.
“마음의 상처는 유아적인 자기애(自己愛)와 성숙한 자기애로부터 시작됩니다. 유아적인 자기애는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자기만을 생각하는 것이고요, 성숙한 자기애는 나를 귀하게 여기고 나를 가치 있게 하며 더불어 남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말합니다. 어린아이는 다른 사람이 힘들고 어려워지는 것에는 관심이 없어요. 자기만족에만 집착하는데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을 일러 자기애적 성격장애라고 합니다. 건강하고 성숙하게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기를 아끼고 보호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도 관심을 두면서 사랑을 공유하며 살려고 하죠.”

부모는 자녀가 잘되는 것을 바란다. 그러다보니 자녀의 행동에 많은 관심을 갖고 ‘저렇게 하면 잘될까?’ 하는 불안감을 느끼며 말을 많이 하게 된다고. 부모들은 자신의 충고에 자녀들의 말과 행동이 고쳐지지 않으면 계속 잔소리를 하게 된다. 그럼에도 계속 안 고치면 잔소리를 더욱 심하게 한다. 이렇게 자식이 변하길 원하는 마음이 바로 ‘조정’이다.
엄마가 자녀에게 힘들게 얘기해도 자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나도 힘들어...” 하며 대든다. 이때 엄마는 그걸 받아들이질 않고 “네가 뭐가 힘들어! 내가 힘들지?”라고 한다.

이런 갈등의 표출은 자신의 가치관과 존재감이 부족한 것에 대한 열등감을 감추려는 행동이다. 더 쉽게 말하면 과시적인 모습을 보이는 일종의 ‘방어’라고 김 소장은 강조했다.
서로 아집(我執)에 빠지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옳다고 해도 상황과 사람 성격에 따라 각기 달라집니다. 그 때문에 각각 적용이 달라져야 하지만 일단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려고 듭니다. 이런 상대의 마음을 살피지 못하는 자기중심적인 사고에 빠지는 것은 성숙한 마음을 제대로 키우진 못한 자기중심적인 생각에 빠진 탓입니다.”

존재감 약한 아내는 자신의 위상 높이려
이상적인 상상의 남편 만들게 돼

-그런 사람들이 많은가요?
“굉장히 많죠. 부부에게서 이런 사례와 모습을 많이 보게 됩니다. 남편과 자주 싸우는 아내를 보면 지금 함께 살아가는 남편하고 사는 게 아니라 자기가 생각하는 남편상을 따로 만들어놓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죠.”
-엉뚱한 것을 생각하는 거네요?
“그렇죠. 현실에 존재하고 있는 남편을 인정하지 않고 상상하는 좋은 모습의 남편상에 지금의 남편을 끌어들여 맞추려고 하다 보니 싸움이 계속 일어나는 거예요.”

-그런 마음의 상처를 지닌 아내들은 어떻게 치유해야 하나요?
“상상의 좋은 남편을 그리는 것은 자기존재감과 가치관이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모자라고 부족하다 생각하니 잘난 아들, 딸, 남편을 만들어 놓으면 성공한 엄마, 가치 있는 여자, 아내가 될 수가 있다고 여깁니다. 그러다보니 거기에 매이게 되는 겁니다. 자기의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 하나의 성공신화를 만들고 싶은 거죠.”

자신의 상처와 고통을 받아들이면
사랑받는다는 느낌으로 바뀌면서 자존감 찾아

-그런 상처를 지닌 아내의 마음을 어떻게 어루만지며 치유해야 하나요?”
“쉬운 일은 아니죠. 먼저 듣는 게 참 중요해요. 그 사람의 애로사항, 힘든 마음, 어려운 마음을 듣는 시간을 오래 가져야 합니다. 그러다보면 자신이 외롭고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고, 그것이 일정부분 사랑을 받는다는 느낌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러면서 자존감을 조금씩 되찾게 되는 거죠. 그리고 그 안에서 해석도 일어나고 다양한 치료방식이 생기기도 합니다. 자기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유, 그 여유가 생기면 상대를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그러면 자신만을 생각했던 것에서 남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세상과 자신에 대한 이해의 영역에 조금씩 도달하게 됩니다.”

-그런 마음의 상처를 가진 분들 중에는 남자보다 여자가 많은가요?
“여자가 남자보다 많다기보다는 상담을 많이 받는 편입니다. 남자는 상처가 있어도 감추려고 하고, ‘강함’, ‘능력’을 소중히 여겨 잘 표출하지 않아요. 그래서 상담도 받지 않으려고 합니다. 상담에서는 여성들이 남성보다 용기가 더 있습니다.”

가벼운 갈등에서 빠져나오는 건 가능하지만
마음의 상처가 클 땐 전문가 도움 받아야

-상담을 받으면 쉽게 상처에서 벗어날 수 있나요?
“쉽게 벗어날 수 없다하더라도 자신이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가치관을 분명히 갖게 됩니다.”
-부부뿐만 아니라 부녀, 부자, 형제자매, 직장에서의 상하직원, 친구간 갈등도 많은데...
“그렇죠. 갈등관계가 많아요.”

-이런 갈등과 불만에서 스스로 빠져 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갈등이 가벼우면 가능하겠지만 아픔이 심할 땐 스스로 빠져나오기 힘들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마음의 상처가 경미하면 자신의 감정을 폭발시키거나 억누르지 말고 상대에게 정중하고 품격 있는 대화로 이해시키고 설득해서 풀어나가야 합니다. 그러려면 부드러운 대화가 선행돼야 합니다. 상대를 비판하고 평가하는 게 아니라 ‘나는 당신이 없어서 외로웠어요’라는 마음을 전달하며 대화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대개 부부간에는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기보다 감정을 앞세운 말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곤 합니다.”
이러한 갈등과 분노, 수치, 질투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책을 펴냈다는 김형근 소장. 김 소장은 그 책에서 해답을 찾아보라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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