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57)

▲ 루이비통 2019 가을/겨울 패션쇼에서의 태극기 패션<사진/루이비통 트위터 캡처>

한류가 급변하는
패션 트렌드 속에도
상큼한 영향력을…

루이비통(Louis Vuitton)은 가방, 의류, 주얼리, 신발, 선글라스, 시계 등을 제작·판매하는 프랑스의 명품 패션 브랜드다. 14살 소년의 가출로 시작된 패션 인생은 1854년 프랑스 파리에 ‘여행가방 전문매장’을 연 이래 현재까지 150여 년간 5대에 걸쳐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전 세계 74여 개국에 진출해 총 465여 개의 매장과 18,0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거대 패션 기업이다.

온갖 풍상을 겪으며 좋은 가방을 만들겠다는 그의 꿈이 이뤄지기까지 그 여정도 매우 흥미롭다. 당시 유럽은 산업혁명과 더불어 철도 및 뱃길이 발달하면서 여행 인구가 증가하던 참이었다. 파리의 귀족 부인들 역시 여행을 즐겼다. 폭이 넓고 장식이 많이 달린 실크 드레스가 유행하던 무렵이었다. 그녀들이 여행할 때는 그 드레스들을 수십 개의 포플러 나무상자에 담아 마차에 싣고 다녔다. 한 시골 목공소 집안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나무 다루는 법을 배운 터라, 그의 꿈을 이루기 위한 기초가 마련돼 있는 셈이었다.

그 무렵 루이 비통은 당시 가장 유명했던 가방 제조 전문가인 무슈 마레샬(Monsieur Marechal)에게 일을 배우고 있었다. 그는 섬세하게 짐을 잘 꾸려 귀족들 사이에서 금방 최고의 패커(Packer, 짐 꾸리는 사람)로 소문이 났다. 결국 유제니 황후(Eugenie:프랑스 황제나폴레옹 3세의 부인)의 전담 패커가 됐고, 그의 재능을 높이 산 황후의 후원으로 자신의 이름을 건 첫 매장이자 여행가방과 포장 전문 가게를 연 이래 오늘의 루이비통 패션의 신화를 만들어냈다. 

그런 루이비통이 파리 패션위크에 2019년 가을/겨울 남성복으로 ‘태극기’가 들어간 작품을 쇼에 올렸다. 이 브랜드의 수석 디자이너는 한 뉴욕 행사에서도 가슴에 태극기가 그려진 후드셔츠를 입어 시선을 모은바 있다. 예사 일이 아니다. 한국의 대중문화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한류가 패션에서도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에르메스가 우리의 전통조각보를 머플러로 제품화하는가 하면 샤넬의 칼 라거펠트 등 명품 브랜드들이 한글을 넣은 재킷·티셔츠·가방·신발들을 잇따라 출시하고, 심지어 ‘상주 곶감’의 선물용 보자기가 그대로 가방이나 신발디자인에 활용되기도 했다. ‘외국인’ ‘상남자’ ‘꽃미남’ 등 자기들은 뜻도 잘 모르는 한글을 모자나 티셔츠에 새겨 고가로 판매하고 있다.

그 뿐 아니다. 한국관광공사의 조사에 의하면 할머니 옷장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멀리서도 한 눈에 띄는 덧신을 일본 사람들은 사고 싶은 상품 1위로 꼽는다. 원산지가 일본으로 ‘몸뻬바지’라 불리는 고무줄바지도 해당 조사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저렴하고 다양한 디자인이 외출용 바지로 손색이 없다며 외국인들에게 패션의 하나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드라마, 싸이, 방탄소년단 등 한류가 급변하는 패션 트렌드 속에도 상큼한 영향력을 떨치고 있어, 가장 한국적인 아이템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실감케 한다.
나라 경제가 어렵다고들 걱정한다. 우리의 전통이 패션 상품이 돼 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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