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활성화 주민의 힘으로⑥ - 경남 거창 '제터울협동조합'

농업인으로 구성된 마을기업형 농업이 성장하려면 어떤 디딤돌이 필요할까? 해당 현장을 찾아 농업인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기업형새농촌마을의 활성화를 모색하기 위해 기획특집 ‘마을활성화 주민의 힘으로’를 연재한다.

▲ 제터울협동조합 (왼쪽부터)이호영, 이일선, 허진이, 정희록 조합원은 토종종자 재배부터 판매,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을 연계해 토종종자 알리기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최소한의 이익으로 최대의 가치를 실현코자 경남 거창농업인 7인이 뭉쳤다. ‘제터울협동조합’은 지난해 12월 농림축산식품부 농촌공동체회사 창업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우수상을 받으며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들은 “토종종자가 없어지면 농업인도 사라진다”는 믿음으로 토종종자를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을 구상중이다. 제터울협동조합 허진이, 정희록 조합원을 만나 점차 사라져가는 토종종자를 살려 세상 밖으로 싹틔우기 위한 활동상을 들어봤다.

토종종자로 체험‧놀이 서비스 차별화
마을주민들과 공동텃밭 함께 하고파

토종종자로 농업인과 소통
7명의 거창농업인이 한뜻으로 모인 제터울협동조합은 평소 생각만 하고 구체화하지 못했던 농업으로 가치창출을 이루고자 여정을 시작했다.

“요즘 세상은 콩 심은 데 콩 안 나고, 팥 심은 데 팥 안 납니다. 유전자 조작이 된 농산물은 씨앗을 땅에 심어도 같은 게 자라지 않아요. 사회적 불편함을 협동조합의 비즈니스와 연계해 조금씩 바꿔나가고자 합니다. 가장 중심에 토종종자 발굴이 있습니다.”

제터울협동조합은 지난 2월 공식적으로 협동조합법인을 설립하고, 사무실과 경작포장을 할 수 있는 터를 마련했다. 조합원들마다 ‘1농가1토종작물’을 실천하고, 3개면에 공동텃밭 2800㎡(850평) 부지를 확보했다. 조합원들은 토종종자를 채종할 목적의 공동텃밭에서 멀칭포장작업을 앞두고 있다.

“토종씨앗 확보는 대부분 거창농업인들에게서 가능했습니다. 부족한 씨앗은 전국의 씨앗 관련단체와의 협력을 추진 중입니다. 앞으로 11개 읍면을 돌며 어르신 농업인들을 만나 협동조합의 취지를 설명하고, 토종종자 발굴을 위해 소통할 계획입니다.”

거창 농업인들의 협력으로 어렵게 확보된 수수, 고추, 옥수수, 콩나물, 메주 등 약 15종의 토종종자 씨앗은 올봄 친환경 인증을 앞둔 공동텃밭에 심게 된다.

토종작물재배로 주민일자리 창출
정 씨는 농업만으로는 소득창출이 어려워 많은 어르신들이 식품공장에서 일거리를 찾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이를 개선하고자 그는 앞으로 ‘거창할매 품앗이 텃밭’사업을 주력하겠다고 했다.

“농촌복지의 시작은 마을 어르신들에게 밭이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농업인들이 본업을 잃어버리지 않게끔 주민들을 대상으로 공동텃밭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농사비용을 지원하고, 토지를 임차해서라도 경작을 도모할 수 있도록 제터울협동조합은 농촌 어르신들의 터전을 계획하겠다고 전했다.

“농촌여성들과 함께 협동농장의 형태로 11개 읍면에 공동경작 밭을 운영하고, 읍면마다 주력작물을 선정할 것입니다. 수확물을 협동조합이 조건부 수매해 생산을 주력하는 농업인들의 판로개척에 대한 어려움을 덜어드리고 싶습니다. 읍면마다 대표작목을 재배해서 거창의 토종농산물을 널리 알리고자 합니다.”

판로가 어렵지는 않을까. 정 씨는 토종농산물에 대한 시장이 생겨나고 있어 큰 걱정이 없다고 답했다.

“거창에서 생산한 농산물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판매합니다. 토종농산물을 취급하는 로컬매장, 백화점 등 토종농산물의 가치를 알고 판매하는 매장이 많아 이들과 연계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토종종자융복합산업 꾀한다
토종종자를 활용해서 확산하기 위해 종자를 소재로한 놀이, 체험, 경작, 디자인 등 서비스상품의 개발도 계획하고 있다.

“토종종자를 단순히 재배해서 식재료로 판매하는 것 뿐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사업을 구상해 토종종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널리 확산시키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환경표시 ECO인증을 받은 상품 펠렛포트 모종키트와 콩나물키트를 기획중이다. 또한 울릉도, 제주도, 북한 등에서 재배되는 한반도 자생화 씨앗을 담은 ‘꽃피는 엽서’도 제작한다.

펠렛포트모종키트는 화분을 플라스틱이 아닌 펠렛으로 만들어 물을 주면 부피가 커지고 환경적으로 분해도 쉬운 기능성 모종키트다.

“소비자들이 토종종자를 다양한 방식으로 접해서 키워보고, 토종종자를 재배하는 농업인들의 마음을 알아주면 좋겠습니다.”

맞춤형사업으로 협동조합 경쟁력 높여
7인의 조합원이 모이기까지 사람 찾는 데만 2년이 걸렸다는 정희록씨는 조합원들의 능력에 맞춘 부대사업도 계획했다. 지역에 공립특수학교가 들어오면서 특수교육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다.

“허진이 조합원은 귀농하기 전 사회복지사로 일했습니다. 직업재활훈련의 경험이 있는 허진이 조합원은 페이퍼토이를 활용한 발달장애아동 전문교육을 구상하고, 성인이 된 장애인들의 일자리창출을 위해 서비스상품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토종작물재배를 이용한 치유농업프로그램을 연계한 새로운 소득사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일선 조합원은 청소년의 자율학기제를 통한 교육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중학교 농업선생님으로 오랜 기간 근무하면서 농업교육에 조예가 깊다.

“조합원들의 역량을 주도적으로 발휘하면서 제터울협동조합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 상호 협력하면서 토종종자의 생명력을 널리 알릴 계획입니다.”

협동조합이 시작단계인 만큼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정희록씨는 계획한 사업을 구체화하기 위해 아이디어 공모 이후에도 정부와 기업 사회공헌사업 등에 협동조합을 알리며 초기자금 확보에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토종종자의 주인인 농업인이 지속가능한 농업을 이뤄갈 수 있도록 사업을 구체화하기 위해 농촌공동체회사 후속 지원사업에 응모했고, 농협미래농업지원센터 농식품아이디어 경연대회, 현대자동차 H-온드림 오디션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올해 토종종자 채종을 목표로 첫 삽을 뜨는 제터울협동조합은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포부를 전했다.

“제터울협동조합은 아직 씨앗의 단계지만 만들어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지원을 받게 되면 자생화엽서 제작을 시작으로 하나씩 현실화해 활동할 것이며, 지원이 어렵더라도 조합원들과 출자금을 모아 실행해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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