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기고
버리기는 아까운 그대 이름은 ‘잡초’■ 기고-이승돈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기획조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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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12  14:5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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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돈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기획조정과장

‘긁지 않은 복권’이 되도록
 방제법 연구와 활용방안도
 고민해봐야 할 때다

날이 따뜻해지니 꽃도 피고 벌과 나비도 날아다닌다. 촉촉하게 대지를 적시는 봄비에 겨울동안 땅 아래 잠들어 있던 다양한 식물들도 고개를 든다. 농업인들도 겨우내 긴 휴식을 취하던 땅을 깨워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반갑지 않은 손님도 파릇파릇 얼굴을 내민다. 바로 잡초다. 잡초는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여러 가지 풀, 또는 빈터에서 자라며 생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풀을 말한다. 어린 시절 반지나 화관을 만들던 토끼풀도 잡초고, 손바닥을 간지럽히던 강아지풀도, 곱디고운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는 민들레도 잡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이름 모를 잡초야~’ 하던 가수 나훈아의 노래와 달리 요새 잡초는 농업인 속도 모르고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등장해 질긴 생명력을 자랑한다.

농사는 잡초와의 전쟁이라는 말이 있듯 예부터 잡초를 제거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돼 왔다. 땅을 갈아엎고, 제초제를 쓰거나 땅에 비닐을 씌우는 등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잡초는 꾸준히 세를 늘리는 중이다.
오죽하면 김을 매고 뒤돌아보면 잡초가 꽁무니를 뒤따라온다는 말까지 있을까.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고 상대를 잘 알아야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은 법.

농촌진흥청에서는 1971년부터 2013년까지 10년 주기로 42년 간 전국적인 논잡초 발생상황을 조사해 왔다. 효율적인 잡초 방제를 위한 기초자료인 셈이다. 조사 결과, 우리나라 농경지에 서식하는 잡초는 모두 619종. 이 중 외국에서 들어온 외래잡초는 166종으로 10년 전에 비해 66종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모든 잡초가 농사를 망치는 것은 아니다. 농사에 직접 악영향을 미치는 잡초는 논 20~30종, 밭 30~40종이라고 한다. 잡초를 우리의 논과 밭에서 퇴출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만 찾는다면 이보다 좋은 화수분도 없을 것이다. 2㎝ 깊이의 논흙 1㎡에 대략 1만에서 2만 개의 잡초 종자가 섞여있다고 하니 말이다.

실제로 최근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잡초의 쓸모가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들판의 잡초로 습기가 많은 땅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긴병꽃풀은 모기에 물렸을 때 염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확인돼 모기 물림 치료제로 개발됐다. 밭에 끝없이 뻗어나갈 정도로 번식력이 강해 ‘미친 풀’이라고 불리던 쇠비름은 오메가3가 풍부해 심혈관 질환에 좋다고 한다. 개똥같은 냄새가 나는 쑥 종류라서 개똥쑥이라고 불리는 잡초는 말라리아 치료제로 개발돼 중국에 노벨생리의학상을 안겨줬다.

잡초는 우리가 만든 논과 밭의 오와 열을 무시한 채 신나게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어나간다. 흙을 단단하게 움켜쥐고 있는 뿌리와 줄기를 볼 때면 탐욕스러울 만치 강한 그들의 생명력에 감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

환경에 맞게 진화하며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존재, 저마다 강한 개성을 뽐내는 생명체, 그 안에 무엇이 숨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미국의 사상가이자 시인인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은 잡초를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이라고 말했다. 잡초가 ‘긁지 않은 복권’이 될 수 있도록 방제법 연구와 함께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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