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56)

▲ 퐁탕쥬 헤어스타일

봄꽃은 창조주 뜻대로
자연 속에 놓아둬야
옳을 것 같다...

바로크(Baroque)란 스페인어의 ‘barrucca’-이지러진 진주-, 혹은 포르투갈 어의 'barroco'-불규칙한 것, 이상한 것, 기묘한 것- 등에서 연유된 말이라 한다. ‘바로크 스타일’은 한마디로 이지러진 진주처럼 불규칙적이고 이상하기까지 한 17세기의  예술 양식이다. 옷에서는 그런 풍조가 더욱 두드러졌던 시대다.

17세기는 정치적으로 절대군주제가 확립됐고, 종교적으로 유럽 대륙이 신·구교(新·舊敎)로 나뉘었다. 필경 종교전쟁(30년전쟁, 1618~1648)이 일어나 사람들을 괴롭히던 시기였다. 그 같은 시련 속에서 로마를 중심으로 한 남유럽의 구교국들은 교회나 세속의 권력과시를 위해 호화스러워졌고, 북유럽의 신교국들은 서민적 현실 속에서, 삶의 환희와 생동감을 포착하고자 하는 예술을 발전시켰다. 옷에서도 시대를 반영하는 독특한 스타일이 대거 등장해 유럽 전체로 번져나갔다.

이 무렵 바지, 셔츠, 조끼, 코트(상의)로 구성된 현대 남성복의 기본이 세워졌다. 사람들은 생동감과 특이한 모습을 뽐내는 것을 즐겼다. 때문에 이상하고 괴이한 옷과 장식품들이 많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면 남성들이 치마나 오늘날 여성들이 입는 통 넓은 치마바지를 입었을 뿐 아니라 리본이나 끈으로 접은 루프를 옷에 더덕더덕 붙였다. 한 두 개가 아니라 다발로 붙였다. 이것들이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면서 생동감을 나타냈다.

‘짐은 태양이다’라고 큰소리치던 루이 14세는 이때 프랑스의 절대 군주였다. 그에게 퐁탕쥬라는 여인이 있었다. 어느 사냥 길에 이 여인이 동행했다. 말을 타고 달리다 보니 그녀의 아름다운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렸다.

그녀는 양말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매는 양말대님을 이마위로 묶었다. 이를 본 루이 14세가 아름답다고 칭찬했다. 사냥을 마치고 돌아온 다음날 아침 궁중의 모든 여인이 이마 위에 양말대님을 묶고 나타났다. 뒤질세라 이 머리장식은 점점 높이 올라갔다. 급기야 탑처럼 틀을 만들고 아름다운 천을 입혀 머리위에 얹었다.

이른바 이 시대에 크게 유행했던 퐁탕쥬 헤어스타일이다. 더불어 얼굴 전체에 미인 점도 찍었다. 까만 헝겊으로 원형, 별, 초승달 모양 등을 오려 얼굴 이곳저곳에 붙였다. 이 점들을 연인들 간에 은밀한 약속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상하고 괴상한 17세기다운 유행이다.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여인들은 자연 속에 피어있는 살아있는 꽃들로 몸을 치장하고 싶었다. 그러나 꺾는 순간 꽃이 시들어버리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마침내 묘안을 냈다. 고래수염을 넣어 허리를 바짝 조이도록 입는 코르셋에 물병을 넣을 수 있는 주머니를 만들고, 그 병에 자연 속에 있어야 할 꽃들을 꺾어 꽂았다. 아름답고, 살아있고,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며, 거기에 기괴함까지 자랑할 수 있으니 1석4조였다. 그야말로 가장 바로크다운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요즘 아름다운 봄꽃들의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17세기의 여인처럼 꺾어서 지니고 싶어진다. 그래도 그 봄꽃들은 창조주의 뜻대로 자연 속, 제자리에 놓아둬야 옳을 것 같다. 바로크 스타일은 역시 좀 ‘과한’ 시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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