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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출산자기결정권에 개입하지 말라한옥자 전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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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05  10:3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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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청구 소송 판결을
앞두고 있다.
원치 않는 임신을 구실로
여성의 몸을 통제하는
국가 폭력을 이제는 끝내야 된다."

   
▲ 한옥자 전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장

내 친구의 셋째아이 별명은 ‘찢어진 콘돔’이다. 우리는 만날 때 셋째를 데리고 나오는 친구를 보고는 ‘그 애가 그 애냐’고 놀리곤 했다. 이미 그 아이가 자라 얼마 전 첫 아이를 낳았고, 형, 누나들도 출가해 일가를 이루고 있어 더는 놀리지 못하지만 지금은 도리어 은근히 그 친구를 부러워한다. 우리나라 산업화 한복판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우리 세대는 ‘둘만 낳아 잘 키우자’를 넘어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출산과 육아를 한 세대다. 당시 우리는 국가의 주문을 당연한 듯 철저하게 따랐고 셋째 아이에게는 가족수당도 안 주고 건강보험 혜택을 안줘도 당연한 듯 생각했다. 도리어 국가정책에 충실하지 못함을 부끄러워했다.

이와 같은 우리나라의 출산정책은 일본이 1995년 ‘1.57쇼크’라는 인구정책을 새롭게 세우고 있을 때도 90년대 까지 유지했고, 엄연히 1953년 제정된 법이 존재했지만 출산 조절을 빙자해 보건소와 가족계획협회는 물론 낙태수술버스까지 운영하면서 낙태를 강요했고,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각종 사은품을 걸고 남성들에게 출산단절을 아무렇지 않게 단행하는 등 한 가정 출산 자기결정권을 국가가 통제해 오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2000년 이후 출산율의 급격한 하락은 국가 유지 위기로까지 과장되면서 국가는 여성들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정점에 낙태문제가 있다. 오는 4월11일 헌재의 낙태죄 위헌 여부 결정을 앞두고 폐지주장과 반대주장이 온·오프라인에서 뜨겁다. 일부 종교계를 중심으로 낙태죄 존속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낙태죄가 폐지되면 생명경시풍조 만연으로 낙태가 급증할 거라는 주장과 태아의 생명권, 태아도 엄연한 타인이라며 타인의 생명을 결정할 권한이 엄마에게 없다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다시 들여다보면 남녀차별의 전형이고 필요에 의한 국가 통제가 작동한다고 할 수 있다. 현 사회는 여성에게 자신의 몸을 가부장제가 승인한 방식으로만 사용하도록 강요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단죄한다. 국가는 가임기 여성이 결혼해서 출산하지 않거나, 스스로 임신을 중단하고자 하는 경우 전자가 인구절벽 문제의 주범으로 지목 당하고 비난 받는다면 후자는 명료하게 법적인 처벌을 받게 된다. 그런데 그 낙태죄 처벌은 의사와 임신한 여성에게 한정하고 있다.

당연히 공동책임이 있는 남성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모순이 존재한다. 이런 면에서 여성계가 더욱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근거가 된다. 낙태죄 폐지가 가져올 우려 상황도 상상일 뿐이다. 국가 간 통계가 그 증거다. 핀란드,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 등 낙태 합법화 국가에서 낙태율이 낮게 나타나고, 낙태를 처벌하는 루마니아, 러시아, 우크라이나, 유고슬라비아 등에서 높은 낙태율을 보이는 것이 그 증거다. 

이제 낙태를 둘러싼 논의는 폐지와 폐지반대, 즉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주장의 이분법을 넘어 여성의 행복추구권, 건강권, 재생산 건강권 등 여성의 삶을 규정하는 인권 전반에 관한 논의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낙태는 전 세계적으로 합법화해 가는 추세다. 대표적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도 지난해 국민투표를 통해 낙태를 합법화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3월 말 한국갤럽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77%가 ‘필요할 경우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보면 국민들은 이와 같은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도리어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여성의 건강권이며 특히 재생산건강권과 자기운명결정권이다.

더는 국가권력이, 사회적 관행이, 문화가 여성의 출산자기결정권을 결정짓도록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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