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마을활성화 주민의 힘으로⑤경남 함안 여항면 ‘아라씨앗드리공동체마을기업’

농업인으로 구성된 마을기업형 농업이 성장하려면 어떤 디딤돌이 필요할까?
해당 현장을 찾아 농업인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기업형 새농촌마을의 활성화를 모색하기 위해 기획특집 ‘마을활성화 주민의 힘으로’를 연재한다.

▲ 경남 함안 ‘아라씨앗드리공동체마을기업’ (사진 왼쪽부터)송신복, 김순연, 이은정, 황말순 주민과 정은미 단장은 마을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꾸러미사업을 꾀해 소득창출을 실현했다.

자연에서 찾은 제철농산물 꾸러미에 담다
소비자와 정 나누는 농촌체험학습 실행

경남 함안군 여항면 주동길 마을은 경남에서도 지대가 높은 산골짜기에 있다. 가까운 산에 가면 산나물도 야생화도 많아 천혜의 먹거리가 지천이지만, 교통이 어려워 농사지어도 소득은 기대하기 어렵다. 여항면 주민들로 이뤄진 ‘아라씨앗드리공동체마을기업’은 여성농업인 10인이 뭉쳐 꾸러미사업을 통해 제철농산물을 매주 1회 소비자에게 전하면서 소득을 창출하고 있다. 꾸러미사업의 행복과 어려움을 듣기 위해 정은미 단장과 주민들을 만나봤다.

▲ 매주 다른 제철농산물로 구성되는 꾸러미 품목에 분홍 진달래가 눈에 띤다.

매주 선별한 제철농산물과 레시피 담아
아라씨앗드리마을기업은 사계절 매주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택배상자에 가득 담고 있다.
“농업인들이 재배한 농산물을 직접 포장해서 소비하는 곳은 많지 않아요. 저희는 시설재배를 하지 않고 가온하지 않는 하우스에서 있는 그대로의 농산물을 채취해 꾸러미에 담고 있습니다. 농사 지으면서 석유를 쓰는 것에 대한 환경적인 고민으로 저희들은 자연 그대로를 추구하자고 약속했어요.”
제철채소를 추구하는 마을기업의 꾸러미는 매주 품목이 조금씩 달라진다.
재배한 콩으로 만든 두부와 유정란은 빠지지 않고 들어가지만 반찬 한가지와 나머지는 제철채소 중심이다. 항상 꾸러미에는 편지를 같이 보낸다.

“매주 편지를 씁니다. 농촌에 어떤 일이 있고, 수확한 농산물은 어떤지 소식을 전하면서, 묵나물 같은 생소한 재료를 보낼 때는 젊은 엄마들이 요리하는 법을 모를까봐 편지에 맛있게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어요.”
주민들은 보통 꾸러미에 들어가는 농산물로 반찬을 해서 점심을 함께 먹는다. 식사를 마치면 다음 꾸러미에 어떤 농산물을 넣을지 회의를 통해 그때그때 결정하고 있다.

▲ 주1회 주민들이 모여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꾸러미로 포장한다.

관련공동체 통해 소비자 구축
아라씨앗드리마을기업은 지난 2011년도에 조직돼 이듬해 경남도청으로부터 마을기업 인증을 받았다.
“처음에는 마당에서 꾸러미를 포장했습니다. 비가 오면 안으로 옮겨야 했고, 햇볕이 뜨거우면 채소들의 신선도가 떨어져 고생이 많았죠.”
마을기업 인증은 열악했던 환경이 개선되고 사업을 활성화 하는 데 도움이 됐다. 경남도청 지원을 통해 작업장이 마련됐고, 두부가공기계를 설치하는 등 꾸러미 운영에 필요한 장비를 구입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언니네텃밭’과 제휴하면서 불특정다수가 아닌 소비자회원을 구축할 수 있었다.
“꾸러미를 하면서 소비자 구축하는 길이 제일 어렵다고 생각해요. 생산자는 계속 고령화 되고 먹거리트렌드가 간편식 위주로 바뀌면서 꾸러미사업이 힘들었어요. 공동체를 통해 소비자가 생기니까 안심하고 생산에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소비자회원은 직접 생산자단체를 선택하거나, 되도록이면 생산지하고 가장 가까운 곳으로 배정된다.
“소비자회원들과 8년간 교류하면서 꾸러미 품목에 대한 문의도 있었고, 칭찬도 많이 받았어요. 상호 간의 관심으로 시작된 관계를 통해 쌓은 정으로 소비자들이 꾸러미 품목에 없는 식품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전통장류 같은 주민들이 갖고 있는 것들을 말이죠.”
장맛을 나누는 사이로 돈독하게 소비자와 교류하면서 아라씨앗드리공동체마을기업은 성장하고 있다.
“꾸러미 품목만이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장터에 나가는 날을 정해 물량을 준비하고, 상설장터에도 함께하면서 주민들과의 화합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농촌체험학습 통해 소비자와 교류할 터
남성 중심의 영농조합이 많지만 아라씨앗드리공동체마을기업은 농촌여성들로만 이뤄져 더욱 뜻 깊다. 고령화 되는 농촌에서 여성들은 교통이 불편한 지형적 특색에도 꾸러미사업을 통해 자체적으로 농가소득을 올리고 있어서다. 이와 함께 주민들은 매달 한 번 소득을 결산하는 시간도 갖는다.
“각자 결산한 부분을 책정하고 문제가 없으면 입금을 해드립니다. 농사를 많이 짓거나 적게 지으면 수입이 확연히 차이나지만, 소득창출이 어려운 고립된 마을에서 소득과 일자리가 생겨 주민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하고 있어요.”

정은미 단장은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올해 경남도청의 공동체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주민들과 잘해보고자 하는 의욕이 높아요. 소비자회원들과 만나는 나물체험 계획을 갖고 소비자들을 초대해 두릅순나물과 같은 봄철에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재료로 나물을 만들고 식사를 함께하려고 해요. 앞으로도 1년 프로그램으로 제철채소요리, 토종농산물요리, 장만들기, 농사체험 등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처음 시도해보는 일이라 소비자를 만나는 날을 고대하고 있어요.”

■ 미니인터뷰- 여항면생활개선회 김순연 회원

꾸러미로 마을 활성화돼 즐거워

지난 2011년도에 정은미 텃밭단장이 뜻을 맞춰 꾸러미사업을 해보자고 찾아오기 전까지는 도에서 이런 사업이 있는지 모르고 살았다. 
그동안은 산채를 농사지어 먹다가 남으면 장에 팔러 가는 차편은 어려워 꿈도 못 꿨다.
이웃에 주러 가기에도 멀어서 닭한테 주고 말았는데, 젊은 친구가 해보자는 말에 고립된 마을에서 사람을 상대하게 되고 활성화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판매하지 않으니까 농사도 적게 지었다. 꾸러미사업을 하면서 소비자 생각을 하게 되고 다양한 작목을 재배하게 됐다.
첫째는 재미가 있다. 정은미 단장과 이은정 총무는 돈 관리를 해서 여러모로 신경 쓰이고 어렵기도 하겠지만, 농사짓는 주민들은 큰돈 아니어도 돈을 벌 수 있고 일주일에 한 번 얼굴 보며 밥해 먹는 재미에 꾸러미사업이 즐겁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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