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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독자수필-귀농아지매 장정해 씨의 추억은 방울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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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15  09: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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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생명은
어디로 갔을까?
이 땅의 생명들을
잘 보전하지 못해
마음이 무겁다.

집안에서 보는 창밖은 수몰된 지가 오래된 물속의 마을 풍경처럼 수묵화로 가라앉아 물결에 흔들리듯 번져 보인다. 새벽부터 트랙터는 길에 붉은 흙덩이를 떨구고 다니며 땅을 부수고 밭을 갈아 멀칭을 하고 감자를 심기 시작했다.
미세먼지 나쁨이 연일 보도돼도 농사를 더 미룰 수 없는 3월은, 밭에서 들에서 일을 시작해야 한다. 올 들어 부쩍 심해진 대기오염에 TV에선 홈디톡스의 방편으로 집안에 관엽식물 화분을 키우면 공기청정기가 필요 없다는 솔깃한 정보 등 다양한 미세먼지 대응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래도 농부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일을 한다. 힘들게 일하다 보면 숨결이 거세어져서 밖으로 뜨거운 날숨이 뿜어 나와 마스크를 들썩이게 하고 결국 쓰나마나가 된다.

농사가 시작된 봄부터 농부는 거의 종일 밖에서 살 수밖에 없다. 밭에 씨를 뿌리고 모종을 계속 심어야 하고, 과수원에도 가지를 치고 줍고 약을 치고 적과를 해야 한다. 해도 점점 길어져 새참도 들에서 먹고 뿌연 먼지 속에서 해 질 때까지 밖에서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처음엔 좋은 공기와 물을 바라고 귀농한 이들에게 약간의 실망을 안겨주는 것이라 여겼는데 대기오염이 점점 심해지고 보니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에게 뭘 말하려고 하나~’ 자꾸 생각하게 된다. 산에서는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며 우는 고라니들, 마당을 제집 삼아 오르내리는 텃새들, 하늘을 가르고 무리지어 나르는 학, 백로, 두루미, 왜가리, 강물에 자맥질 하는 오리, 고니, 가마우지, 해오라기, 대기를 호흡하는 자연의 모든 생명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자연에는 금 긋기를 할 수 없다. 생명에는 경계가 있을 수 없다. 자연의 품에 모든 생명이 깃들고 거기에 사람도 함께 사는 것이다. 사람이 숨 쉬고 먹고 마시는 것이 위태롭다면 우릴 둘러싸고 있는 모든 자연의 생명도 함께 위태로워지는 것이다.
15년 전 우리가 괴산 시골로 귀농할 무렵엔 개집 앞에 어른 주먹 두 개를 합친 듯한 어마무시하게 큰 두꺼비가 살고 있었다. 골이 진 등에는 황금빛과 검은빛 무늬가 찬란했고, 축 늘어진 턱주름에 검은 눈을 껌벅이면서 어기적거리며 느릿느릿 걷는 폼은 영락없이 이 집 주인이었다. 처음에 개밥을 주러 가까이 가다가 놀라서 도망쳐왔다. 정체를 알고 다시 개밥을 주러 가까이 가도 꿈쩍 안 해서 별명을 ‘금복주 동지’라고 지어 내편으로 끌어들였다.

집 뒤 개울엔 작은 가재가 살고 있었고 봄이면 개구리 알이 물속에서 똬리를 틀고, 항아리를 들어내면 도롱뇽이 몇 방울의 물을 촉촉이 뒤집어쓰고 꿈틀거렸다. 돌담 사이로 뱀허물이 길게 걸려 있었고 배밭 나뭇가지엔 산새가 알을 낳고 밭길을 따라 꿩이 걸어다녔다. 저들의 삶 속에 우리가 얹혀살아 온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들이 언젠가부터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두꺼비가 사라졌고 가재도 도롱뇽도 보이질 않는다. 풀섶에서 가끔 개구리가 반갑고 일 년에 한 번쯤 길에서 꽃뱀을 보는 것이 고작이다. 그 많던 야생의 생명은 어디로 갔을까? 여기 이 땅에 살아오면서 이 땅의 생명들을 잘 보전하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나는 내가 사는 동안 새소리에 잠을 깨고 싶다. 강물에 수달이 노는 것을 보고 싶다. 다시 우리 개집 앞에 금두꺼비가 버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 마침, TV 뉴스에 청주에서 두꺼비가 산란철을 맞아 산에서 내려와 차도를 지나 물웅덩이로 가는 길에 로드킬을 막으려고 환경단체가 차도 밑으로 두꺼비 길을 냈다고 한다. 덩치가 큰 암컷두꺼비 등에 수컷두꺼비를 업고 어기적거리며 가는 걸 보니 옛날의 그 ‘금복주 동지’가 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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