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해외에선 - 조병철 뉴질랜드 특파원

오늘 다 먹어치울 것이냐
내일까지 기다릴 것이냐...
지속가능 축산의 열쇠

뉴질랜드에서는 양, 소 같은 가축 사육은 초지의 풀사료에 의존한다. 여름 내내 초지에서 풀을 먹고 자란 양들이라 해도 늦은 가을에는 사탕무(Beet root) 특식이 제공된다. 잘 가꾼 사탕무 밭에 양떼를 풀어 놓아 충분히 먹도록 해준다. 혹독한 겨울 추위를 이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주인을 잘 만난 양들에게만 한정된 얘기다. 그러면 왜 이런 연례행사를 벌이는 걸까?

초지에서 풀로만 기르는 동물에게도 균형 잡힌 영양은 중요하다. 동물도 어려운 시기에는 한정된 풀사료에 의존하게 되지만, 가축의 생산성을 높이고 가축복지까지 염두에 둔다면 다양한 풀 공급이 필요하다. 또한 지속 가능한 유기농 가축농장에서는 이런 풀사료의 안배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가장 먼저 염두에 두는 것은 초지의 토양관리다. 어느 나라에서나 강조하는 것이지만 초지 토양의 유실 방지가 우선이다. 초지에서 양질의 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토심이 깊어야 한다. 또한 토양의 높은 유기물 함량도 필수적이다. 만약 한해에 0.5%씩 유기물 함량을 높인다면 5~6년 내에 획기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초지에서 가축이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면 다른 사료의 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에 따라 가축 방역에 소요되는 비용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초지는 여러 종류의 풀을 섞어 심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주요 풀로 잘 알려진 라이그라스, 티모시, 페스큐, 클로버, 치커리가 포함된다. 그 밖에도 오차드그라스(cocksfoot), 팔라리스(phalaris), 브루움(grazing brome), 벌노랑이(Bird’s foot trefoil) 같은 풀이 해당된다. 특이하게도 소량의 질경이(plantain)가 꼭 들어간다. 모두 같은 비율은 아니고 풀 종류에 따라 2~4배 정도 비중이 서로 다르다. 이런 비율로 초지를 조성했다 하더라도 그 비율을 지속적으로 유지·관리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므로 이들 비율을 맞추려는 목장주의 노력과 기술이 필요하게 된다.

다음으로 초지 관리에서는 방목의 시기와 그 정도에 기준이 적용된다. 풀사료의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방목시기를 풀씨가 맺혔거나 익기 바로 전으로 잡아야 한다. 그리고 과다한 방목의 경우, 다음 번 풀의 자람에 영향을 주게 돼 이를 삼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마다 안정적 풀 사료 수확을 위해서 한 해에 수확량을 조절해야 하고, 초지가 태양에너지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자는 설명이다. 모든 농장주가 이리 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납득이 가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겨울철을 위한 준비다. 초지의 생육이 왕성한 여름철 겨울에 이용할 건초를 마련하게 된다. 겨울에 활용할 충분한 마른 풀을 비축해야 한다. 그래야만 봄철 풀이 충분히 자랄 때까지 방목을 미룰 수 있어 초지의 생산성을 높이게 된다. 어디서나 적절한 초지의 이용만이 지속적인 풀사료 활용이 가능하다는 견해다.

초지에서도 내일 것을 오늘에 다 먹어치울 것이냐, 아니면 내일까지 기다릴 것이냐 하는 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그들의 선택이다. 뉴질랜드에서는 초지 관리의 이런 앞선 생각으로 지속 가능한 축산을 실현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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