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문화혜택 소외 농촌, 해법은…

▲ 지난해 10월 열린 도서관의 아고라 북페스티벌 기간 옥상에서 버스킹 공연을 즐기고 있는 주민들.

인구 3만7000명에 누적인원 129만명 찾은 ‘증평군립도서관’
카페·공연장·영화관·학습관·전시관·천문대 등 갖춰

읍면지역, 문화혜택 상대적으로 뒤져
‘문화’라는 이름으로 도시에서 누리는 혜택은 너무도 많지만 농촌에서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8 문화향수실태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문화예술 관람률은 81.5%로 평균 관람횟수는 5.6회였다. 2003년 62.4%이던 것이 15년 만에 19.1%p 상승한 것이다. 분야별로는 영화가 75.8%로 가장 높았고 대중음악, 연예, 미술전시회, 연극, 뮤지컬 순이었다.

이 조사에서 눈여겨볼 점은 지역별 관람률 차이였다. 대도시의 관람률이 85.2%, 중소도시는 82.1%인 것에 반해 읍면지역은 71.7%였다. 과거에 비해 개선됐다곤 하지만 여전히 10%p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보완할 점에 관해서 가까운 곳에서 열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 그래서 최근 정부의 생활밀착형 SOC(사회기반시설)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생활밀착형 SOC사업은 대규모 인프라가 아닌 체육과 문화시설 등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계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 사업은 결국 살기 좋은 삶터를 결정짓는 보육, 교육, 복지, 문화, 교통 등을 가까운 거리에서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2003년 내륙에서 가장 작은 지자체로 탄생된 충북 증평군. 초미니 지차제인 증평이 살아남기 위해 택한 건 바로 문화였다. 2014년 건립된 증평군립도서관(이하 도서관)은 문화의 힘이 모인 총체이자 요람이다.

올 1월 기준 누적 이용자는 128만8151명이었고, 대출권수만 18만3558권에 이른다. 증평주민이 1년에 도서관을 찾는 횟수는 33회에 달하고, 특히 인근의 괴산, 음성, 진천은 물론이고 청주에서도 도서관을 찾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다.
단순히 책을 빌려주고, 공부만 하는 기존의 도서관 모습이었다면 불가능했을 결과들이다. 1층의 어린이자료실과 북카페, 2층의 자료실, 3층에는 학습실과 영화와 공연이 상영되는 다목적홀, 옥상에는 좌구산천문대로부터 이동식망원경을 빌려와 천문대도 마련돼 있다. 사실 복합문화공간보다 더 돋보이는 건 차별화된 기획이다. 

“이제 도서관 없으면 못 살아요”

오로지 주민 편의 고려한 기획력 돋보여
김득신 문학관·청소년 문화의 집 개관 앞둬

아이·젊은층이 주로 이용
도서관 이경남 팀장은 “부모와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함께하는 ‘1박2일’, 옥상에서 하는 버스킹과 별빛극장, 10월 개최하는 아고라 북페스티벌에는 북콘서트와 알뜰장터, 음악회 등이 열리죠. 최근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영화 말모이와 변사가 함께하는 무성영화 아리랑을 상영했더니 호응이 대단했어요. 쇠락하는 다른 곳과 달리 우리 도서관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는 오직 주민들이 원하는 것들을 주는 곳이기 때문이죠.”

흔히 농촌에서 하는 행사는 먹거리 위주이거나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도서관은 책과 음악, 영화 등이 함께하는 페스티벌, 그것도 아이와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게 차별점이다. 그렇다보니 이곳에서는 농촌에서 보기 힘든 아이들과 젊은 층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고. 심지어 아이들을 위해 인근 청주의 백화점 문화센터를 찾던 엄마들의 발길이 이곳으로 옮겨졌을 정도란다.

이것뿐만이 아니라 빛나는 아이디어도 많다. 청주 공예비엔날레 때 전시된 자동차 모양의 작품을 도서관 1층에 비치해 ‘책책빵빵 자동차’로 이름을 붙인다든지, 북페스티벌 개막 당시 1층에 기증받은 책을 아이들이 도미노처럼 쌓게 하는 등 정적인 도서관의 이미지를 깨버렸다.
그리고 증평 출신 스타강사 김미경씨의 책과 배우 박보영씨의 출연작도 전시해 도통 도서관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 점도 돋보였다.

그 결과, 초미니 지자체인 증평의 인구는 출범 당시 3만738명이던 것이 3만7624명으로 늘어났고, 출산율도 최상위권으로 평균연령이 40.9세인 전국에서 5번째인 젊은 군(郡)이다. 문화의 힘으로 삶의 질이 높아지니 지역의 변화가 생긴 것이다. 행복지수는 도내 1위를 기록하기도 했고, 지역문화지표 개선도가 탁월해 생산성 대상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수가 아니더라도 주민들이 느끼는 만족도는 더 크다. 심지어는 이젠 도서관이 없으면 못 산다고 하는 주민들이 넘쳐난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그래서 평일은 오전 9시에 문을 열어 밤 10시까지, 주말에도 저녁 6시까지 운영되는데 365일 24시간 개방하자는 의견이 나왔을 정도다.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도서관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도서관은 이제 제2의 도약을 앞두고 있다. 바로 김득신 문학관과 청소년 문화의 집 개관이다.
조선시대 독서왕인 김득신의 이름을 딴 문학관은 전시실과 토론방, 학습실, 카페테리아가 들어선다. 청소년 문화의 집은 당구장과 탁구장, 노래방, 밴드·댄스연습실 등 다이내믹한 활동이 가능한 시설 위주다. 기존의 도서관과 문학관, 청소년 문화의 집으로 이른바 ‘문화트리오’가 있는 증평의 미래가 얼마 남지 않았다. 

■ 미니인터뷰 - 증평군립도서관 최창영 관장

도서관 편견 깨서 성공했다

도서관이 개관했을 때부터 관장을 맡아 여러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특히 편견을 깨는 일이 힘들었다. 군 의회에서 도서관은 한적한 곳에 책만 빌려주면 그만이라는 말이 많았다. 그래서 부지도 지금의 대로 옆이 아닌 외진 곳에 짓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기존의 도서관으로는 사람들이 찾질 않는다.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방식으로 틀을 깨야 했고, 바로 지금의 도서관이 그 해답이다. 지역안배를 위해 시설을 각각 따로 짓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오로지 주민들의 편의만을 고려해서 여러 시설을 한 곳에 모았다.
문화적으로 소외받는 농촌 주민들을 위해 그리고 도시의 젊은이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묘수로 우리 도서관을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무작정 따라하기보다는 기존의 유휴시설을 이용하고 지역실정에 맞는 공간을 만드는 게 예산을 절약할 수 있고 실패의 위험도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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