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백두산을 오르는 여행길에 중국 시골 간이휴게소에서 문도, 칸막이도 없이 여러 사람이 마주보면서 용변을 해결해야만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불결함은 물론 지독한 악취에 숨쉬기조차 어려웠던 당시의 중국의 화장실 풍경을 잊을 수 없다.
중국의 공중화장실이 이렇게 된 배경은 다분히 정치적인 것이어서 더욱 흥미롭다. 중국 공산당 마오쩌뚱(毛澤東)이 1966년부터 급진적 사회주의를 주도하던 시절, 그 주도세력이었던 홍위병(紅衛兵)은 ‘모든 인민은 평등해야 한다’는 논리로 가정집 개인 화장실도 자본주의의 사치품으로 낙인찍고 부수며 모든 인민이 공중화장실을 사용토록 했다고 한다.  

이러한 중국의 화장실 문화가 2008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바뀌게 됐다. 신축 건물은 현대식 화장실 설치를 의무화했다. 중국은 가정, 직장, 휴식, 가상공간(인터넷 등)을 인간의 중요한 4대 공간으로, 그리고 인간의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화장실을 ‘제5공간’으로 규정하고 공중화장실의 불결한 이미지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새로 짓는 공중화장실은 현금인출, 무료 와이파이, 전기차 충전, 쇼핑 등을 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 우리 농촌의 화장실도 열악하고 비위생적이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 세계 화장실 문화운동을 선도하고 있다. 이렇듯 한국이 세계적 수준의 화장실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민관협력으로 ‘아름다운 화장실 가꾸기 운동’을 펼치는 등 선진 시민의식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화장실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휴식과 문화가 흐르는 말 그대로 ‘제5공간’으로 자리 잡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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