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색전시회 - 가평 씨앗전

▲ 토종씨앗을 지켜온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사람들에 대한 기록을 사진으로 전시했다.

‘가평 씨앗전’, 서울 안국역 상생상회서 이달 말까지 열려

토종씨앗 통해 삶의 이야기 공유
봄이 오고 있다. 씨앗들의 본격적 활동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농사의 규모가 커질수록 각종 씨앗들을 농자재점에서 구입해 심는 경우가 많다. 논밭에서 직접 심어 키운 농작물로부터 온전히 그 씨앗을 한알한알 받아내고 또 다시 그것을 심는 것은 정성과 품이 많이 들기에 점점 성가신 일이 됐다.
이렇게 토종씨앗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토종씨앗의 사라지는 것은 우리 삶의 이야기가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서울 안국역 전철역 앞 상생상회 지하 1층에서 3월30일까지 열리는 ‘가평 씨앗전’에는 토종씨앗, 토종씨앗을 이용한 레시피와 농부가 직접 쓰는 농작업 도구들을 전시해 토종씨앗의 소중함을 공감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경기도 가평 지역 농가의 어르신들이 정성스레 가꾸고 심어오며 보전해온 토종씨앗과 그런 토종씨앗을 수집하기 위해 애쓴 서포터즈의 활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전시했다.

▲ 토종씨앗이 실물로 전시돼 있다.

조리학과를 졸업한 전세영씨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가평씨앗 서포터즈로 활동하며 “토종씨앗의 공유는 삶의 공유였고 자립이었음을 느꼈다”고 소감을 말했다.
전 씨는 우연한 기회에 토종씨앗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토종씨앗을 요리 식재료로 사용하고 싶어 서포터즈로 참가했다. 가평의 농가를 방문하면서 “결국 씨앗보다는 어르신들의 삶의 얘기에 마음이 울컥한 경우가 많았다”고 들려줬다.
토종씨앗의 가치를 알고 보전하는 것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사실 토종씨앗 보전 활동을 통해 외로운 어르신들의 네트워킹을 만들어 드린 것이며 또 토종씨앗 보전의 중요성과 가치 전파로 어르신들께 자긍심을 심어드린 것도 무척 보람된 일로 꼽는다.

이런 모든 과정과 시간이 전시를 통해 구성됐다. 일기식으로 구성된 사진에는 가평 씨앗전에 들인 노력과 마음이 담겼다.
삐뚤삐뚤하게 어르신들이 직접 쓴 글씨도 눈에 띈다. 토종씨앗을 지켜낸 농부 어르신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전시회 영상 서포터즈로 활동한 정지영 씨는 “씨앗을 통해 누군가의 오랜 삶의 기록을 구경할 수 있는 좋은 여행이었다. 수십 년 수백 년의 씨앗을 보려다 사람의 아름다움에 빠져 버린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남겼다.

가평의 탁연숙 할머니는 동네에서 아욱할머니로 통한다. 아욱이 너무 맛있어서 해마다 아욱씨를 가득 받아 페트병 하나를 들고 유모차와 손잡고 마을 어귀를 돌아다니며 씨를 뿌린다. 탁 할머니는 작년에 극심한 가뭄에 아욱씨가 많이 죽었다며 올해는 아욱이 잘 자라는 좋은 날이 되기를 바란다.
종자를 받아 같은 종자로만 계속 심은 정귀현 할머니의 녹두는 알이 작다. 하지만 부침개를 할 때 맛이 좋아 따로 종자를 부탁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소중한 토종 씨앗이야기,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토종씨앗의 모습을 함께 만나보자.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