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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봄맞이 하루■독자수필-귀농아지매 장정해 씨의 추억은 방울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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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04  11: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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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리는 2월은
아직은 비어 있지만
기다림과 설렘만으로도
아름다운 것이리라.

아침에 커튼을 열고 ‘굿모닝~’ 아침인사를 명랑하게 건네 보는데, 삼한사미(三寒四微)라고 집 앞 풍경은 질 낮은 지우개로 지워 뭉개놓은 그림처럼 윤곽조차 흐릿한 게 낯설다.
양력으론 2월이지만 음력 정월에 담는 장이 가장 맛 좋아서 설 쉬고 바로 정월장을 담갔다. 그리고 배나무 가지치기를 시작해서 지난주에 마치고 이번 주에는 나머지 나무들도 정리를 시작했다. 헝클어진 채로 막 뻗은 다래나무, 자두나무 죽은 가지, 세력 있게 위로만 뻗은 매실나무 등 하나 하나 가지를 쳐내고 모아 많지 않은 것은 불사른다.

가지치기가 끝나고 가지만 주워내면 약을 치기 전(황소독) 농원의 일은 일차로 끝난다. 가평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남편 친구가 올해도 표고버섯목을 주겠노라 오라는 전화가 왔다. 접종할 표고종균을 사야 한다. 옥수수씨는 작년에 심고 남은 게 냉장고에 한주먹 있다. 올해도 땅콩을 좀 심어볼까 한다. 많이 먹는 쌈채와 고추는 모종을 사다 심어야 한다. 일 년 전에 쓴 일기를 찾아 그때는 어떻게 했는지를 참고하며 우리는 무엇을 언제 어느 땅에 얼마나 심을까를 의논하며 살짝 안달이 난다. 또 다시 봄을 꿈꾸나 보다.  
나무를 다 태우고, 온 몸에 불에 그을린 냄새를 풍기며 소쿠리 하나 끼고 밭둑을 오른다. 텅 빈 들판에 바람만 땅바닥을 쓸고 가는 들 바닥에 안경을 치켜 올리고 허리를 굽히고 몸을 낮춰 마른 풀잎 사이를 호미로 헤친다.

냉이는 봄가을로 싹이 난다. 가을에 싹이 난 냉이는 겨울을 지나며 땅속으로 더 깊이 파고들어 뿌리가 굵어진다. 우수가 지나 땅이 녹기 시작할 무렵이면 냉이는 일 년 중 가장 향긋하다. 겨우내 얼고 녹고를 반복하느라 잎은 볼품이 없지만 뿌리가 튼실해 맛이 좋다. 아직도 덜 녹은 땅이지만 힘들여 냉이를 캔다. 진한 냉이 향이 퍼진다. 눈에 불을 켜고 냉이의 얼굴을 찾는다. 겨울을 살아낸 생명을 다시 보고 싶다.
쓴맛을 즐기는 남편은 살짝 데쳐 회로 먹는데, 그 쓴맛이란 나에겐 오만상을 찌푸리게 하건만 남편은 보약이라며 즐긴다.

군데군데 망초순도 보이고 벌금자리 어린싹도 보인다. 나는 냉이와 씀바귀 한주먹만 캐어도 황공하다. 겨울의 고통을 참고 견뎌 깊이 뿌리박은 생명을 송두리째 내어준 봄나물에 감사한 마음이 가득하다.
허리를 펴고 몸을 세워 밭을 내려오다 보니 지는 해가 산등성이 줄지어 선 나뭇가지 사이로 발갛다. 남편이 자주 찍는 사진이기도 하다. 하늘을 향해 뻗은 모세혈관처럼 가는 나뭇가지 하나하나가 씀바귀 잔뿌리같이 그 세세한 흔들림까지 보여주는 건 그것들을 쓸어안는 빈 하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여름 빽빽한 숲에선 보이지 않던 가지가 겨울을 지나 발가벗겨진 채로 허공을 채우기 때문이리라. 그 여백이 있어 아름다운 것이리라. 그래서 봄을 기다리는 2월은 아직은 비어 있지만 기다림과 설렘만으로도 아름다운 것이리라.   

잠자리에 드니 ‘호로록’ 울음소리가 들린다. 분명 새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잠든 남편의 옆구리를 찌르며 묻는다. “저건 무슨 소리야?” 잠결에 남편은 “새소리겠지.” “아닌데 잘 들어봐요. 혹시 산개구리 우는소리 아냐?” 이맘때면 개구리도 나온다는 얘기를 들은 풍월이 있어 나는 확신에 차서 “개구리 우는 소리도 꼭 새소리 같다니까~” 
남편은 한마디로 일축한다. “잠이나 자.” 
이 울음소리가 만물을 깨우는 호루라기 소리가 아닐까?  일어서라고~~  깨어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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