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마을활성화 주민의 힘으로③ : 강원도 홍천 구만리 콩마을영농조합

농업인으로 구성된 마을기업형 농업이 성장하려면 어떤 디딤돌이 필요할까? 해당 현장을 찾아 농업인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기업형새농촌마을의 활성화를 모색하기 위해 기획특집 ‘마을활성화 주민의 힘으로’를 연재한다.

97가구로 이뤄진 강원도 홍천 구만리는 낮지만 아름다운 산세로 이름난 팔봉산 아래 옹기종기 모여 있다. 평온해 보이는 마을에는 12년 동안 골프장 투쟁에 맞서야 했던 주민들의 아픈 기억이 숨어 있다. 골프장 반대운동에 힘을 똘똘 뭉쳐 승리한 주민들의 축적된 힘을 묻히지 않고 47명의 조합원이 출자금을 모아 콩마을영농조합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투쟁자금이 없어 콩으로 공동경작을 벌여 자금을 마련했다는 구만리 주민들. 마을기업을 이뤄 3~4년 후를 내다보게 된 구만리 마을을 찾아가봤다.

▲ 조합원들은 매해 공동경작으로 콩을 생산한다.
▲ 47가구로 이뤄진 콩사랑영농조합은 농업을 통해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생산부터 가공 체험까지 마을주민 ‘한마음’

국립종자원 콩으로 가마솥‧황토방에서 장 가공

“마을공원‧둘레길 조성해 복지농촌 가꿀 터”

직접재배, 직접가공이 ‘원칙’

콩은 주민들의 공동경작으로 직접 생산한다. 국립종자원의 믿을 수 있는 종자를 선택해 재배하고 있다. 콩으로 메주를 쑤고, 다양한 가공식품을 만들기 위해 해썹 기준에 맞춘 장류사업을 펼치고 있다. 골프장 반대 대책위원장이었던 반경순씨가 조합장을 맡으며 마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매년 50가마의 메주를 생산해 이중 10가마는 고추장, 된장, 간장 등 만들어 가공식품으로 판매하고, 장류체험으로 소비합니다.”

조합원들은 옛날방식 그대로 메주를 만들고, 황토방에서 짚신을 엮은 메주를 매단다. 메주를 만드는 날은 모든 조합원들이 동참한다. 구만리 메주는 일반메주보다 덩어리가 커서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좋다.

“주민들이 콩을 직접 농사짓고 장을 담근다는 것을 소비자도 아니까 믿고 주문합니다. 해마다 장류체험을 오는 생협과 녹색연합 등 단체가 마을을 방문해 장담그기체험을 해보고 메주와 전통장을 구매하면서 소비되고 있어요.”

장류는 2년 간 따로 저장해 깊은 맛이 들었을 때 판매하고 있다. 콩은 공동경작하고, 마을에서 재배된 고추로 고추장을 담근다. 가마솥에 장작을 떼서 오랜 시간 뭉근하게 끓여내는 구만리 장맛을 선보이기 위해 주민들은 새벽당번을 서면서 가마솥 앞을 지켜 장을 완성한다. 그는 콩마을영농조합의 장맛에는 조합원들의 양심이 담겼다고 전했다.

“구만리 앞길로 팔봉산과 리조트 등 관광지 조성이 돼있어서 유동인구가 300만 이상이 됩니다. 마을기업의 소득을 높여 앞으로 3년쯤 뒤에는 콩마을영농조합의 로컬푸드매장을 개소해 구만리의 장맛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 조합원들은 옛날방식 그대로 황토방에서 메주를 만들어 짚으로 엮어 매단다.

노인주간복지센터서 주민 노후 책임

“마을기업의 최종 목표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 손으로 해보자는 것입니다. 올해 농림부 지원금을 통해 노인주간복지센터를 전국 마을단위 최초로 건립합니다. 마을에 태어나서 돌아가실 때까지 노인복지를 조합원들 손으로 해나갈 계획입니다.”

반경순 조합장은 노인주간복지센터와 장류사업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2명의 임원을 고용했다. 장수경 기획실장과 이승재 사무국장은 실무담당자로 농업인은 아니지만 전문지식을 갖춰 주민들의 사업을 돕는다. 장수경 사무국장은 노인주간복지센터가 농촌에 꼭 필요하다고 전했다.

“요양병원에 따로 모시지 않고 치매와 같은 질병을 앓는 어르신들을 소싯적부터 알고 지내던 마을주민들이 돌보면서 간호사, 영양사 등 전문가와 함께 복지센터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그는 갇혀 지내는 것과 다름 없는 타지의 요양병원시스템을 지적하며, 마을단위의 복지환경이 반드시 구축돼야한다고 했다.

“어느 농촌을 가도 고령화된 것은 똑같지요.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서는 농업만 해서는 앞으로의 20년이 막막합니다. 농촌사회에 복지환경을 만드는 일도 함께 이뤄져야 됩니다.”

고령자의 노후복지뿐 아니라 마을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콩마을영농조합은 마을 중앙에 9000평의 마을공원을 조성 중이다. 농경지 주위에는 소나무로 둘레길을 만들었다.

마을 환경개선을 위해 조성한 소나무둘레길은 임업을 하는 주민이 기증했다. 반경순 조합장은 둘레길과 마을공원이 활성화 되면 젊은층의 유입이 이뤄질 거라고 내다봤다.

“마을공원에 공원관리자를 고용하고, 공원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는 산야초 재배를 시작하게 해 적어도 10년 안에 25~30가구의 마을주민들이 소득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만들고 싶습니다.”

그는 마을공원에 젊은 층이 운영할 수 있는 카페와 우리밀빵집을 운영해 작은 일자리라도 늘려나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마을이 잘 살려면 젊은 청년들의 유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착하고 싶은 마을이 되도록 기반을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 가마솥에서 전통방식으로 고추장을 가공하는 조합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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