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업계, 특산식물 자원화 위한 잰걸음

▲ 국내 특산식물 중 대표종인 미선나무는 올해로 최고 보고된 지 100년이 됐다. 나고야의정서의 비준을 앞두고 미선나무와 같은 특산식물에 대한 보존과 연구가 더욱 필요한 때다. 사진은 지난 2월27일 국회서 열린 관련 토론회 모습.

미선나무, 1919년 ‘우치와노키’ 일본명으로 보고
한반도 특산식물 360종(種)…유전체 연구 서둘러야

우리나라, 나고야의정서 미비준국가
생물자원을 활용해 생기는 이익을 공유하는 국제협약인 나고야의정서는 지난 2014년 발효됐다. 우리나라는 아직 비준을 거치진 않았지만, 2016년 정부가 나고야의정서의 이행을 위한 ‘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우선 화장품과 의약 등의 국내 바이오업계는 절반 이상의 원천소재를 해외로부터 수입하기 때문에 최대 25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래서 수입에 의존하던 원료를 대체할 수 있는 국내 특산식물(endemic plants)의 자원화를 위한 움직임이 거세다.

특산식물 중 올해로 보고 100년을 맞은 미선나무도 그 중 하나다. 미선나무는 1919년 일본인들이 우리나라의 자생식물을 조사할 때 ‘우치와노키’라는 일본명으로 처음 보고됐다. 미선나무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고 오직 우리 강산에서만 자라는 흔치않은 종(種)으로 열매 모양이 부채를 닮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지난 2월27일 ‘미선나무, 100년을 통해 본 우리나라 특산식물’ 심포지엄에서 가천대학교 생명과학과 김주환 교수는 “특산식물은 특정 지역 환경에 적응하며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특징을 지닌 식물로 현재 한반도 특산식물은 360종(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함)에 이른다”며 “식물 유전체 연구의 권위자였던 우장춘 박사의 삼각형 이론(U's Triangle)을 유심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 박사의 삼각형 이론은 서로 다른 종이 교배해 새로운 종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것으로 배추와 양배추를 교배해 새로운 식물인 유채를 만들어냄으로써 같은 종끼리만 교배가 가능하다는 다윈의 진화론을 반박해 당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김 교수는 “세계는 이미 유전체 연구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어 우리나라도 식물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관련 연구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멸종위기의 미선나무
미선나무는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으며, 충북 괴산과 진천이 주산지다. 또한 산업적 활용가치로 높아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중원대학교 제약공학과 박재호 교수는 “알콜성 간 기능 개선과 비만성 항당뇨 효과에 대한 연구는 특허출원을 마친 상태며, 골다공증 개선효능과 뇌종양 치료와 전이를 억제하는 효과도 분석하고 있다”면서 “미선나무는 의약품, 화장품, 식품 등 천연기능성 소재로 6차산업화에 활용되기에 좋아 재배농가와 관련산업, 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소재의 기능별 효능을 평가하고, 안전성 입증, 유전자적으로 안정화된 종을 이용한 소재화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국립수목원 손성원 연구사는 “멸종위기에 놓인 식물과 동물, 다른 유기체를 분류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Red List)에 등재된 우리나라 특산식물은 제주고사리삼, 노랑붓꽃, 삼도하수오, 미선나무 등 43종”이라며 “자생식물 중 개체수와 자생지가 감소해 특별한 보호와 관리가 필요한 식물인 희귀식물은 571종으로 특산식물과 겹치는 86종은 보전 1순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하며 보존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정희 연구관은 “특산식물 중 정원식물로서 가치가 높은 종들이 많은데, 완도호랑가시나무와 제주백서향은 심미성이 높고, 강활과 개족도리풀은 약용으로 유용성이 높으며, 산솜다리와 조도만두는 희소성이 높은 종”이라며 “우리 관상식물은 내한성 등 환경내성에 강하고 화색이 선명해 가치가 높은데, 특히 미선나무는 개화가 빠르고 추위에 강한 분홍미선이 인기”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 연구관은 “대표성과 고유성을 갖는 우리 특산식물이 정원 소재식물로서 가능성이 높지만 활용성을 높일 품종개량이 선행돼야 할 것”이며 “자생지를 보존하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국형 정원(K-garden)의 개념을 정리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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