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노의현 한국협동조합발전연구원 이사장(전 농협 경제대표)

▲ 노의현 한국협동조합발전연구원 이사장(전 농협 경제대표)

미국의 상하원은 지난 2018년 12월 새로운 농업법(Farm Bill)을 통과시켰다. 12월20일 트럼프 대통령의 사인을 거쳐 2019년 1월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이번 농업법에서 주목할 만한 내용 중 하나가 대마관련 사항으로 산업용 대마를 전면적으로 허용했다.

캐나다가 1998년 시험단계를 거쳐 2002년 산업용 대마를 허용한 방법과 절차가 유사하다. 캐나다에 비해 20년이 뒤졌다. 미국에서의 대마(Hemp, Cannabis)는 1937년 ‘마리화나 세금법’에서 사실상의 재배가 금지된 이래 1970년 ‘통제물질법’에서는 스케줄1로 분류된 가장 강력한 마약으로 취급됐다. 스케줄1에 해당하는 물질은 재배와 사용은 물론 약으로도 사용할 수 없다.

이에 해당하는 물질은 LSD와 헤로인, 마리화나다. 아편과 모르핀은 스케줄2로 분류돼 약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사실 대마는 미국 약전(藥典)에도 등재돼 오랫동안 약으로 사용된 적이 있었지만, 대마금지법 이후 약전에서도 제외돼 사용할 시 강력한 처벌을 받는다.

미국에서 수십 년에 걸쳐 대마를 스케줄1에서 해제시키기 위해 농민단체, 대마옹호단체, 의원 등 각계각층의 끈질긴 노력이 있었지만 연방마약청(DEA)은 더욱 끈질기게 반대를 해왔었다. 이번 농업법에서 대마를 스케줄1에서 해제한다는 것은 미국 농업과 산업에서의 혁명을 예고하는 조치로 볼 수 있다. 미국 농민은 콩, 옥수수, 담배 등과 마찬가지로 대마를 재배를 할 수 있게 됐다. 80여 년 긴 세월 지속돼온 족쇄가 마침내 풀리게 된 것이다.

피크 헬스센터(Peak Health Center)의 설립자인 베니 요셉(Beni Joseph)박사는 “이번 조치는 산업 분야는 물론 세계의 미래를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산업용 대마 합법화를 주도해왔던 맥코넬(Mcconnel) 상원의원은 “농업소득은 점점 감소하고 있고 농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이때에 산업용 대마를 농민들이 재배할 수 있게 된 것은 농업의 미래를 매우 밝게 해준다”고 밝혔다.

대마가 무엇이기에 이처럼 미국에서 놀라운 이슈가 되었을까? 그것은 대마의 재배 특성과 아주 다양한 유용성 때문이다. 대마는 아열대에서 아한대에 이르기까지 지구상 거의 전역에서 재배가 가능한 유일한 작물이다. 농약이나 비료를 주지 않더라도 재배할 수 있는 특성도 있다. 더욱 중요한 점은 잎과 줄기와 꽃송이, 씨앗과 뿌리 등 그 활용부위와 사용 분야가 아주 다양하고 유익하다는 점이다. 대마의 줄기와 속대로 가공할 수 있는 제품 수도 5만여 가지나 된다. 지구상 어느 식물도 이만한 유용성을 찾을 수 없다. 대마씨와 그 기름에는 인간에게 가장 적합한 오메가3와 오메가6을 균형 있게 포함하고 있다. 필수지방산과 필수아미노산도 함유하고 있는 힐링식품이다. 기름으로서는 식용은 물론 화장품, 페인트, 윤활유, 자동차 연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고, 대마겉줄기(인피섬유)는 각종 종이와 천연 직물 등을, 대마속대는 자동차부품, 대마플라스틱, 각종 일회용품, 대마벽돌 등 건축자재로 쓰이고, 대마 암꽃송이와 잎에는 기분을 몽롱하게 하는 도취(high)용 성분과 치료용 성분 등을 함유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THC(Tetrahydrocannabinol)이다. 이 성분 때문에 인간을 도취시키고 이제까지 수억 명이 처벌을 받는 원인을 제공했다. 대마는 이 성분 때문에 대마초 또는 마리화나로 둔갑돼 ‘악의 풀’이라는 오명을 가지게 됐다. 이 성분과 또 다른 주요성분인 CBD(Cannabidiol)은 어느 약으로도 치료가 어려운 각종 통증, 항암치료 후의 구토증, 극심한 경련과 발작, 녹내장, 각종 소모성증후군 등 수십 가지에 이르는 질병의 치료에 효과를 보이고 있다.

이미 5천년 전 중국의 신농(神農)씨 때부터 치료제로 사용한 역사가 있다. 마약(痲藥)은 마(麻), 즉 대마(삼) 약이라는 뜻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이들 성분을 원료로 한 마리놀, 에피디올렉스 등의 치료약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수입 불가품목으로 환자들의 치료 선택권을 봉쇄하고 있다. CBD성분은 의약품은 물론 음료, 건강식품, 과자류, 애완동물의 스낵 등에까지 사용될 전망이다. 미국 FDA가 아직 식품으로의 승인은 하지 않고 있지만 승인은 시간문제다. CBD성분은 도취 성분이 없으면서 치료적 효능이 높기 때문이다. 재배가 자유로워지고 CBD성분이 식품 등에 자유스럽게 사용될 경우 2022년 대마관련 시장 규모는 약 200억 불(약 22조 6천억)로 예측하고 있다.

이미 캐나다는 1998년부터 ‘산업용 대마규정’을 제정한 이래 현재는 대마 산업의 선두주자가 되었다. 중국, 프랑스 등도 산업용 대마를 법률로 규정해 대마 산업을 뒷받침하고 있다. 단, 산업용 대마 품종은 THC함량 0.3%(프랑스 0.2%) 이내를 규정하고 있다. 이들 품종은 국가가 관리하고 농민은 등록된 품종만을 산업용으로 재배할 수 있다.

반면 대마초용 대마는 이론적으로는 THC함량이 0.3% 이상인 것을 말한다. 그러나 도취를 느끼기 위해서는 최소 3~4%는 돼야 한다. 이 성분은 대마의 상부 잎과 암대마의 미성숙 꽃송이에 주로 존재한다. 특히 수정되지 않은 꽃송이에 많이 있다. UN의 조사에 의하면 압수된 대마초의 평균 THC는 11%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대마와 대마초에 관한 한 지극히 후진적이다. 1970년 제정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대마와 대마초를 오직 규제와 처벌에 관한 사항을 반세기 동안 유지하고 있다. 대마를 산업화로 보는 시각이나 법률적 뒤받침은 전혀 없다.

오래전 우리나라 전역에서 재배되던 대마는 결국 수십 호의 농가만이 참여하고 있고 그나마도 고령자들일 뿐이다. 곧 이 땅에서 대마가 사라질 위기에 이르렀다. 국회와 정부에 촉구한다. 미국, 중국, 캐나다 등의 대마산업 촉진을 위한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속히 우리나라도 대마산업발전법을 제정하고 이 땅에 대마가 부활되도록 해야 한다. 빠를수록 좋다. 정부는 2018년 쌀 생산 조정 면적을 5만 헥타르 목표로 추진한 바 있다. 많은 교육과 홍보과정이 있었지만 농민들의 호응이 낮아 실패했다. 마땅한 대체작목이나 소득 작목이 없기 때문이다. 산업용 대마가 도입된다면 생산조정 면적이나 유휴 경지면적을 대마로 대체할 수 있다. 아울러 정부는 관련기술, 농기계, 가공, 후방산업과 가치사슬이 순조롭게 이뤄지도록 연구와 지원을 준비해야 한다. 대마는 대표적인 6차산업이다. 아니 6차+알파산업이다. 농업 소득은 물론 관련 산업을 활성화시켜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는 작목이다. 캐나다의 대마산업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그러나 대마를 보건복지부가 주관하고 검찰과 경찰이 단속하고 농식품부는 뒷짐을 지고 있는 상황에선 산업용대마는 절대 부활할 수 없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강 건너 불구경은 그만하고 대마 산업화를 위해 앞장서야 한다. 방관자가 아니라 주도자가 돼야 한다. 분명코 대마는 농민과 농업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다.

반면 대마초용 대마는 어떠한가? 외국의 사례들을 보면 대마초 정책도 변화하고 있다. 서방 선진국들은 대마초에 대해 비범죄화와 합법화를 시행하고 있는 추세다. 비범죄화란 형벌 조항에 불구하고 소량의 대마초 사용자에게는 관용을 베풀어 범칙금 등을 부과하거나 묵인하는 경우다. 합법화란 담배나 마찬가지 개념이다. 일정한 연령, 사용 장소, 판매 장소 등을 규정하고 몇 가지 조건만 갖추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제도다. 2014년 우루과이, 2018년부터는 캐나다에서 오락용 대마초를 합법화했다. 미국은 10개 주가 합법화했고 33개 주는 의료용으로 대마초 사용을 합법화 했다. 우리나라는 산업용 대마와 대마초용 대마에 대한 개념도 없고 오직 단속과 처벌위주로 요지부동이다.

사실 1937년 미국에서 대마가 불법화된 배경은 과학적 토대 없이 인종차별과 특정 경제 권력자들과 행정 권력자들의 야합에 의해 저질러진 희생양이었다. 거짓 정보와 가짜뉴스를 바탕으로 제정된 법인 것이다. 당시 종이는 대부분 대마섬유로 만들었다. 그때 허스트가 나무펄프를 이용한 종이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포드와 디젤은 화석 연료 대신 대마를 비롯한 식물성 기름으로 자동차를 운행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 화석연료 없이 자동차 운행이 가능했던 것이다. 실제 운행도 했었다. 듀퐁은 막 나일론과 비닐, 플라스틱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대마 속대로서는 모든 플라스틱과 직물을 만들 수 있다. 그들에 의한 수년 간의 음모는 성공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사익을 위해 공익을 밀어내는 대표적인 선례가 됐다. 이 대마금지법 이후 종이를 만들기 위해 수십 년 자란 수십억 그루의 나무가 베어지며 숲과 생태계가 파괴되고 결국 지구온난화를 유발하게 됐다. 화석연료로 인한 환경오염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비닐과 플라스틱의 폐해는 실로 가공할 만하다. 종이재벌, 석유재벌과 화학기업이 돈을 벌수록 인간과 지구는 병들어 가고 있다. 그동안의 편리성은 현재를 사는 우리는 물론 후손들에게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이제 대마의 진실이 밝혀지고 다시 부활하는 시동이 걸렸다. 대마가 블랙골드를 밀어내고 그린골드로 세계를 변화시킬 기회를 갖게 됐다. 미국이 변하면 세계가 따르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1919년 미국의 술 금지법은 마피아를 탄생시키고 저질 밀주로 수많은 사람이 죽고 눈을 멀게 하는 등 부작용만 양산했었다. 실익은 전혀 없었다. 철저하게 실패한 희대의 악법이었다. 대마금지법 또한 재2의 실패한 법으로 끝날 것이 분명하다. 과학적 근거나 정당성이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권유린, 범법자 양산, 선한 기회의 상실 등 오직 부작용만 있었다.

대마와 대마초는 다시 약용으로 사용해야 한다. 산업용 대마가 다시 우리 농업과 쾌적한 삶의 희망이 되도록 법과 제도를 마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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