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실 노크 - 특허를 말하다- ⑩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김용민 연구사

▲ ‘우리흑돈’ 개발 주역인 김용민 연구사.

재래돼지 육질·맛 살린 한국형 흑돼지 개발
통계·유전체 육종…재래돼지 혈통 잇는 ‘한돈’

외래돼지보다 품질 탁월해
수출 경쟁력 확보 전망

▲ ‘우리흑돈’ 성돈 모습.

“흑돼지 하면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재래돼지를 떠올리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국내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흑돼지고기가 해외품종인 것을 아는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버크셔 품종이 대표적인데, 우리 재래돼지와는 많이 다릅니다.”
“우리의 전통 돼지를 복원하기 시작한지는 20여 년이 됐습니다. 지난 2008년 쯤 우리의 재래돼지가 처음으로 상표등록을 하면서 이름을 가졌는데, ‘축진참돈’이라 불렀습니다. 축진참돈은 그러나  외래돼지에 비해 사육조건들이 열악했습니다. 성장이 느리고, 새끼도 적게 낳고 그러다보니 농가에서도 외면하게 되는 거죠.”

▲ 흑돈고기

축진참돈 이후 품질개선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시도됐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2015년 버크셔 등 외래흑돼지보다 품질이 더 우수한 전통의 흑돼지가 복원돼 ‘우리흑돈’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기획조정과 김용민 연구사(37)가 그 산파역이다.
“앞으로 ‘우리흑돈’이 확대·보급되고 대중화되면 과거 우리 선조들이 먹었던 재래돼지의 고유 맛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게 될 겁니다. 더 나아가 해외로 수출될 수 있는 우리 품종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 연구사가 주목하는 것은 최근 흑돼지 시장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스페인 재래돼지 ‘이베리코’다. 동물복지의 이슈와 맞물려 친환경적인 사육 환경에서 방목 기간 도토리를 먹고 자라 육질이 고소하고 마블링이 우수하다는 점을 내세워 흑돼지고기의 고급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 유통되는 흑돼지는 대부분 해외 흑돼지 품종인 버크셔와 흑돼지 교잡종이며,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종돈 도입 등으로 생산성 감소, 균일도 저하 등의 문제로 국제 경쟁력에서 크게 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흑돈’의 개발은 하루 빨리 흑돼지 소비증대에 대응해 고유 계통의 흑돼지 개발, 체계적인 종돈 관리 시스템 구축으로 외국 흑돼지의 수입 대체가 가능하고 국내 재래돼지의 산업적 활용성 증대로 보존 가치를 향상시킬 필요성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20년대 편찬된 농업기술편람에 우리 고유의 유전자원인 한국재래돼지는 ‘모색은 흑색이며 성장이 느리고 체구가 작다. 하지만 고기 맛은 조선 사람의 입맛에 적합하다’고 기술돼 있다. 하지만, 성장능력과 번식력이 낮고 경제성이 떨어져 대부분의 흑돼지 농가는 해외 품종인 버크셔종을 사육해왔다.

이런 가운데 2015년 국내 유일의 재래돼지 기반 FAO(유엔식량농업기구) 등록 품종인 ‘우리흑돈’의 개발은 흑돼지의 국제경쟁력에 크게 다가섰다는 평가다.
“ ‘우리흑돈’은 균일도를 개선시키기 위해 첨단 육종기법인 통계와 유전체육종을 적용했고, 재래돼지의 혈액비율을 고정화시켜 현재 개발된 흑돼지 중에 재래돼지의 혈통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돈’이라는 이름에 가장 걸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흑돈’은 재래돼지나 외국백색비육돈과 비교해서 고기의 색이 우수하고 식감이 뛰어나며 육질 전문가의 관능평가에서도 우수하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고기로 출하되는 체중 도달 일령은 재래돼지 230일령에서 우리흑돈은 183일로 단축됐다. 한 번에 낳는 새끼 수도 재래돼지의 6~8마리에서 9~10마리로 늘었다.

또한 체계적인 종돈 관리를 통한 종자주권 확보를 위해서 ‘우리흑돈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를 등록하고, FAO 동물유전자원다양성시스템(DAD-IS)에 국내 흑돼지 품종으로 등재시켰으며 한국종축개량협회에 혈통 등록해 관리에 들어갔다.
“ ‘우리흑돈’은 재래돼지 고유의 맛은 유지하면서도 성장능력을 보완한 돼지입니다. 통계학적 기법과 분자육종기법을 사용해 성장능력(MC4R유전자)과 육질특성(PRKAG3유전자), 검은 털색 유전자(KIT유전자)를 고정하고, 재래돼지 혈액비율은 38% 정도 유지되도록 했지요. 육질특성은 소비자가 좋아하는 고기색의 평균 적색도가 우리흑돈은 9.1로 개량종돼지(7.1)보다 붉은 빛을 띠는 특징이 있습니다. 겉모습과 맛을 평가하는 전문가 평가에서는 외국백색 돼지고기보다 육색에서 1.8점, 향미에서 0.6점, 전체 기호도에서 0.6점 등 총 4.3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국내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흑돼지는 외국에서 수입되는 품종이다. 따라서, 매년 해외로 외화유출이 발생하고 있으며 질병이 유입될 수 있는 위험부담이 존재하고 있다.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소비자가 돼지고기의 구매에 있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재래돼지와 듀록품종을 이용해 개발한 흑돼지 ‘우리흑돈’을 부계품종으로 활용하는 방안 연구에 들어갔다. ‘우리흑돈’ 순종 자체의 돼지고기를 제공함과 동시에 부계품종으로서도 활용이 가능하도록 해 천편일률적인 돼지고기 시장에 다양성을 부여한다는 전략이다.

“‘우리흑돈’ 활용 돼지 브랜드육 출하 시 마리당 1만4700원 가량의 추가 수익이 가능해 평균 모돈 100마리 사육 시 연간 3800만 원 가량의 추가 소득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세계 각국과의 FTA 체결과 국내의 질병 확산 등으로 어려운 양돈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주고 고품질의 돼지고기를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도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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