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농민수당 확산되나?

해남․봉화․여주 등 올해부터 농민수당 시행
농업인 기본소득 개념인가, 공익형 직불금 수단인가?

농사를 직접 짓고 있는 농민이면 받을 수 있는 농민수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농민수당은 이미 일부 지자체가 시행 중이거나 시행을 예고하고 있어서 그 파급력이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전남 강진과 해남 등 남쪽 지역에서 불기 시작해 경북 봉화와 경기도 여주까지 불어온 농민수당 확산 추세를 알아봤다.

▲ 해남에서 농민들에게 지원금으로 지급하는 해남사랑상품권.

지역상품권으로
농민수당 지급해
지역경제 활성화 꾀해

농민수당 지급에 대해 가장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지자체는 전남 해남군이다.
해남군 농정과 박상철 주무관은 “해남군은 농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현안사업으로 농민수당 지급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실시 중”이라며 “이는 2018년 7월 명현관 군수가 취임하며 지속가능한 농어업의 육성과 소득 안정망 구축을 군정 목표로 삼은데 기인한다”고 덧붙였다. 해남군은 전체 인구 7만 명 중 농업인구가 3만 명으로 농업을 제외하고는 얘기할 수 없는 게 지역 현실이다.
이에 해남군은 지난해 의회 심의·의결을 통해 조례를 제정했으며 오는 2월까지 세부지침을 마련하고, 2~3월부터 농민수당에 대한 읍면단위 홍보교육 실시를 계획하고 있다.

특히 해남군의 경우 농민수당을 농민의 기본소득이란 개념에서 접근하기 보단 농민수당을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구현하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농민수당을 받는 농민들에게는 농민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 조항도 부여하고 있다. 즉 농민이면 무조건 주는 것이 아니라 의무조항을 지켰을 때만 농민수당을 계속 지급한다고 못을 박아 농민수당에 공익형직불금 개념을 포함시켰다.
더불어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인정함에 따라 국토환경 및 자연경관의 보전, 토양유실 및 홍수의 방지, 생태계 보전 등을 위해 친환경농업 실천, 농약·비닐 등 영농폐기물 스스로 처리, 논·밭 둑 형상 유지 등의 의무 또한 부여해 지속가능한 농업환경 조성에도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했다.

지원금액은 연 60만 원을 농가별 균등 지원하고, 2회에 걸쳐 상·하반기로 지급한다. 특히 지원금은 지역상품권인 해남사랑상품권으로 100% 지급해 지역 상가 등에서 사용하게 함으로써 지역 내 경제 활성화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간다는 구상이다. 연간 예산은 약 90억 원이다.
박상철 주무관은 “해남군은 농민수당 지급을 위한 총 예산 90억 원을 100% 확보했으며 군 자체사업으로 먼저 시작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도비 매칭사업의 추진을 전남도청에 건의 중”이라고 밝혔다.
해남군의 경우 농민수당 지급은 농가경영체 등록을 기준으로 농가당 1명을 원칙으로 한다. 부부가 따로 경영체 등록을 한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1명만 받을 수 있으며 연령 제한은 없다.

농민수당 지급에 대해 한국생활개선해남군연합회 임영례 회장은 “요즘 농촌에는 일할 사람이 없어서 걱정이고 농사는 대농 위주로 소농이 소외되고 있지만, 농민수당은 농지가 아닌 농업인의 역할을 인정해 주는 것이라 농업인이 자부심을 갖고 더 열심히 농사를 짓게 하는 수단이 될 것 같다”고 환영했다.  

농민수당, 2~3년 안에 전국 확산 기대

‘농가 경영이양 지체’ 부작용 발생 우려도

전남 강진군은 지난해 해남군 보다 앞서 농민수당이란 이름은 붙이지 않았지만 비슷한 성격의 제도를 실시했다. 무너져가는 농촌을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 강진군의 7천 여 농가에 농가당 70만 원씩 총 50억의 예산을 들여 ‘벼 재배 농가 경영안정자금’이란 명칭으로 수당을 지급했다. 절반은 현금으로 절반은 지역화폐인 강진사랑상품권으로 지급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 사업을 계속할 지 숙고하고 있다는 게 강진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보건복지부에서 이 사업이 사회보장 심의에 속한다고 협의를 요청했기 때문이란 답변이다.

만약 보건복지부의 지침을 어기면 강진군은 지방교부금 지급이 중단되는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에 보다 신중해진 입장이다. 또 ‘벼 재배농가 경영이양자금의 지급’ 시행결과 소농의 보호란 차원의 장점은 있었으나 농가경영주 수가 증가하는 부작용도 발생했다는 평가도 있다. 강진군 관계자는 “강진군의 경우 지난해 농업 생산량은 늘지 않았는데 농가 경영체 숫자만 늘어나 경영이양을 늦추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경북 봉화군은 현 엄태항 군수의 공약사항인 농민수당 도입을 올해 중 도입할 계획이다. 경북권에서는 첫 도입 시도다. 농민수당 관련해 봉화군 담당자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봉화군의 경우 올해 농민수당 실시를 추진하기 위해 타 지자체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며 “경영체등록 여부가 농민수당 지급 기준이 될 것이며, 농민수당과 수반된 예산이 확정되지 않아 주민동의와 조례제정 후에 올 추경에 예산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봉화군은 농가 6천 가구에 농민수당 50만 원씩 지급을 계획하고 준비 중이다.

여주시, 경기 첫 ‘농민 기본소득제’ 추진
 경기도에 사업비 분담 요청

농민수당의 바람은 경기도까지 올라와 있다. 
경기도의 경우 이재명 지사의 ‘농민 기본소득 보장’ 공약에 따라 농민수당이 중요한 관심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해 11월 양평군민회관에서 열린 ‘농민 기본소득을 위한 초청 강연 및 토론회’에 참석해 “농업이야말로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략산업이자 안보산업”이라며 “농민 기본소득제 등 농업지원정책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경기도 농업정책과는 도에서 먼저 나서기보다 시·군에서 농민수당 지급에 대한 여론이 조성되고 예산문제에 도움을 요청하면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김충범 농업정책과장은 “지금 같은 추세라면 경기도에서는 2~3년 내로 경기도 전 지역으로의 농민수당 확산이 예상된다”며 “농민수당 지급을 위한 예산 확보를 비롯해 효과적 운영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주시는 올 하반기 농민수당 시행을 목표로 지난해 말 경기도에 사업비 분담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여주시는 농업경영체로 등록한 지역 내 농업인 1만1000여 명에게 연간 6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할 경우, 68억 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경기도에 사업비 50% 이상의 지원을 건의했다. 하지만 도에서는 도비 30%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는 공익형 직불의 개념보다는 농민들의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의미로 농민수당 지급을 고려하고 있다. 영농규모나 수확량 등에 상관없이 농가 소득 보전 개념을 도입했다.

농민수당은 농업인들에게 농사를 짓는다는 자부심을 갖게 하고, 농촌을 떠나지 않고 지키겠다는 마음을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반면에 자칫 농가경영체 숫자만을 늘리고, 경영이양을 막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새어나오고 있다.
또 현재 농민수당의 성격은 지자체의 입장에 따라 공익형직불금의 방편으로도, 기본소득제의 개념으로도 시행되고 있거나 시행될 예정이어서 혼란의 여지가 있다.
현장에서 환영받는 좋은 제도는 결국 전국으로 퍼져나가기 마련이다. 현재는 농민수당이  일부 시군에서 시행 중이라도 결국 전국 확산의 조짐이 있다면 조속한 정부 차원의 합리적 방안과 지침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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