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마을활성화 주민의 힘으로(강원 기업형 새농촌마을)① : 양양 사래마을영농조합

농업인으로 구성된 마을기업형 농업이 성장하려면 어떤 디딤돌이 필요할까?
해당 현장을 찾아 농업인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기업형새농촌마을의 활성화를 모색하기 위해 3회에 걸쳐 기획특집 ‘마을활성화 주민의 힘으로’를 격주로 연재한다.

▲ 강원도 양양 사래마을영농조합은 단호박을 재배하는 주민들(뒷줄)과 가공하는 주민들(앞줄)로 이뤄져 지역농산물 소비 촉진에 나서고 있다.

건강에 좋은 단호박식혜로 소득 창출
농촌여성, 일감 많지만 소득은 적어

강원도 양양 낙산사에 화마가 덮치면서 자매마을인 사래마을도 모두 타 잿더미가 됐다. 마을이 모두 소실된 위기를 겪고 주민들은 하나로 결집하는 계기가 됐다. 주민들은 재로 덮인 땅을 씻고, 새로 갈면서 상처를 딛고 일어섰다. 사래마을의 모든 주민은 단호박을 재배하면서 단호박농사로 공동체를 이뤘다. 이를 통해 사래마을영농조합을 결성한 주민들은 같은 방향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사래마을 운영을 이끄는 박상형 이장과 박윤심 팀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농촌여성 손맛으로 단호박식혜 개발
35가구로 이뤄진 사래마을은 올해 3년차가 된 사래마을영농조합을 주민들의 힘으로 운영 중이다. 집집마다 단호박을 재배하면서 주민들의 단호박을 ‘사래마을영농조합’이 적힌 상자에 담아 판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마을에 많이 생산되는 단호박을 활용해 만든 단호박식혜는 사래마을을 안팎으로 널리 알리는 효자상품이다.
“단호박식혜는 마을주민들과 먹으려고 만들었는데 맛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판매하게 됐어요. 단호박식혜를 상품화하면서 여러번 만들다보니까 노하우가 생겼죠.”
단호박식혜는 반찬솜씨가 좋은 농촌여성 다섯이 뭉쳤다.

“일반식혜보다 단호박 맛이 많이 느껴지는게 특징이에요. 미니밤 단호박으로 만들어 당도도 높고 색도 진해 보기에도 예뻐요.”
단호박을 가공하는 데는 양양군농업기술센터에서 지원 받은 가공시설이 큰 보탬이 됐다.
“단호박을 세척하고 가공할 때 가공기계를 적극 사용하고 있습니다. 단호박을 자르고 가루를 만들어 빵과 떡, 식혜 등에 활용하고 있어요.”
모든 주민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추가적으로 단호박식혜도 가공하는 다섯 명의 농촌여성은 한결 같은 단호박식혜의 맛을 유지하면서 사래마을을 널리 홍보하고 있다.
박윤심 팀장은 단호박식혜와 함께 곁들일 쿠키와 빵의 레시피를 개발하고 싶다고 했다.
“몸에 좋은 단호박을 다양한 가공식품으로 만들어 마을에서 생산한 단호박의 소비를 높이고 싶습니다.”

▲ 사래마을영농조합 박윤심 팀장은 단호박을 활용한 천연비누를 가공해 소득을 높이고 있다.

단호박천연비누, 지역축제서 호응 높아
박윤심 팀장은 도시에서 천연비누강사로 일하다가 귀농했다. 그는 천연비누를 제조하는 재능을 살려 단호박천연비누공방을 마을회관에서 운영한다. 박 팀장의 솜씨는 단호박을 만나면서 더욱 빛을 발했다. 단호박을 넣어 만든 천연비누는 황금빛깔을 띠며 사래마을에서만 볼 수 있는 특화상품이 됐다. 인터넷으로 주문을 받고 조합원들이 포장을 도와 택배판매 중인 단호박천연비누는 마을축제에서도 체험활동 할 수 있다.
“단호박천연비누를 만들기만하면 어르신들이 포장해 판매하기 수월했어요. 마을축제 때도 어르신들과 함께 단호박천연비누를 만드는 재료를 준비해 단호박의 다양한 변신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 사래마을영농조합 추진위원회 팀장 명단에는 여성의 이름을 찾아보기 어렵다.

마을기업 위원에 여성은 한명
마을회관에 잘 보이는 곳에 부착된 사래마을영농조합 조직도 속 추진위원회에는 여성의 이름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단호박천연비누 강사인 박윤심씨가 유일한 여성이다.
박윤심 팀장은 사래마을영농조합이 처음 만들어지고 규율이 세부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성농업인들은 단호박 1차생산에 집중하고 여성농업인들은 단호박 수확과 가공 등 여러 잔일을 담당해 협심하고 있습니다. 농번기에는 남성농업인과 함께 단호박 농사에도 일을 거들고 있죠.”
사래마을영농조합은 결성된지 3년이 지났지만, 농촌여성들의 고된 노동에 대한 임금이 없어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현장에서 만난 한 여성농업인은 “내가 젊으니까 고령의 어르신보다 해야할 일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연령대 간에도 젊은층은 일을 더 하고, 고령은 상대적으로 일을 적게 해도 이를 중간에서 관리하는 사람이 없다.
“아직은 농사지으면서 단호박을 저장하고 식혜를 만들어 가공식품이나 1차생산물로 얻어진 수익금으로 영농조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가호호 모아진 수익으로 기금을 만들고 판매는 각자 농사지은 농산물로 소득을 올리고 있어요.”
농사로 소득을 올리는 마을기업이 활성화되려면 노동의 가치에 따른 균등한 이익 배분으로 결속력을 다지는 방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미니인터뷰 - 양문희 양양읍생활개선회장

“농촌여성 리더십 발휘해야”

사래마을에 직접 찾아온 건 처음인데 잘해놨다고 느낀다.
마을단위로 영농조합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마을축제에도 와본 적 있는데, 실제로 축제에서 보는 것과 평소에 복지회관에서 활동하는 것을 직접 와서 보니까 적극적으로 잘하고자 노력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새로웠다.
일반적으로 복지회관은 점심식사를 함께하거나 휴식의 용도로 시간을 보내는데, 사래마을은 고령화가 많이 진행된 마을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활력이 가득 느껴진다. 주민들과 사업을 함께하면서 복지회관에 활력이 넘쳐 귀감이 된다.

마을사업이 잘되기 위해서 농촌여성들이 더욱 목소리를 높여 스스로의 주권을 찾는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회원들이 마을사업을 한다고 하면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회원도 많기에 경제적 지위를 확보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이를 보면 마을기업의 리더 또한 중요하다. 여성들도 내일처럼 나서서 일할 수 있도록 농촌사회에도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