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공하성 교수

불은 우리 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지만 자칫 방심하면 인명 피해와 많은 재산 손실을 가져온다.
지난해 11월 KT 서울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이후에도 강원 속초지역의 산불, 천안 라마다앙코르호텔 화재, 울산 농수산물도매시장 화재 등 겨울철 화재가 빈발해 경각심을 주고 있다.  이에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공하성 교수를 만나 화재와 관련된 여러 얘기를 들어봤다.

피해 큰 산불은 소방헬기 외
 발화지 접근이 어려우므로
 논밭두렁 태우기 하지 말아야

가장 무서운 화재는 가스 발화…
화재 진화가 어렵고 피해도 커

먼저 화재 발생의 주요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는 표어가 있듯이 화재는 부주의와 실수로 가장 많이 일어납니다. 그 다음의 화재 원인은 전기누전과 합선, 스파크 등 전기로 인한 것이죠. 그리고 농촌에서 논두렁을 태우거나 담뱃불 부주의로 인한 산불피해가 큽니다.”
공 교수는 가연물질 중 가장 무서운 것은 기체인 가스로 인한 발화가 가장 무섭다며 이런 얘기를 했다.

“가연물질엔 고체, 기체, 액체 세 종류가 있죠. 이중 발화 피해가 가장 무서운 것은 기체인 가스입니다. 가스 발화는 불이 번지는 속도가 빠르며 폭발성이 커서 진화가 어렵고 피해도 큽니다. 가스는 직사광선에 노출되면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두지 말고 눈에 잘 띄는 음지에 보관해야 합니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대처방법에 대해 공 교수는 이렇게 가르쳐줬다.
“불이 나면 직접 진압하려 하지 말고 먼저 119에 화재신고부터 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불이야’ 하고 외쳐 사람들에게 불이 난 것을 알려야 합니다. 주위에 화재경보기가 있으면 작동시키고, 사람들을 모아 소방차가 오기 전까지 불을 꺼야 합니다. 만약 119에 화재신고를 지체하면 화재 진압의 골든타임을 놓쳐 큰 피해를 초래하므로 반드시 화재신고부터 해야 합니다.”

산불로 소실된 숲은
30년 지나도 복원 어려워

이어 공 교수는 산불예방에 각별한 주의를 환기시키면서 산불 발화 원인과 대피요령을 다음과 같이 일러줬다.
“산불은 논·밭두렁 태우기나 담뱃불 부주의로 인해 주로 발생하지만 낙뢰로도 불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낙엽과 낙엽이 바람에 의해 마찰되면 불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학계의 보고도 있죠. 이처럼 불가항력적인 자연요인에 의해서도 불이 일어납니다.
산에 화재가 발생하면 30년이 지나도 타버린 숲이 본래의 모습으로 복원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생태계에도 엄청난 피해를 주지요. 또한 산불이 나면 소방장비의 현장접근성이 떨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소방헬기와 인력에 의존해 진화해야 합니다. 소방헬기가 뿌리는 약제도 한계가 있기에 산불 진압은 정말로 어렵습니다. 게다가 큰 산불은 몇날 며칠을 꺼야 합니다. 그러기에 산과 인접한 곳에서의 논·밭두렁 태우기는 절대 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이 산불예방의 최선책입니다. 특히 등산객들은 산에 오를 때 담배와 라이터를 가져가선 안 됩니다.”

공 교수는 산불에 맞닥뜨렸을 때의 대피요령도 설명해줬다.
“불의 세기가 크지 않을 경우에는, 불이 있는 방향으로 뚫고 나가면 이미 타고난 폐허가 나오므로 오히려 안전할 수가 있습니다. 때론 불이 난 반대방향으로 도망가다 보면 불이 따라 올 수도 있으니 이때도 불이 난 곳을 뚫고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화재로 인해 발생한 유독가스를 조금만 들이마셔도 몸이 경직돼 움직이기 힘들게 되므로 물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으며 대피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물이 있는 곳이나 불에 탈 것이 없는 곳으로 신속히 대피하는 게 안전합니다.”

아파트 등 고층건물 화재 시 1층으로...
용이치 않으면 옥상에서 구조 기다려야

“고층주택이나 아파트에서 불이 났을 때에는 계단을 따라 재빨리 1층으로 내려와야 합니다. 내려오기가 어려울 땐 신속히 옥상으로 대피해 구조를 기다려야 합니다. 집밖으로 대피하려는데 복도에 유독가스가 꽉 찼을 땐 재빨리 집에 들어와 문을 닫고 물에 적신 수건이나 천으로 문틈을 막아 가스가 들어오지 않게 해야 합니다. 베란다와 같은 대피공간에서 구조를 기다리면 더욱 안전합니다.”
공 교수는 전기화재 예방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1년 한 차례 전기안전관리기사를 불러 전기시설의 안전 여부를 점검하는 게 좋습니다. 특히 가정에서 일반적으로 플러그를 많이 꽂는 멀티콘센트를 사용하는데, 전열기구나 에어컨과 같은 전력소모가 많은 가전제품은 반드시 단독 콘센트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전열기구와 가전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땐 전기선을 뽑아둬야 전력 소모도 막고 화재 예방도 할 수 있습니다. 가전제품의 콘센트는 청소를 잘 해주는 것도 매우 중요한데, 제대로 청소를 하지 않으면 콘센트에 낀 먼지로 인해 화재가 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정용 스프링클러 시공 의무화하고
세금 감면 등 실질적 혜택 줘야

우리나라의 화재 예방과 소방관리 개선 방안에 대한 공 교수의 의견을 들어봤다.
“우리나라는 기업과 가정 모두 화재예방에 대한 관심도가 낮고 소방관리체계가 매우 취약합니다. 때문에 유사한 화재가 매년 끊임없이 반복 발생해 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손실이 가져옵니다.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선 기업은 반드시 소방안전관리요원을 2~3명 배치해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경영비 절감 차원에서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게 문제죠.
가정에서는 주택 건축 시 미래 안전성 확보 차원에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정용 스프링클러는 100㎡당 시공비가 500만~600만 원으로 비싸다보니 설치를 꺼리게 되고 저렴한 소방시설을 사용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공 교수는 정부가 소방시설을 어느 정도 갖출 수 있도록 법으로 강제하고 홍보도 대대적으로 해 가정에서 스프링클러 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스프링클러 설치를 희망하는 가정에 대해서는 실질적이고 경제적인 이득이 될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공 교수는 인화성이 높고 유독가스 배출이 많은 건축자재 사용으로 대형화재가 발생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보다 과감하고 강력한 단속을 해야 된다고 말한다. 또한 부득이 샌드위치패널과 우레탄폼 등은 화재발생 시 급속히 불이 확산되는 건축자재이므로 방연(防燃) 처리를 하거나 불연재 사용을 적극 권장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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