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

바다 속 물고기보다
플라스틱 수가
더 많아질 수도...

지난 1월 한 일간신문의 두 여기자가 ‘플라스틱 없는 3일’을 시도해봤다. 그녀들은 그 3일이 ‘고통의 시간’이었고, 불가능한 삶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렇다 우리는 지금 플라스틱 없이는 생존을 이어갈 수 없는 ‘플라스틱 시대’에 살고 있다.
플라스틱은 1868년 미국인 하이엇(John Wesley Hyatt)이 최초로 발명하고, 1906년 베이클랜드가 플라스틱의 원료 물질인 합성수지를 발명하면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며, 인간의 생활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플라스틱이란 용어는 그리스어인 플라스티코스(plastikos:성형하기 알맞다)에서 유래했다. 무엇이나 원하는 모양과 형태로 만들 수 있고, 열에 녹이지 않는 한 그 형태가 변하지 않는 특징을 갖는 것들을 총칭해 플라스틱이라 한다.

겁 없이 써대던 그 플라스틱이 드디어 서서히 우리의 목줄을 조여오기 시작했다. 쓰레기대란이 일어났다. 세계 도처에서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쓰레기 섬이 발견됐다. 쓰레기들이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여행도 했다. 한국에서는 필리핀에 불법 수출한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가 국내로 다시 돌아오는 별난 일도 벌어졌다. 돌아온 쓰레기 처리에 엄청난 비용과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했다. 한국이 플라스틱 소비, 세계 1위라는 낙인도 찍혔다.

플라스틱은 반영구적이지만, 바다로 흘러들어가면 해류나 태양열에 의해 마모돼 부스러지면서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이것들을 바다 생물들이 먹고, 그 생물이 다시 우리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 최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팀이 굴, 게, 지렁이 등 139개 해양생물 중 135개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발견해냈고, 영국 엑시터대학과 플리머스해양연구소(PML) 연구원들이 해안에서 발견된 10종의 돌고래 등 해양 포유류 50마리의 내장 모두에서 5㎜ 미만의 미세플라스틱을 발견했다고 했다. 이중 84%가 옷이나 어망, 등에서 검출되는 ‘합성섬유’였고 나머지는 포장재와 플라스틱 병 등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와 공동연구팀은 바다가 아닌 세계 식수공급의 25%를 차지하는 지하수원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고도 했다.

의류를 공부하는 학자로서 더욱 충격적인 것은, 미세플라스틱의 대부분이 ‘합성섬유’라는 점이었다. 지난 연말 KBS는 합성섬유로 된 옷 1.5㎏을 세탁하고 그 세탁폐수에서 미세플라스틱 0.1346g이 나왔다고 했다. 우리나라 평균 세탁량을 고려하면 의류에서만 1년에 1천톤이 넘는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우리가 입고 있는 대부분의 옷이 바로 합성섬유로 된 것이고, 이것들의 원료가 한마디로 모두 플라스틱이기 때문이다.

바다생물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의 78%가 인체에 흡수될 수 있는 100㎛ 이하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조개류 등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이 위에서 근육, 조직으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에 특정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세계경제포럼은 ‘2025년이면 바다 속 물고기보다 플라스틱 수가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내놓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참으로 앞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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